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삶, 숲 유치원에서 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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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삶, 숲 유치원에서 준비해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4.10.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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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숲 유치원 창시자 ‘페트라 예거’ 방한…좋은나무성품학교 숲 교육 도입

“숲 유치원이 초등학교 공부에 어떤 도움을 되는지 묻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숲 유치원은 다가오는 학교가 아니라 다가올 삶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거죠”

지난 16일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의 초청으로 방한해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에서나선 독일 숲 유치원 교육의 창시자 페트라 예거의 설명이다. 숲 속에서 오감을 활용해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하면서 영유아들의 학습능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숲 교육에 대한 그의 초점은 달랐다. 페트라 예거는 접근방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굳이 학습능력을 고려하자면, 숲 교육은 학교 적응을 위한 정신적인 성취와 숲에서 체험을 통한 세분화된 인지능력과 언어와 기억능력, 수 이해능력을 얻을 수도 있다.

▲ 독일 숲 교육 창시자 '페터 로제거'가 좋은나무성품학교 초청으로 방한해 강연하고 있다.

평범한 유치원 교사였던 페트라 예거가 21년 전 독일 북부 플렌스부르크에서 숲 교육을 시작할 때만해도 교육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조차도 우려가 컸다. 당장 숲이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할지를 물으며 플렌스부르크주 교육당국에서는 승인을 꺼려했다.

하지만 2년의 준비 끝에 시작된 숲 유치원은 이제 독일에서만 천여개가 넘어섰고, 전 세계로 확산돼 가는 추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상파 다큐나 보도 등을 통해 ‘숲 교육’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뿐 아니라 영유아 교육분야 종사자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일 4시간 동안 숲에서 실시되는 교육은 아이들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숲에서 흙과 나뭇잎을 만지는 활동으로 오히려 아이들의 면역력도 늘어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치료에 대안의 하나로 언급되기도 한다.

숲에서 힘과 지구력을 키우고, 나무에 매달리고 균형을 잡고, 자기 한계를 체험해보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놀이이고 교육이 된다. 숲 속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것도 인지능력, 집중능력에 큰 도움이 된다. 동화구현도 점심식사도 다 숲에서 이뤄진다.

비가 오면 독일의 숲 유치원 어떻게 할까? 각 유치원마다 다르겠지만, 그 날씨에 맞는 숲 교육을 한다는 게 원칙이다. 아이들은 비가 오면 작은 흙웅덩이에서 뛰어들 수도 있다. 젖은 식물을 직접 만져본다. 너무 비가 세차면 인근 작은 대피소에서 교육받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다. 물론 교사들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더 많아지지만, 이것 역시 교육이다.

페트라 예거는 이번 한국 방문를 위해 발표를 준비하던 중 떠오른 경구라며 이 말을 한 후 숲 유치원에 대한 강연을 마쳤다. 우리가 하는 자녀들의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표현이다. 

“어릴 때는 영리해지기 위해 어른을 배웁니다. 그 후 삶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린이를 연구합니다."

이번에 페트라 예거를 초청한 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는 그동안 펼쳐온 성품 교육에 숲 교육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숲 성품교육을 위한 전문과가정 ‘굿트리 숲 성품 창조학교’를 운영해 첫 회 50명을 배출했다. 주로 좋은나무성품학교 관련 성품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영유아 교육기관 원장들이 많았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숲 영성예배, 숲에서 가르치는 성품음악, 창조적 세계관으로 가르치는 숲 성품교육, 숲 교육 운영과 실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 교육도 실제 숲에서 이뤄진다.

수료생인 한 유치원 관계자는 “화려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자연과 즐겁게 놀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며 “물에 젖은 솔방울이 오므리는 것을 보여주면 좋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자주 숲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좋은나무성품학교는 최근 산림청 지원사업 공모에도 당선돼 숲 교육을 위해 3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협회는 저소득가정, 다문화가정, 탈북민 가정 자녀들을 위한 숲 교육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좋은나무성품학교 대표 이영숙 박사(건양대 대학원 교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성취를 강조하기보다 존체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창조주의 선한 목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숲 교육을 토대로 이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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