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자사고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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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자사고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0.2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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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 20일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세미나 개최
▲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가 '한국교회 자사고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지난 9월 서울시 교육청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14개 학교 중 8곳에 대한 지정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배재고, 신일고, 이대부고 세 곳은 기독교계 자립형 사립고다.

서울시 교육청은 5년마다 실시하도록 한 교육규칙에 따라 평가했지만, 교육부는 절차와 과정에 일탈된 재량권이 남용됐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현재 자사고 교장단이 지정 취소를 위한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고교 평준화로 인한 교육의 하향평준화의 대안으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고액의 등록금으로 인한 귀족 학교 논란이 일고,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 선발권과 학교 선택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상당수 사립학교 특히 종립학교들은 학교 운영에 많은 자원을 직접 투입하면서도 정부 규제로 인해 신앙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육자원부,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한국교회가 자사고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배재고의 김용복 교장은 "이번 지정 취소는 꿰맞추기식 재배점과 객관성이 결여된 추가배점에 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교장은 "시교육청 예산의 연간 최소 600억원 절감, 특정학군으로서 쏠림현상 해소, 일반고 경쟁력 향상방안 제시, 학교교육 체질 강화 등의 노력을 자사고 기울여왔다"며, 귀족학교, 성적순 선발 등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장은 "기독사학들이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 편성 자율성과 자유로운 종교 활동이 보장되는 자사고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고 입장에서 발제한 경신고 박정음 교장은 자사고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박 교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제도를 바꾸면서 학교가 서열화 되는, 생명력을 잃은 교육 현실이 나타나 왔다"며 "일반고의 자율성을 강조한 가운데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는 종립학교의 태생을 존중하고 그 설립정신을 더 많이 교육해 다양성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하지만, 획일적인 국가 통제 하에 기독교적 정체성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생 추점제로 인한 학생들의 종교 자율성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비종교계 학교를 택할 수 있는 회피제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피제도는 존립 위기를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일부 학교들이 기피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미나에서는 기독교 사학들의 자성을 요구하는 견해도 있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유재봉 교수는 "기독교 자사고들이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을 하기보다 세상풍조와 시류의 편성하는 교육, 엄밀히 말하면 입시 위주의 왜곡된 형태로 운영해온 점을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유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자사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운영상의 문제"라며 "교육청이 시 페널티를 넘어 자사고 지정 취소까지 한 것은 올바른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자사고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발제한 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 박상진 교수는 "한국교회는 교육 본질의 회복과 교육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할 책임이 있다"며, "기독교적 시각에서 교육 평등과 자유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립학교가 재건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확립이지만, 오늘날은 부모의 학교선택권에 매우 제한적"이라며 "한국교회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극복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고 한국교육은 희망이 없다"며 "한국교회와 기독교 학교들이 앞장서 입시위주 교육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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