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NO! 아닌 대중문화 ‘다스리는’ 청소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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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NO! 아닌 대중문화 ‘다스리는’ 청소년 만들자”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2.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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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청소년 문화를 정복하는 ‘기독교 세계관’

신체·정서적 과도기의 청소년 … 대중문화 파급 효과 더욱 커
왜곡된 음반시장의 구조 변혁하는 기독교 문화운동 일으켜야
복음의 가치 담은 ‘기독교 문화 콘텐츠’ 창출이 시급한 과제

8명의 여성들이 무대에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녀린 몸매에 살갗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자극적인 댄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음악성보다 ‘섹시가수’라는 타이틀로 단번에 뜬 이들은 요즘 십대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스타다. 이 그룹이 대거 인기를 끌면서 요즘 가요계에서는 높은 수위의 노출과 파격적인 안무의 ‘섹시 콘셉트’ 열풍이 불고 있다.
경쟁적 입시 문화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는 한때 하나의 정신적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팽배해진 물질 중심주의와 상업주의적 가치관은 대중문화의 순기능을 훼손시키고 있다. 그로인해 청소년들 스스로가 ‘건강한’ 문화를 선택하고 바른 정서를 함양하기란 더욱 어려워 졌다. <편집자 주>

#오늘날 대중매체의 현주소는?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대중문화가 자극적인 행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십대’들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대중가요의 선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안무와 노래가사, 자극적인 멜로디와 음악, 과도한 노출….

어른들이 보기에도 멋쩍은 수준의 낯 뜨거운 퍼포먼스와 의상을 입은 아이돌 가수들이 각종 영상 매체를 통해 등장하지만, 십대들에게 이러한 풍경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가요,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성’의 상품화가 날로 노골화되고 있다. TV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로 구성된 ‘막장 드라마’가 더욱 인기를 끈다. 교양 시사프로그램보다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오락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더욱이 장기간 이상 방영하는 드라마의 경우 감정적 몰입이 높아 중독성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과거 TV나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크지 않았던 시절에는 책 속의 위인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문화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영상물과 음악 콘텐츠가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에는 그러한 시간을 갖기가 너무 어렵다. 특히 대중문화가 신체·정서적 과도기에 놓인 청소년기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폭력과 자극의 문화에 ‘몰입된’ 청소년들

이러한 자극적인 대중문화가 이미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익숙한 것’으로 다가가고 있어 큰 충격을 준다.
이상현 군(가명·17)은 걸그룹 S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즐겨본다고 했다.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요즘엔 하도 많은 가수들이 비슷비슷해서 그렇게 자극적이라는 생각도 안 들어요. 하지만 부모님이랑 같이 있을 때에는 가요 프로그램은 되도록 틀지 않아요. 대부분 혼자서 보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 정도죠. 익숙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부모님과 같이 보기엔 껄끄러운 수준이라는 게 인식되는 정도긴 하죠.”

아이돌 가수를 꿈꾼다는 이수진 양(가명·15)은 “저는 가수가 꿈이라서 댄스동아리에도 가입하고 친구들과 함께 연습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 대부분 아이돌들의 춤이나 의상이 자극적이거나 야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도 해요. 하지만 꿈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십대 청소년들도 객관적인 수준에서 무엇이 자극적이고 자신의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스스로 무분별하게 흘러나오는 대중문화를 선별해서 받아들이기란 역부족인 듯 했다.

동원고등학교 정한나 교사는 “학생들이 폭력적인 언어와 은어,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학생들은 선정적인 대중문화를 자신의 가치나 신념으로 걸러내지 못하고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장 교사로서 느끼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고 수업 시간에 대중매체의 파급력과 문제를 가르칠 수도 없는 상황. 입시교육만으로도 바쁜 교육 현장에서 ‘삶의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심정도 답답하다.

진은혜 교사는 “대중문화에 대한 교육적 체계나 제도가 미흡해 학생들에게 대중매체 수용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한하자니 학생들은, 답답한 교사로 낙인찍고 오히려 반발심만 갖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 실험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을 많이 본 청소년들이 내성이 생겨 폭력적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폭력 영상물’에 대한 학생들의 ‘지향반응’을 조사한 결과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물에 자주 노출 된 청소년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에 처음과 비슷한 정도의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하고 충격적인 자극이 필요했다. 이는 폭력 영상물이 청소년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디어를 ‘다스리는’ 청소년으로

이러한 대중문화 행태에 대해 성석환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는 “비기독교적인 콘텐츠를 무작정 비판하기보다 미디어의 정의로운 유통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화의 대중화는 그만큼 해당 문화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열된 경쟁구도와 상업주의에 매몰된 음반시장 구조의 개선 노력 없이 대중문화 속 콘텐츠만을 문제로 삼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근본적인 ‘기독교 세계관’은 왜곡된 음반시장의 구조가 바뀔 수 있도록 보다 건전하게 바뀌도록 노력하는 일”이라며, ‘기독교 세계관’을 넘어서 ‘기독교 문화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기독교적 콘텐츠를 걸러내기보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생산,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 교수는 “미디어의 타락과 왜곡된 구조는 이겨낼 수 없다”며 “대안은 미디어 공공성 회복, 정의로운 유통구조 등을 창출하는 기독교 문화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건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있는 시대 속에서 바른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고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건전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다. 가치 있는 것들과 가치 없는 것들이 묘하게 뒤섞여 있는 환경에서 대중문화를 분별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청소년들 스스로가 배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팻머스문화선교회 선량욱 대표는 “비기독교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세상 미디어는 금지하고, 기독교 신앙에 도움이 되는 문화, 예수님을 묵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미디어에는 집중하는 미디어 회복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실천 행동으로는 ‘미디어금식’과 ‘미디어 가려먹기’가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의 사용을 스스로 절제하는 의지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

미디어 외에도 선 대표는 ‘문화’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문화를 단순한 전도의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만드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며 “세상 문화를 오히려 하나님을 예배하는 도구로 성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기독교 문화’ 창출 시급한 과제

많은 청소년들이 자극적인 대중문화에 깊이 매몰된 것은 이를 대체할 만한 수준 높은 기독교 문화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 이상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함께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복음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기존 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사용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어둠과 증오의 문화를 빛과 사랑의 문화로 만드는 기독교 문화운동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기독교 문화운동의 예로는 1970년대 허무와 마약에 빠진 히피들에게 복음을 전해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든 갈보리채플의 척 스미스(Chuck Smith) 목사와 Jesus Rock을 만들어낸 최초의 CCM 아티스트들을 들 수 있다.

최태연 교수(백석대, 기독교인문학연구소)는 “기독교 세계관을 교회학교 교육과 연계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님이 이 세상의 주인이며 신자들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라는 ‘문화 명령’을 주셨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죄에 의해 인간과 문화가 총체적으로 타락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목회자나 문화 사역자가 아닌, ‘모든’ 신자가 이 문화 변혁의 활동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 일상생활과 직업 속에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

최 교수는 “기존의 문화 속에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해 성경의 가르침에 적합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적실성이 있는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크리스천 청소년들이 기독교세계관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가치관과 인생관을 형성하도록 양육하고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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