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부실, 교육열 과열,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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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부실, 교육열 과열,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 이인창, 손동준
  • 승인 2014.11.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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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학교 현장을 새롭게 하는 기독 교사
▲ 기독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공감밴드'@ 좋은교사운동 제공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올해 2월 발표한 ‘교육여론조사 2013’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떤 성적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5점 만점에 평균 2.49점을 줬다. 100점 만점으로 치면 50점에도 못 미치는 매우 저조한 점수다.

설문조사에서 보이듯 공교육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더불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말은 공허한 울림이 됐다. 교사의 권위도 존경심도 추락하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성장기 민감한 아이들에게 교사만큼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이도 없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실망감은 어쩌면 교사를 향한 기대감이 그 만큼 높기 때문일지 모른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들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기독교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기독 교사들이 역할이 중요하다.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에 참여하는 기독 교사들의 실천 사례를 통해 희망을 찾아본다.

 

교육과정 준비, 인성교육에 초점
서울 가산중학교에서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조은애 교사. 평소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관심이 많은 조 교사는 지난 여름, 2학년 2학기 교과서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던 중 3단원에 ‘눈높이를 맞춘 대화’라는 소단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 교사는 바로 교과과정과 접목해 학생들의 언어생활 개선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를 활용한 말하기 교육‘공감친구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학생들에게 팔목에 차는 ‘공감밴드’를 나눠주고 평소 오른쪽에 착용하고 있다가 비난이나 욕설을 하게 될 경우, 왼쪽 손목으로 바꿔 착용하도록 해 스스로 언어생활을 점검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 동안 밴드를 바꿔 착용하지 않으면 그날 미션은 성공이고, 성공한 날에는 학급 그래프에 스스로 스티커를 붙여 자신을 점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은애 교사 스스로도 간단한 캠페인이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캠페인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직접 설문을 해보니 언어생활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가 캠페인을 통해 바른 언어생활을 습관화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답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아이들을 위해 조금씩 도전하는 게 중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조은애 교사는 학교 안에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비결로 교과 과정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꼽았다.

“국어 교과의 경우 연계시키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동료 교사들을 설득해 공감밴드 캠페인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교과과정에 대한 이해와 필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조 교사는 매년 학기가 시작할 때면 학부모들에게 편지 보내기를 실천하고 있다. 편지에는 앞으로 교육방향과 각오를 전하고, 기독교사운동에 참여하고 있음도 알린다. 또 절대 촌지를 받지 않으니 아무 것도 가져오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기독교사라고 해서 수업 중에 직접 복음을 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교사의 삶을 보고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독 교사라면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큰 안목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깨어진 관계회복, 기독교사 역할 중요
교단에 처음 선 지 어느 덧 5년째가 된 청주 수성초등학교의 김민혁 교사.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결코 식지 않는 열혈 교사로 정평이 나 있다. 김 교사 역시 신앙을 가진 기독 교사로 아이들의 바른 교육을 돕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매번 펼치고 있고, 그 도전은 조금씩 열매로 맺혀가고 있다.

특별히 김 교사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관계 회복’이다. 저마다 요즘 학생들이 예전과 달리, 사람들과의 관계성에 매우 취약하다고들 한다. 게다가 그 관계는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들과의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김 교사는 ‘아이들과 아이들’,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과 일대일 상담에 이어 학부모와의 추가 상담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부모들을 초청해 교육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이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부모들끼리 연습해보도록 하고, 자녀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레크리에이션과 상담기법 등을 적용해 가고 있다.

또 학생들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좋은교사운동의 공감 캠페인을 한 학기 과정으로 나름대로 개편해 이른 바 ‘짝지 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짝지와 공감을 이룬다는 취지로, 서로를 챙겨주며 도움이 되는 효과를 거뒀다.

학생들 간의 보이지 않던 갈등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돼 오히려 교사가 언제 개입하고 어떻게 해결 방안을 찾을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학부모들이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은 물론, 동료교사들도 격려해주거나 함께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사는 회복시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키워드입니다. 공교육 현실 속에 있다 보면, 안타까운 모습들도 보게 되죠. 하지만 기독교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학교문화와 학습관계,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져 간다.
지난 8월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2014 기독교사대회에서 한 사람이 강단에 섰다. 현재 진주교대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 서혜지 씨. 강단에서 그녀는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아주 어릴 적부터 방황하다,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때를 회고했다.

그가 지금처럼 교사로 살겠다는 길을 걷게 되기까지는 한 사람의 기독 교사와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류철형 담임교사는 서혜지 학생을 기독 교사 모임 GT선교회에 연결해 주었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학생은 선생님들을 통해 생활과 신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선생님들이 보여주셨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었고, 실패하지 않는 인생을 살며 지금은 예비교사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받은 사랑을 미래의 제자들에게 돌려주는 게 제 소망입니다.”

서 씨를 인도했던 류철형 교사는 “저 역시 스승으로부터 동일한 사랑과 관심을 통해 기독교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이 변하고 학교가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고 고백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으로 높은 교육열을 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성 상실과 첨예화된 불평등과 갈등이 지금은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피해는 우리의 자녀들, 자라나는 학생들이 더 심각하게 겪을 수 있다.

그래서 공교육 현장에서 기독 교사들의 역할들이 주목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는 한 사람의 기독 교사가 수많은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학교를 바꿀 수 있다. 학교가 바뀌면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

한 기독교사는 이렇게 당부했다.

“지나치게 높은 교육열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만큼은 자녀 세대에게 헛된 교육열을 심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지금은 사랑의 교육열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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