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性)’, “모른다고 하지마세요, 어려도 알건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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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性)’, “모른다고 하지마세요, 어려도 알건 다 알아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2.0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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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에 고립된, 10대들의 ‘성’이 궁금하다

-청소년 문화를 정복하는 ‘기독교 세계관’

A군은 매일 습관적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야동, 음란물을 접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빼앗기기 일쑤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은 이런 A군의 생활패턴을 알지 못한다. 크리스천인 A군은 음란물을 본 죄책감에 주일날 교회에서 회개기도를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제자리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터놓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 속으로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성(性)의식이 위험하다. 갈수록 사회는 성의식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성에 대한 담론을 터부시 여겨온 교회는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리스도인마저도 성에 대한 가치관을 성경적 가치가 아닌, 세속적 가치관에 따라 형성하기 쉽다. 그나마 교회 안에 진행되는 성 관련 교육마저도 단순한 성경적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때가 많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청소년기는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욕망이 생기고 이성교제에 눈을 뜨는 시기이다. 하지만, 교회는 그저 “크면 알게 돼”라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겨왔던 것.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음란물과 대중매체 속 왜곡된 성 가치와 윤리관에 물들고 있지만 교회의 침묵은 청소년들을 더 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물론 자녀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 일차적인 책임과 권리는 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왜곡된 성문화가 거세게 몰아치는 현 세태 속에서 그 책임을 부모에게만 지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혹거리가 많아지고 개방적 성문화로 얼룩진 시대 상황 속에서 크리스천 청소년들을 성경적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이끌 교회 차원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점차 개방화되지만 교회는 침묵

스마트폰을 몇 번만 클릭하면 각종 음란물과 동영상들이 넘쳐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행동이 심각한 ‘성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유해 음란물에 자주 노출된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고착화하기 쉽다.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성매매, 성폭력, 임신과 낙태 등 심각한 성문제는 바른 성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고민하게 만든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십대 청소년들 중 성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12.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남학생은 12.7세, 여학생은 13.0세이다. 평균 초등학교 5~6학년에 첫 성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험 비율도 남학생 7.4%, 여학생 3.1%에 이른다. 청소년들의 성관계 시작 연령이 불과 중학교 1, 2학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교육조차도 성교육을 과거 무조건적인 규제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임을 가르치고 성관계를 제한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에 순결사탕을 나누어 주고 학생들에게 ‘순결’의 가치와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던 풍경도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교회 차원의 성교육은 전무한 상황. 교회는 그동안 ‘복음’을 제시하기만 했지, 복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과도기의 청소년들 ‘동성애’에 고민하기도

십대들의 ‘성’에 대한 고민은 비단 이성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 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인 만큼 또래관계 속에서 동성 간 생길 수 있는 ‘애착’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재원(가명) 군은 친한 동성 친구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대화가 잘 통하고 관심사도 비슷해 같이 보내는 시간도 부쩍 많아졌는데,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지 혼란에 빠졌다. 이 때문에 교회에 나가는 것도 껄끄럽다. 자신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 성경에 입각한 상담을 받고 싶지만, 마땅히 가야할 곳도 고민을 터놓을 곳도 찾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이 군의 사례처럼 과도기에 놓은 청소년들은 이성 간 사랑이 아닌, ‘동성애’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더욱이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호기심에서 시작된 ‘동성애’가 하나의 유행이자 문화로 십대 사이에 번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체성 형성기에 청소년들이 일시적인 동성애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렇기에 “청소년기 동성애를 단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감정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본지의 조사에서 크리스천 청소년 40.3%가 ‘동성애’에 허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비 크리스천 청소년은 73.6%로 높은 수용성을 보여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가치관의 확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수치는 동성애는 먼 이야기가 아닌, 당장 내 자녀 혹은 가족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중매체와 언론을 통해 그려지는 ‘동성애’는 동성애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드러내고 있어 세상 속에 ‘미화된’ 동성애 실태를 바로 알리고, 그릇된 성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교회가 나서 성경적 가치관에 따른 바른 성의식과 동성애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으면 자칫 사회의 움직임 속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문화와 교육이 동성애를 옹호하면 청소년이 쉽게 물들어 동성애가 확산될 수 있다”며 기독교적 가치에 입각한 바른 성 관념의 제시를 촉구했다.

신원하 교수(고신대)도 “최근 사회 속에서 급격히 확산되는 동성에는 ‘문화전쟁’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동성애 아젠다를 철저히 분석해서 교회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담론, 수면 위에서 다뤄야

크리스천 청소년의 성의식은 어떨까. 지난 2월, 본지가 청소년 1000명(크리스천 500명, 비크리스천 500명)을 대상으로 “성관계 가능 시점”에 대한 질문을 했다. 불과 크리스천 36.8%만이 ‘성관계는 결혼 전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성인(만19세 이상)이 된 다음부터 무방하다’는 47.6%, ‘고등학생부터 해도 무방하다’는 12.8%, 중학생부터 해도 무방하다 2.4%, 초등학생부터 해도 무방하다가 0.5%로 그 뒤를 이었다.

혼전순결을 언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청소년들이 그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성관계가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70%가 넘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성 관념을 형성하기까지 교회는 무슨 일을 했을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교회에서 체계적인 성교육을 통해 건전한 성의식을 길러주는 활동이 전무한 상황이다. 있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인 강의식 교육에 그쳐 청소년들의 삶에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 성에 대해 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신중히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것.

김은주 목사(베데스다 청소년쉼터 운영위원)는 “교회가 성에 대한 바른 이해와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성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교회학교의 어떤 청소년이라도 그릇된 성 정보를 통해 바람직한 성 이해를 갖거나 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교회학교 내 성교육 프로그램 미비에 관한 우려를 전했다.

또 김 목사는 성이 상품화되고 귀하지 않게 여기는 현 풍토에 대해 “교회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일반 성교육과 차이가 있어야 한다. ‘성이란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것’이라는 정의에서부터 시작해 창조된 우리의 몸은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데서 교회교육 성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전인적’ 교육 필요

‘혼전성관계’를 비롯해 일반윤리에 대해 조사한 설문에서 기독 청소년들은 ‘음주’, ‘이혼’, ‘낙태’, ‘동성애’ 등에서 비 기독청소년들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실제적인 행동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생각은 보수적인데 행동은 전혀 보수적이지 않은 양상을 보인 것. 이는 그동안 신앙과 삶을 이원화하고 배타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한국교회의 모습에서도 기인한다.

김경덕 목사(사랑의교회 교육부 팀장)는 “청소년들은 교회 기반의 신앙생활에서 기독교가 영향을 주지만, 그 외의 일상적인 삶(진학, 취업 등)에 대해서는 별반 영향력이 없는 이원론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며 청소년 사역 전반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독교가 단순히 소원성취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것’임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청소년의 눈높이와 관심에 초점을 맞추는 소그룹 활동을 통해 양 무리를 치는 목자의 마음으로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성경적 지식만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자세를 가진 인도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 스스로가 ‘성경적 삶’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고와 행동의 건전성이 뒤따를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신앙이 현실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또 의식의 차이를 행동의 차이로 가져오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생각은 곧 행동으로 나타나야 함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며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이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피하지 말고, 토론하고 나눌 수 있는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청소년들과 상호작용하는 기독 성인들의 거울효과에 대해서 나누고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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