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공동체적 관점에서 ‘아가페’ 사랑에 기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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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공동체적 관점에서 ‘아가페’ 사랑에 기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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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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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형 (백석대 교수/기독교윤리학)

중국 내 탈북 여성 등을 포함 탈북자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탈북자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탈북자들은 무언가 잘못을 범해서 혹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가족과 체제를 버린 사람이라는 한마디로 부정적인 이해,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탈북자들의 지원 실상과 그들이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임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못지않게 중요한 접근은 아가페 사랑에 기초한 탈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천과 접근이다. 전통적인 신학의 맥락 속에서 볼 때, 다른 어떤 종류의 사랑과도 동일시 될 수 없는 완전한 사랑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제시된 아가페의 사랑 이해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가페 사랑의 윤리가 현재의 우리가 처한 개인적, 사회적 문제와 고통의 남북 분단 및 대결구도의 현실 문제들을 해석하며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던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경우도 사랑의 이해를 재해석함으로써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는 윤리의 틀을 제시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도덕적 윤리와 달리 아가페의 윤리는 비대칭적이고 비상호적인 차원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기독교 신학에서는 아가페의 윤리를 통해 남북분단의 상황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로 가는 실현가능한 윤리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정치, 사회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비례적, 대칭적 차원의 이론과 전통적인 규범윤리나 율법적 윤리의 틀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남북 분단의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한 교회는 남북분단에 기인한 탈북자 관련 문제 해결, 통일에 대한 개념 이해를 정립함에 있어서 기독교 윤리적 차원의 아가페 사랑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영성적 신앙적 접근이 없이는 결코 통일의 길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처럼 같은 민족이지만 이데올로기로 인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던 경험이 아직 내러티브 속에서 살아 있는 경우, 남북 간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든 그 갈등과 대립을 푸는 방식은 전쟁 등의 무력을 동원하기보다는 평화적 접근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갈등 해결을 무력에 호소하려는 세력들이 기독교계 내에서도 등장하고 있고, 그것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고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적어도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북한사회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남북통일을 모색하는 원리로서 아가페의 윤리를 적용할 때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아가페 사랑의 윤리란 기존의 철학과 종교들이 착안한 도덕률, 계명 등 윤리적 가르침을 넘어서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나타난 아가페 정신을 규범으로 삼는 윤리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의 율법과 도덕법이 성서의 가르침에 나타난 예수의 복음과 십자가에 의해서 재해석되며 하나님나라의 새로운 질서로 제시되는 것이다.

기독교 정신에서 볼 때, 타인 없이는 내 자신도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이상은 결국 하나님의 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구현되므로 통일은 사회통합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성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의식이 없다면 통일은 개인적인 측면에서 경제적 부담을 담보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기득권의 상실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통일은 이기주의적 관점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관점에서만 적극적으로 지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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