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다 주께 거함이 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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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보다 주께 거함이 더 소중합니다.
  • 승인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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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30분. 잠에서 깨어난 선수들이 성경을 품에 안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잠시 후 LG칼텍스정유 배구단 수련소에는 기도소리가 들린다. 배구단의 아침은 이렇듯 기도로 시작된다. 신앙공동체. 그것은 김철용감독이 팀의 우승에 앞서 하나님께 드린 첫번째 제사였다.

일신여상 118연승. 호남정유 4년 1개월 무패 신화. 여자배구 슈퍼리그 9연패. 한국 배구 역사상 아니 스포츠 역사상 이처럼 화려한 기록이 또 있을까. 김철용감독(안디옥교회 장로·48)이 만들어 놓은 승리는 기록이라기 보다는 신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승리의 비결을 아주 간단한 한마디로 설명했다.
“모두 하나님의 은혜일 뿐입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슈퍼리그 대회. 내로라 하는 주전이 모두 빠진 LG팀은 사실 결승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결국 준우승에 그쳤지만 감독도 선수도 모두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기고 지고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나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소리내어 기도하는 LG배구단. 간혹 TV에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눈가를 붉게 만든다.

김철용감독이 LG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7년. 일신여상 배구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33세의 젊은이를 스카웃 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LG정유(당시 호남정유)는 김감독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그러나 새로운 감독만으로 팀이 살아나는 것은 무리였다. 김감독이 부임한 뒤 2년동안 LG는 쓰디쓴 패배를 더 맛봐야 했다. 그러나 김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선수들을 신앙으로 묶어주는 일. 그것이 더 시급한 과제였다.

첫 부임 후 김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매일매일 드려지는 예배에서 아무리 감독이 크리스천이라 해도 강제로 예배를 권할 수는 없었다. 선수중에는 배가 아프다고 빠지는 이도 있었고 종교적인 차이를 이유로 반발하는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감독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선수들의 이성에 의한 행동보다 갑자기 일어나는 발작이었다. 연습도중 눈이 빨갛게 되어 쓰러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동그랗게 모여앉아 기도를 할 때 절반이 마치 도미노를 하듯 쓰러져 버렸다. 귀신 들린 선수들은 망측한 소리를 내뱉으며 감독을 조롱했다. 사단의 장난이었다.

당황한 김감독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선수들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 때 형은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안될 것이 무엇이냐. 네가 손을 얹고 예수 이름으로 물러나라고 소리쳐라.”
그는 담대한 마음을 가졌다. “예수 이름으로 썩 물러가라!” 몇차례의 호령끝에 정신을 차린 선수들. 시련을 이긴 뒤에 더욱 단단해진 선수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깨닫기 시작했고 열심을 다해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팀이 다져질 무렵 김철용감독과 선수들은 첫 승이라는 감격을 맛보게 된다.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첫 승 후 인터뷰에서 김감독이 처음 내뱉은 말이다. 정말 그의 마음에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충만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룹의 임원진들이 함께한 축하만찬에서 김감독은 또 한번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임원들이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며 불쾌감을 표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단에서 내 신앙이 싫다면 언제든지 구단을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타인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오직 하나님의 이름을 높인 그에게 돌아온 것은 슈퍼리그 9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 회사도 언론도 모두 그의 하나님을 찬양했다. 신앙의 힘을 실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이기고 2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 역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LG의 승리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저 하나님의 놀라운 힘에 감탄할 뿐이었다.
국가대표를 이끌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으례 김철용감독을 만나면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태릉에서의 하루도 기도로 시작됐다.

그의 실력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았다.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국의 전력으로는 도저히 일본과 중국을 꺾을 수 없는 상황.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이름을 아시아까지 드높였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을 하나님이 이뤄주신 것이다.

김감독은 중학교 체육대회때 선생님의 눈에 띠어 배구를 시작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꿈을 안고 고등학교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하지만 176㎝에서 멈춰버린 키는 그의 꿈을 접어야 할 만큼 치명적인 상처로 남았다.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코트 주변만 맴돌던 소년. 그는 여러차례 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네 노력이 부족하다”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점프실력을 키우기 위해 2단줄넘기 1천번, 토스 2천개, 10㎞달리기 등 그는 선수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을 지켜본 하나님은 작은키의 소년을 코트에 세워 주셨다. 세터로 뛰던 친구가 손가락 골절을 입어 김철용감독이 교체기용됐던 것이다. 그는 그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삶의 고비가 없었다면 제 믿음도 바로 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시련을 통해 저를 키워주셨고 은혜가운데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24년만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감독은 이런 체험담을 선수들에게 자주 들려준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기본을 지키는 신앙을 강조한다.
김감독이 말하는 신앙의 기본 가운데 첫번째는 다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지 말라는 것. 시합을 앞두고 하나님을 찾는 선수들에게 “천국을 잃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또 한가지는 가족의 전도. 자신만 하나님을 영접하고 천국의 기쁨을 가족에게 전하지 않는 것도 죄라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휴가기간 집을 찾은 선수들은 부모님과 교회에 나가는 일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헌금. 선수들은 무조건 월급에서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드린다. 또 주장이 받는 수당도 하나님을 위한 일에 쓰여진다.

1천만원을 건축헌금으로 내 놓으면 1천5백만원이 되어 돌아오고 상품으로 받은 차를 헌금하면 하나님이 그의 발걸음을 평생 책임져 주신다는 체험에서 비롯됐다. 선수들은 감독의 이같은 믿음때문에 경기가 끝나고 받는 우승 상금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일에 사용한다. 매년 어린이 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을 찾아다닌 LG배구단은 MBC ‘칭찬합시다’의 211번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우승 자체 보다는 내가 하나님 안에 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매일 새벽재단을 쌓으며 팀을 위해 그리고 꿈을 위해 기도하는 김철용감독. 그의 남은 소망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네가 어디를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 모든 대적을 네 앞에서 멸하였은즉 세상에서 존귀한 자의 이름 같이 네 이름을 존귀케 만들어 주리라(삼하 7:9)”.
즐겨 묵상하는 사무엘서의 말씀처럼 오직 하나님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땀흘리는 코트의 선교사 김철용. 한국 여자배구와 그의 이름이 세계에 새겨지길 소망한다.

이현주기자(lhj@ucn.co.kr)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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