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첫 목회지침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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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첫 목회지침서, 주목!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0.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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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올해 정기총회에서 채택, 자살예방과 유가족 등과 관련 도움

한국교회 최초의 관련 목회지침서로 유용하게 쓰여야 하지만, 절대 활용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문서가 있다. 바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정책문서로 공식 채택한 ‘자살에 대한 목회 적용지침서’다.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자살자 문제와 유가족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터부시 돼 왔다. 기독교인의 자살은 더욱 그러했다. 자살을 하면 반드시 지옥에 간다는 주장도 교회 안에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14,160명에 이른다. 매일 약 39명. 게다가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년 연속 OECD 국가 중 1위이고, 세계적으로도 자살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한 곳이다. 한국교회가 자살자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할 수만 없는 현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볼 때 수년 전부터 한국교회 안에서 자살 문제에 대한 논의와 행보들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예장 통합총회가 2년간의 연구 끝에 이번에 한국교회 앞에 내놓은 ‘자살에 대한 목회지침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자살에 대한 우리나라 현황’부터 ‘성경적 신학적 이해’, ‘교회의 소명’, ‘자살에 대한 목회적 대응’,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자살 발생 후 대처하는 일’까지 담아내고 있다.

부록에서는 자살자의 장례를 위한 예배문과 설교지침, 관련 성경구절, 연계기관 등의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어 목회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우선 ‘목회 지침서’는 자살에 대해 어떤 관점을 제시하고 있을까?

지침서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는 자학의 극치 현상”이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 형제와 같은 가족, 친지, 동료, 이웃들이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밝히고도 있다. 자살을 자살자 본인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전체적 책임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부분이다.

지침서는 성경 신학적 고찰에서 “생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로, 자살행위는 하나님의 고유한 권리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죄악”고 다시금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십계명 제6계명의 ‘살인하지 말라’(출 20:13)를 비롯해 창세기 9장 6절, 마태복음 5장 21절, 마태복음 22장 39절 등을 살펴보며 자살을 해서는 안 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또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존 칼뱅, 칼 바르트, 본회퍼, 몰트만 등 중요 신학자들의 견해도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지침서는 “자살에 대한 판단과 정죄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자살자는 반드시 지옥에 간다’는 주장에 대해 경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생명 상실의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되는 것은 긍휼의 마음’이라고 전제한 지침서는 “자살을 긍정하거나 용인하는 것은 안 되지만, 성경은 인간의 지혜와 판단에 가려진체 오직 하나님께만 알려지는 영역이 있음을 분명히 증언한다”고 한 것.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 목사는 “자살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은 교회와 유가족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병 때문에 발생한 경우를 생각할 때라도 함부로 판단할 만한 일이 아니”라며 “자살자의 이전 신앙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밝힌 문서”라고 설명했다.

지침서는 ‘자살자에 대한 애도와 장례를 금지해야 하는가?’ 하는 데 대해, 사실상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한 때 교회가 자살자들의 시신과 유족들에 대한 엄격하고 가혹한 입장을 취한 것은 하나님의 긍휼의 정의를 무시한 채 생명의 복음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비탄에 빠진 이웃들을 화해와 치유로 인도하는 공동체 회복의 예식은 생명복음의 근본정신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더불어 지침서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대한 교회의 소명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회가 ▲21세기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생명상실과 파괴의 아픔에 참여할 것, ▲하나님의 긍휼로 상처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회를 치유하고 화해시킬 것, ▲예배와 교육 친교 선교 봉사를 통합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사회 속 생명공동체를 회복할 것, ▲회개하는 심정으로 생명상실의 현실을 온전히 성찰할 것, 특별히 ▲자살을 예방하고 유가족을 돌보는 선교를 더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는 통합총회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펼쳐온 ‘생명살리기운동 10년’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하고 있는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10년’ 운동이 뜻을 같이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지침서에서 또 다른 주목할 부분은 지침이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는 데 있다.

자살 예방, 유가족 돌봄 등에 있어 목회적 차원에서 누구와 준비하고, 어떻게 사역을 진행해 할지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징후와 분류, 개입을 위한 세부 항목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살이 발생할 경우, 자살시도자와 가족구성원, 친인척이 아닌 주변 사람들로 세분화해 이들의 더 이상 자살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지침서 집필위원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생명의 주를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자살 문제를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더 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경각심으로 주변을 돌봐야 한다”며 “이번 지침서가 교회가 생명 공동체로 바로 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자살자에 대한 목회 적용 지침서는 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사회문제위원회가 생명신학협의회와 협력해 만들었다. 집필자로는 조성돈 교수, 한일장신대 김충렬 교수, 장신대 김경진 교수, 한림대 인문한국연구단 박형국 교수, 용문상담심리대학교대학교 육성필 교수, 사회문제위원장 박천응 목사, 이승열 목사, 생명신학협의회 조용희 사무국장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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