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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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4.10.0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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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식’ 주일학교는 그만,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국의 교회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맞물려 교회 학교 학생수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고, 신앙보다 학업이 더 우선시 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최근 교회교육디자인 컨퍼런스를 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 놓았다. 참석자들은 교회 교육을 가정과 학교를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출산의 파도... ‘학교식 교육’의 한계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1970년 출산율이 4.53명이던 것이 1983년 2.1명으로 감소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0년에는 1.6명, 2000년에는 1.47명, 그리고 2009년에는 1.1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수치는 OECD 평균인 1.71명에 크게 밑돌고, 선진국인 미국이 2.09명, 프랑스 2.0명, 영국 1.96명, 스웨덴 1.91명에 비교해 볼 때도 크게 낮은 수치다.
이러한 저출산 현상 속에서 교회교육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할 것인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은 ‘교회학교 살리기’나 ‘교회학교 부흥’이라는 접근으로 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통적인 ‘학교식’ 교육 형태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용이한 구조였지만 신앙을 형성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본질적인 신앙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교회학교 패러다임과는 어떤 다른 교육구조가 가능할 것인가? 학생 수가 적어도 적용 가능한 교회교육 구조는 무엇일까? 저출산 현상 속에서 오히려 신앙교육의 본연의 모습을 추구할 수 있는 교회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많이 가르치기보다 깊은 관계 맺어야
요즘의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안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가정에서조차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상실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내면에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구가 있다. 교회교육은 관계성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엮고, 사랑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복음을 소개해야 한다. 박상진 소장은 “교사와 학생의 인격적인 관계야말로 ‘인격적인 하나님’을 알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통로”라고 말한다. 그는 관계적 구조의 상징적인 모델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제시하면서 “교사와 학생,  학생 상호간의 관계는 그 어떤 교육내용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관계 자체가 교육하는 것이요, 서로가 관계  속에 있다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다고 할지라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적 교육구조에는 ‘멘토링’을 비롯한 일일 만남 등이 있고, 토의를 강조하는 ‘소그룹 성경공부’와 ‘제자훈련’, 그리고 가정과 회중 안에서 교제를 나누는 방식 등이 있다.
“가르침은 진리를 순종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것인데, 진리는 3인칭으로 관계 밖에 사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2인칭의 관계 속에서 인격적으로 존재한다”는 팔머의 말을 인용한 그는 “교회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치느냐보다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느냐”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소장은 “교회학교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교회교육이 위축되거나 기독교 교육의 소명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게 집중해 생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복음적 교회교육으로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가정-교회- 학교의 교육주체, 기독학부모 세우기
새로운 교회교육은 교회와 가정의 연계를 통한 전인교육 추구를 요청하고 있다. ‘복음적 앎’이 아니라 ‘복음적 삶’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주일 아침 공과공부만으로는 불충분하다. 6일 동안의 삶과 연결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연계되어야 한다. 주일학교가 역사상 많은 공헌을 했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는데 바로 교회와 가정의 분리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학교에서는 교사들에 의해서 교육이 이루어질 뿐 가정의 부모들과의 연계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점점 부모의 자녀신앙교육에 대한 사명이 약화되어가고, 교회학교는 자체의 성장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교회학교와 부모의 분리는 더 심화되어 가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와 가정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는 교회에서 실시하는 부모교육이다. 부모를 자녀교육의 책임자로 세우는 교육이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신앙교사’ 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사명감과 목적의식, 그리고 내용과 방법을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노스포인트(North Point Community) 교회는 주된 신앙교육의 책임을 부모에게 맡기고 있다. 교회는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주일에는 부모들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가정에서 배운 내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교회 학교를 진행한다. 교회는 ‘가정 같은 교회’가 되고, 가정은 ‘교회 같은 가정’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신은정 연구원은 “교회는 다시금 부모가 자녀교육의 주체임을 깨닫고 가정에서 부모가 먼저 자녀의 신앙을 비롯한 교육전반에 관심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기독학부모를 세우기 위한 ‘기독학부모교실’이 소개됐다. ‘기독학부모교실’은 총 8강에 걸쳐 기독학부모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건전한 교육공동체로서 교회와 가정, 학교를 연계하는 방안을 가르친다. 기독학부모교실은 특히 중보기도시간을 통해 기독학부모로서 사적인 차원의 자녀 양육 보다 교육 자체에 대한 공적인 책무성을 부여한다. 신은정 연구원은 “중보기도는 참석자를 기독학부모의 사명으로 이끌어주는 원동력” 이라고 설명했다. 
기독학부모교실은 지난 2007년 영락교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거룩한빛광성교회, 분당 가나안교회, 수원성교회 등 수도권 일대와 청주 남부교회, 포항기쁨의 교회, 등 지역교회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분당샘물중학교와 광성드림학교, 쉐마학교등 대안학교에서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기독학부모 교실 교재를 바탕으로 부모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신 연구원은 “기독학부모교실을 한 뒤 매달 정기적으로 모이는 기독학부모 모임이 정착된 교회가 적지 않았다”며 “기독학부모들이 교회교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협력하면서 주일에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이 증가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학업과 신앙의 통합... 신앙적 교육열로의 전환해야
잠언 1장 7절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은 ‘신앙’과 ‘학업’을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학업에 지장이 오고, 학업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신앙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주일 아침에도 교회학교 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학원에 가는 학생들이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부모들이 있다. 박상진 소장은 “신앙과 태도가 형성되지 않은 채, 학업 성적만을 올리려는 노력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기본이 형성되 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곧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앙과 학업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기독교(대안)학교 설립과 방과후 학교, 주말학교 형태의 연계, 학업과 진로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확립하도록 하는 단기교육 등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이종철 연구원은 “대학입시까지만 보고 달리는 근시안적 입시위주의 교육을 인생 전체를 보고 넓은 시야로 나가는 ‘생애위주의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기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직업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진로를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도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할 때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다”며 교회가 성경적 진로 소명 탐색 교육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직장사역연합, 좋은교사운동 등과 함께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기독교운동을 펼치고 있다.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운동에서는 교회학교와 함께하는 ‘주일에는 교회로’ 캠페인과 건전한 수능기도회 운동, 세속적 입시 설명회에 대응하기 위한 기독교적 입시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성경적 진로 소명 탐색 프로그램인 ‘스윗스팟’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10주 과정의 교육과정으로,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비추어 학생 스스로가 올바른 진로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입시사교육바로세우기운동은 이같은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해마다 ‘스윗스팟 지도자과정’을 개설해 개교회에서 직접 성경적 입시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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