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조선족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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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어느 조선족 부부의 이야기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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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3년된 조선족 부부가 있다. 남편은 매일 밤 10시까지 식당에서 일을 하지만 아직 한국에 들어 올 때 진 빚도 다 갚지 못했다. 너무나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아내는 2번의 유산끝에 아기를 가졌다. 오는 5월 아내는 아기를 출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지난 2월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1.2㎏의 이 작은 미숙아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의료보험도 안되고 돈도 없는 조선족 부부는 아이를 포기하고자 했지만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쌔근쌔근 숨을 내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병원비만 4백여만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가 건강해질 때까지 얼마의 돈이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다. 단지 이 조선족 부부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만 소망하고 있다.

이 안타까운 조선족 부부는 최근 통합측 여성상담소와 연결이 되어 가까스로 아이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늦게나마 교회단체와 연결이 되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세상과 교회의 관심 밖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에도 돈은 모을 수가 없고 사기와 협박이 그들을 늘 위협한다. 자신들의 손가락과 팔다리는 물론 생명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

어느 외국인노동자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 한국이라는 나라를 저주하며 살아가겠노라”는 그들의 울부짖음은 분노에 가득차 있었다.
누가 이들을 도울 것인가.
부흥과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외된 이들을 보지 못했던 한국교회는 지금이라도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대가없는 사랑을 나눠주어야 한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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