2015년 남북화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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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남북화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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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3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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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유코리아뉴스 대표
▲ 김성원 기자

올해는 광복 70주년임과 동시에 국토분단 70년의 해이다. 70년은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심판이 끝나는 은혜와 회복의 해이다(렘 29:10, 단 9:2). 다양한 통일 관련 단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는 이유다. 이 뜻깊은 해, 통일염원 행사들이 봇물을 이룰 새해에 통일은 어떻게 될까. 봄눈 녹듯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가 남북관계에도 피어날 수 있을까.


한마디로 필자는 부정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국내 상황 때문이다. 우선 통일을 정책적으로 추진할 박근혜 정부가 그만한 동력이 없다는 점이다. 통일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면에서 자신감이 있을 때 추진이 가능하다. 분단 이후 남북의 역(逆)관계가 그걸 말해준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즉 북한이 모든 면에서 앞섰을 때 ‘남북교류’ 이슈는 북한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남한 경제가 성장하고 정치적 민주화도 성취하면서 대화와 교류의 주도권은 남한으로 넘어왔다. 그것이 남한의 주도하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까지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남북의 경제력 규모(국민총소득 기준)는 남한이 북한에 비해 42배 앞선다. 경제력만이 아니라 민주화나 사회 활력, 인구나 외교 등 모든 면에서 북한은 남한에 열세다. 지난 50~60년간의 남북 관계를 적용한다면 남북 대화와 교류의 주도권은 남한이 쥐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어땠는가. 남한보다는 오히려 북한이 주도권을 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북한은 신년 초부터 대화와 대결 중단, 최고위층 파견 등의 파격적인 언행을 이어왔다. 반면, 남한은 그때그때 대응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새해 박근혜 대통령에겐 정치적으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책임 문제, 여전히 핫이슈가 될 청와대 비선라인 해결, 거기다 개헌 의제, 다가오는 대선을 향한 여권 내 잠룡들의 견제로 2014년보다 훨씬 난망한 과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저성장·저소비·저물가로 대표되는 심각한 경제·민생위기가 이미 시작됐고,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퇴보 문제가 엄청난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은 지도자의 철학과 청사진도 있어야 하지만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적 뒷심이 있을 때 추진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일은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72년 7·4 남북 공동성명 이후 초유의 10월 유신 사태, 94년 7월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이 김일성의 갑작스런 죽음과 조문파동으로 되레 공안정국으로 바뀌었던 역사가 그걸 말해준다.


그렇다고 올해 내 남북간 스킨십 자체가 아예 없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연말에 했던 통일준비위의 제안이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남북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의 결실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교류로 나아갈 수도 있다. 나아가 남북이 공히 8·15 70주년 공동행사를 긍정하고 있기 때문에 올 8월은 감격의 달이 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남북간 화해나 통일을 가져온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내 정치는 후퇴하고, 서민들은 생존위기로 내몰리고, 민주주의는 압살을 당하는데 그런 상태에서의 통일이라? 그것은 통일이 아니라 기망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단순히 체제간 통합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남북한 주민들을 더욱 평화롭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그래서 살기 좋게 만드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더욱 분쟁의 소지를 내포하고, 독재적이고, 불평등을 초래하는 통일이라면 그것은 거부될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교류와 통일을 추진하기에 앞서(아니 최소한 병행해서) 정치·경제·사회적 절차를 제대로 밟아가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을 위한 첩경은 박근혜 정부가 기존의 불통방식에서 유턴하는 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장정(長程)이 되겠지만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그러한 정치·경제·사회적 힘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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