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
상태바
생명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
  • 승인 2003.03.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컵을 치르고 4강까지 올랐던 우리나라, 그러나 지금은 생명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힌 후진국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인재로 인해서…….

지난달 18일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세계도 놀란 비극적인 대형 참사로 아직도 사건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정신질환자의 무모한 행동과 기관사의 무책임한 태도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한 청소년들과, 아버지를 얼마 전에 잃은 삼남매를, 시어머니에게 맡긴다는 마지막 말을 하고 죽어야만 했던 며느리…….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사고로 무고한 생명을 잃어야만 하는가? 하루 빨리 사고가 수습되어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이 위로 받기를 바란다.

인간에겐 본능과 함께 이성의 힘이 작용한다. 본능적 욕구 충족을 위해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몸을 피한다. 또 많은 것을 쉽게 얻으려고 지혜를 짜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금수(禽獸)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의 언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현장의 기관사는 자기만 살겠다고 '마스터 키'를 뽑아 달아났고, 종합사령실 직원은 안이한 태도로 상황을 오판해 엄청난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

더 나아가 전동차 제작시 불연제를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연제를 써서 시공했던 부실 공사자와, 사건이 발생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현장을 물로 깨끗이 씻어 사고 자체를 은폐하려고 했던 공직자들…….

이것이 금수만도 못한 사람들이 활개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안전은 뒷전이고 대충 대충 빨리 빨리 하다보니 내실은 부실해 질 수밖에 없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결국 한국인의 고질병적인 무사안일주의 근성이 급기야 무고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야 말았다.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생명의 보존을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도덕적 가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치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해를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이럴 때 좋은 결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또 공정하고 공평한 방법으로 책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인재는 인간의 도덕적 해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너와 내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생명 경시 현상과 무책임, 기강 해이가 반복된다면, 우린 대구 참사와도 같은 재앙을 또다시 겪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소외 계층을 위한 국가의 복지 정책이 우선 시 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국민들의 시각이 변해야 한다. 타인이 겪고 있는 불행이 그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남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 계층이 자제하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 소외 된 계층의 불만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삶은 궁극적으로 가치있는 것이다. 빈부의 격차, 권력과 지위의 고하, 장애와 비장애, 학력의 차이, 남녀노소, 직업의 귀천을 초월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이다.

이제 교회는 물량주의와 세속화의 물결에서 벗어나 교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시들해진 영성을 회복하는 일, 즉 복음 전파에 전력해야 한다.

영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인간의 행복을 앗아가는 일에 주역이 될 수 없다. 교회는 개인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일깨워 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삶의 목적이 분명한 사람을 많이 키워내는 것이야 말로 총체적으로 혼탁한 이 시대에 교회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기다리던 봄이다. 새봄과 함께 예수님의 새 계명으로 개개인의 생명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