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길’따라 걸으니 눈물이 … 부활의 언덕에 오르니 주님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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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길’따라 걸으니 눈물이 … 부활의 언덕에 오르니 주님이 계셨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3.27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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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기독교미술관 ‘C아트뮤지엄’
▲ 정관모 교수가 미술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일, 하루를 마감하고 무심히 내리는 비를 원망했다. 비가 오면 다음날 취재가 굉장히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생각과 고민을 거듭하다 내가 비를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하나님께 온전히 내일을 맡기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 우려했던 마음과 기상예보를 뒤엎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려 여주를 지나 양평에 도착했다. 굽이굽이 고개를 지나고 또 지나 한참을 달리자 ‘양평 숲속의 미술공원’이라는 간판이 슬며시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 서있는 조각들. 이제야 미술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자동차 문을 열고 나갔다. 3월 중순인데도 산 속이라 아직 바람에 코끝이 차다. 옷깃을 여미고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C ART MUSEUM
이날 찾은 곳은 C아트뮤지엄. 성신여대 정관모 명예교수(영암교회 은퇴장로)가 관장으로 있는 예술공원이다. 처음에는 예술을 사랑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시작한 일에 신앙의 깊이가 더해져 공원의 이름까지 바꿨단다. 박물관의 이름 중 ‘C’는 ‘이 시대(Contemporary)에 창조적(Creativity)이고 기독교적(Christianity)인 정신으로 정관모(chung)가 설립한’이라는 뜻을 가졌다. 그렇다고 기독교적인 작품만 즐비해 믿지 않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릴만한 곳은 아니다.

그 누구나 생각하고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공원은 가득히 채워져 있다. 또 각 작품들의 뒤편에 ‘그리스도’라는 진리가 품어져있다는 사실은 크리스천들에게 하나의 ‘회복’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됐다.
매표소에 방문 목적을 이야기하니 몇 분이 지나자 한 노신사가 뛰어나온다. 정관모 교수였다.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관모입니다. 무엇부터 해야되나요? 먼저 미술관을 좀 둘러보시죠. 그래야 질문할 거리도 생기겠죠?”

뿜어져 나오는 분수, 다른 분수들과 다를 것 없어보이던 그 곳에 말씀이 적혀있다. 분수 또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성령의 열매’라는 이름을 가진 분수 주위를 둘러싼 커다란 조형물에는 말씀이 새겨져 마치 성령의 말씀이 마른 땅을 적시는 것 같았다.

뒤이어 찾은 미술관에서는 그의 청년시절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짙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미술관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은 십자가의 형상을 모아놓은 ‘십자가 모음’이라는 작품.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십자가 형태를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

▲ 정근모 교수의 작품 '십자가 모음'. 전 세계에 퍼져있는,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십자가들을 모았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많은 작품활동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그림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주신 달란트로 하나님을 나타내게 하신다. 그게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천지창조, 실낙원, 노아의 방주, 모세이야기, 요나이야기 등은 성경지식이 많지 않은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와 형상화를 활용했다. 더불어 작품을 직접 만든 이의 설명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정 교수는 “미술관의 작품에서는 예수님과 기독교를 상징한 작품들도 많지만 그저 세속적으로 보이는 작품도 있다”며 “세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것이야말로 정말 의미있는 예술 행위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는 전혀 성경적이지 못한 꽃이지만, 그 꽃이 태양만을 바라보듯 내가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가 생각했을 때 나는 해바라기보다 못한 신앙을 갖고 있다며 반성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속(俗)’에서 ‘성(聖)’을 찾는 것이 바로 그의 예술 철학이었다.

# 예수수난 14처상
미술관의 작품을 마저 둘러봤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의미 전달로 마음 속 울림은 점점 커져갔다. 이어 ‘올라가는 곳’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르막길을 따라갔다. 예수님의 고난을 열네 단계로 나눠 만든 비석들, 그 안에 예수님의 다리를 중심으로 고난이 표현되어 있었다.

▲ 예수님께서 오르신 골고다 언덕을 생각하며 고난을 14회로 나눠 제작한 고난의 길. 고난 뒤에는 눈부신 하나님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니 마치 내가 예수님과 함께 골고다언덕을 오르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사형 선고를 받으심,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예수님께서 넘어지심,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심, 시몬이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짐….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지난밤 내린 비로 젖은 비석들은 마치 그의 고난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듯 했다.

▲ 골고다 언덕에 올라가는 도중 11번째 비석. 예수님의 고난을 하반신에 비중을 둬 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부분.
열네 번째 비석을 지나고 몇 걸음 더 걸었을까. 붉게 녹이 슨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걷자 눈에 가득 차는 모습.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님의 얼굴이었다.

고난의 시간을 견디자 나타난 예수님의 얼굴엔 평온함이 가득했다. 그 뒤로 예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후광과 함께 왼쪽 위로 하늘을 향해 뻗은 사다리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듯 했다.

