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교회를 낳고 세우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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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교회를 낳고 세우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3.27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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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기획 - ‘상생과 동반성장’의 해답을 듣다 - 판교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세번 째 분립개척 실천한 판교샘물교회 박은조 목사

▲ 서울영동교회에서 샘물교회, 판교샘물교회, 은혜샘물교회까지 분립개척한 박은조 목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기치중 하나는 상생, 동반성장이다. 함께 살고 함께 성장하자는 뜻 깊은 정신이 담겼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 교회는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라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 교회의 상생 대안을 찾아 세 차례의 기획기사를 게재하면서 그 대안으로 ‘분립개척을 찾아냈다.

교회를 세운 뒤 일정의 기간이 지나 교회가 성장하면 해당 교회의 성도 일부분이 한 목회자와 함께 떨어져 나와 새로운 교회를 만드는 분립개척. 그 안에는 교회가 가장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인 ‘공동체성의 회복’이 담겨져 있다.

서울영동교회에서 시작해 총 11개 분립개척의 토대를 마련한 판교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를 만났다.
 

■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제과업 등 프랜차이즈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출점제한을 권고했습니다. 동네 상권이 살아나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한국 교회 상생의 대안으로 분립개척을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1만 명이 모이는 한 교회보다 1천 명이 모이는 열 교회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규모를 가지고 교회가 건강하다, 건강하지 않다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성’이 보장되는 것은 대형 교회보다 소형 교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의 덩치가 커지면서 그리스도의 몸이 돼야 할 교회가 공동체가 아닌 기업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지 않았을 겁니다. 교회가 공동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위한 교제가 있어야 하고, 교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규모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교회가 교회를 낳고 세우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서울영동교회에서 어떤 계기로 분립개척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교회의 부교역자를 분립개척교회의 사역자로 파송할 수도 있었을텐데 직접 교회에서 나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시 서울영동교회에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던 것이 ‘새로운 돌파구’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간구하는 기도였습니다. 목회를 한지 16여년 쯤 되었을 때라 목회자로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고, 스스로 지친 모습도 없지 않았습니다.

분립개척에 대한 논의는 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회자는 제가 아닌 부목사를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당시 장로님들과도 그렇게 논의를 진행 중이었고요. 당시 이 문제로 여러 선배 목사님들께 자문을 구하려고 찾아뵈었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나님이 생각을 부어주심을 느꼈습니다. 다른 이를 보내지 말고 제가 직접 개척하라는 생각을 주신 것이죠. 그 외에도 여러 차례 물처럼 부어주셨던 생각과 아내의 동의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샘물교회를 개척하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기도했고, 기도 덕분에 샘물교회는 빠른 시간에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 분립개척을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준비하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많은 분립개척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샘물교회를 개척할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분당 지역의 인구분포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연령대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당시 분당에는 서울에서 밀려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습니다.

당시 30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결혼한 지 몇 년 지나면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 자녀양육과 교육에 고민이 많다는 것, 사회생활에서 아직 말단인데 기독교인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에 집중됐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온 가족이 함께 예배를 준비했습니다. 또한 부부 성경공부도 개설하고, 30대를 위한 멘토들의 강좌도 열어 필요를 채우니 자연스레 성도 수가 늘었습니다. 판교샘물교회로 분립개척 할 때 샘물교회의 약 80%가 30~40대였습니다.

분립개척에 있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교회를 담임하던 목사가 진행하던 사역의 연속성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목회자가 전임자가 하던 일을 맡아 잘 진행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 한국 교회가 썩어 ‘악취가 진동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한국 교회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십니까?

문제의 원인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목사가 목사답지 못하고, 성도가 성도답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가진 사명과 본질을 잊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든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마태복음 16장 말씀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으로 향하십니다.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 시저(Caesar)의 이름을 딴 도시인만큼 멋지고 반듯한 도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예수님은 이곳에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질문하시고, 이에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화답하십니다.

로마의 상징, 세속의 상징인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베드로가 말한 그 믿음이라는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교회는 작은 교회도 성장을 지향합니다. 교회답게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믿음 위에 세운 교회가 아닌 세상의 영광이 묻어나는 교회를 꿈꿉니다. 교회가 기업의 모습을 가진 것을 제 자신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제게서 목사가 아닌 한 기업의 사장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교회는 크고 작고의 문제에서 떠나 서있는 자리에서 복음이 선포되며, 이웃을 섬기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합니다. 목회자들의 야망에 교인들이 도구가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빛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세상의 빛을 쫓는 교회가 되어버렸습니다.

■ 그렇다면 쇠퇴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할까요? 한국 교회의 공동체성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예전 교회를 다니지 않으시던 저희 아버지께서도 교회 ‘집사’라고 하면 “그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집사는 커녕 목사까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907년 원산에서 시작된 선교사들의 기도회는 ‘회개’의 영으로 가득 찼습니다. 조선 사람들을 섬기러 와서 그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홀대했다는 그들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끼쳤습니다. 이듬해 평양 장대현교회의 부흥은 사경회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집니다. 성경을 알아가고 깨달으려는 노력 속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 교회의 상황은 사람이 애를 써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직접적인 하나님의 ‘부으심’이 있어야 합니다. 믿음으로 길을 걷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속 기도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한국 교회를 세워가는 이들의 시작점인 신학교나 신학대학원에서 정말 말씀 중심의 제대로 된 교육으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사모하는 목회자들이 길러져야합니다.

■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요?

성도들에게 교회에 관련된 일들을 최대한 공개하면 교회가 투명해집니다. 당회의 결정, 헌금, 재정보고까지 말입니다. 문제가 될 가능성을 줄여가자는 말입니다.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샘물교회가 가진 하나의 원칙입니다.

교회의 사역자들에 대한 돌봄도 필요합니다. 샘물교회 사역자들의 생활비는 모두 같습니다. 담임목사나 부목사나 전도사까지 모두 동일한 생활비를 받습니다. 가족의 숫자에 따라 생활비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모두 기준이 같아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사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계속해서 교회를 개척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건강한 교회를 계속 세우다보면 한국 교회 전체가 건강한 교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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