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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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기쁨
  • 승인 2002.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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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기부(나눔)를 부자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기부 액수가 커야만 되는 줄로 안다. 재단법인 ꡐ아름다운 재단ꡑ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한번이라도 기부해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이 성인 1천10명 가운데 57%, 연말연시에만 한다는 사람이 35.5%로 나타났다. 또 정기적으로 기부한다는 사람은 16.3%로 미국의 정기적인 기부자(전체 80%)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연 평균 기부액은 9만8천6백60원으로, 미국(1백29만원)과 영국(18만7천2백원)의 절반 또는 10분의 1이다. 이처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부 문화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기부 문화(나눔의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 TV 방송에서 실시하는 ꡐ사랑의 리퀘스트ꡑ 프로그램은 ARS 전화 한 통화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수화기를 든 시청자들은 모두 기부자가 된다. 한 통화에 1천원의 나눔으로 수많은 사람이 동참해, 음지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이웃에게 작은 사랑을 심어주고 있다. 비단 이것은 TV뿐만 아니라 라디오, 신문 등 언론매체는 물론 사이버(Cyber) 공간의 기부 사이트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아주 작은 금액이 불우한 이웃에게 힘이 된다면, 그래서 그들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우리의 소박한 정성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기부 문화가 과거와는 달리 단발성이나 일회성이 아니라 작지만 개인이나 사회 곳곳에서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기부 활동 중에는 금전적인 기부와 함께 시간이나 재능으로 나눔을 실천할 수도 있다. 비근한 예로, 태풍 ꡐ루사ꡑ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인명과 재산을 잃는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이때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를 복귀하느라 오랜 시간 구슬땀을 흘렸다. 어느 자원봉사자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복구 현장에서 수재민들과 함께 살다시피 했다.

또 예술가들은 음악회나 전시회, 그리고 공연에서 얻어진 수익금을 기꺼이 수재 성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유치원 꼬마의 고사리 손에 쥐어진 돼지 저금통에서부터 사회단체와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이웃이 어려울 때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한 셈이다. 복지 시설에서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자원봉사자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성금을 기탁하고 돌아가는 기부자들이 있어 각박한 세상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요즘은 기부금을 낸 사람의 기부 목적과 의지가 반영되어 어려운 사람들의 작은 꿈을 실현해 준 ꡐ테마 기부ꡑ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것은 교회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교회마다 형편이 다르겠지만 신자들이 지정헌금이라는 이름으로 바친 헌금은 그들이 원하는 곳에 쓰여지고 있다. 기부(나눔)란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는 자세를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인식할 때 나눔이 시작될 수 있다.

나눔이란 하나님께로부터 구원받은 사람들의 의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병이어의 기적(마가복음 60:30-44)은 예수님께서 나눔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신 예라고 할 수 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열두 바구니나 남았다. 작은 나눔이 기적을 이룬 것이다.

기부금에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특히 가진 사람들의 자발적 나눔이 필요하다. 세제 혜택이 주어져서가 아니라 가진 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자세야말로 가진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이며 나아가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밑걸음이 되는 것이다.

결실이 탐스러운 계절이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서, 나눔의 열매를 맺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독교인들이 되자. 사랑과 기쁨, 그리고 소망과 감사는 나누면 나눌수록 그 크기가 배가 된다. 반대로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 아무 것도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자신이 막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 보라. 지금, 내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감사하자.

박대훈목사<청주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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