총 23.5m, 예수님의 얼굴만 15m인 작품 ‘Jesus Christ’는 예수님의 얼굴상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작품 아래로 조그만 입구가 여러 개 만들어져 있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모두 느낀 후 감사의 기도를 드릴 기도처를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견디고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신 상황을 생각하며 제작했다는 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 'Jesus Christ'
정 교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예수님의 고난의 길을 걸으며 슬픔의 눈물을 흘리시고, 예수상을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신다”며 “예수상 아래 기도처가 마련되어있다는 설명을 드리면 모두 자연스레 그 안으로 들어가 통회의 기도를 드리신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만든 작품들이 다른 사람들의 믿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수상에는 기독교의 상징 ‘부활’을 담으려고 했다”며 “수난을 겪은 후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실 때의 표정을 생각하며 작업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을 겪은 뒤 예수님의 고백은 내 영혼을 주께 맡긴다는 뜻이고 우리의 삶 또한 내 삶을 주께 맡기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예수상 아래서 정관모 교수.

# 주님 앞, 오직 ‘아멘’
예수상 주변은 ‘Jesus Hill’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십자가들이 우뚝 서 있다. 한 바퀴 돌며 다시 한 번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했다. 정 교수의 안내를 받아 조그마한 언덕을 다시 올랐다. 커다란 돌기둥들이 하늘로 솟아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 교수는 하나님께 받은 달란트, 그리고 축복으로 미술관을 세웠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예수님을 상징하는 작품들을 수없이 세웠다. 그리고 남은 것은 ‘감사’였다. 12개의 돌기둥 가까이 다가가니 기둥마다 한글의 자음이 네 개씩 배열되어있다.

한 개씩 이어 읽어보니 ‘ㄴㅇㅎㅇㅈㄴㅇㅅㅊㅎㄹ’, ‘ㄴㅇㅎㅇㅈㄴㅇㄱㅃㅎㄹ’, ‘ㄴㅇㅎㅇㅈㄴㅇㄱㅅㅎㄹ’, ‘ㄴㅇㅎㅇㅈㄴㅇㅊㅇㅎㄹ’였다. ‘네 여호와 주님을 송축하라, 기뻐하라, 감사하라, 찬양하라’라고 자음을 활용해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정관모 교수는 “언젠가 내가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며 “그 감사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큰 작품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다시 살펴보면 작품에 새겨진 말씀은 모두 열한 자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2라는 숫자 ‘dozen(다스)’는 열두 제자, 열두 지파 등 성경에서 완전한 숫자로 사용되는데 말씀에서 한 자가 모자랐던 것이다. 이 때문에 2주 이상을 고민했다. 기도와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기도를 마치고 ‘아멘’을 외쳤는데, 그 아멘이 바로 이 열두 번째 대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정관모 교수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제작한 작품 'AMEN' 12개의 커다란 비석이 동그랗게 둘러서 있다. 각 비석에는 자음이 네 자씩 배열되어 있는데, ‘ㄴㅇㅎㅇㅈㄴㅇㅅㅊㅎㄹ’, ‘ㄴㅇㅎㅇㅈㄴㅇㄱㅃㅎㄹ’, ‘ㄴㅇㅎㅇㅈㄴㅇㄱㅅㅎㄹ’, ‘ㄴㅇㅎㅇㅈㄴㅇㅊㅇㅎㄹ’였다. ‘네 여호와 주님을 송축하라, 기뻐하라, 감사하라, 찬양하라’라는 뜻을 가졌다. 11자의 자음과 마지막 하나의 비석에는 아멘 이라고 쓰여있다.
‘아멘’은 하나님에 대한 나의 믿음을 확인하는 절차다. ‘네, 하나님 그렇게 될 줄 믿습니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 그렇게 되리라 믿으면서 작품 제목 또한 ‘아멘(Amen)’으로 명명했다”고 말했다.

사실 약 5만여 평의 미술관과 미술공원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관람객도 적어 힘겨울 때도 많다. 하지만 정 교수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제가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방명록’입니다. 여러 처소에 방명록을 준비해뒀는데, 많은 분들이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십니다. 자신의 마음, 심성, 정신, 영혼이 담긴 짙은 자기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분은 계절마다 미술관을 찾아 자신의 신앙을 점검한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이 계신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찾아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회복하는 역사가 일어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미술관과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묵상하니 한 시간을 훌쩍 넘었다. 쌀쌀했던 날씨도 해가 중천에 뜨자 점차 따뜻해졌다. 고난주간을 보낸 후 부활절, 예수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면 더욱 기쁜 부활절이 되리라 믿게 되는 뜻 깊은 여정이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니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 고난의 시간을 견디면 부활이라는 기쁨이 찾아온다는 진리를 자연 속에서 깨닫게 하셨다.  <양평=김동근 기자>

미술관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단석리 402번지, 대표전화 : 031-775-6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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