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성장수단’ 잘못된 공식 과감히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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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성장수단’ 잘못된 공식 과감히 버리자
  • 이현주, 김동근,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5.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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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⑥ 무리한 건축과 교회대출 이대로 좋은가 (하)

교회대출 경상비의 70%까지 무리… 30% 넘어서지 말아야
사역에 침해받지 않는 건축으로 선교의 본질부터 회복해야

#1. 경기도의 한 교회는 교회 건축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성도를 매수했다. 이날 하루만 외부에서 성도들을 사들여 좌석을 채운 것이다. 결국 원하는 비율의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성전 완공 후 대출금 후유증은 고스란히 남았다. 무리한 건축의 결과로 목회자는 교회를 떠났고, 성도들은 빚을 갚아줄 능력있는 후임을 구하고 있다.

#2. 서울시 뉴타운 지역의 한 교회는 종교부지를 받아 기존 성전보다 3~4배 규모의 새성전을 건축했다. 평소 성도들의 헌신이 높은 교회였고, 건축헌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건축비는 예상보다 높았고, 교회는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집사 500만 원, 권사 1000만원, 장로는 2000만 원 이상의 약정을 요구했다.

#3. 아현뉴타운 지구의 한 교회는 지난 4월 착공예배를 드리고 성전건축을 시작했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할 수 없이 기존 예배당을 헐어야 했지만 목회자는 건축에 대한 부담을 성도들에게 떠넘기기 싫었다. 인근 교회들이 1000~2000평의 성전을 건축하는 것과 달리 연건평 500평 규모의 작은 성전을 설계했고, 내장 인테리어를 최소화했다. 보상비용만으로 성전을 건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많은 교회들이 건축을 시작하면서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한다. 물론 교회가 건축을 시작할 때는 성도들의 헌신과 결단이 담보되어 있다. 그러나 막상 무리한 대출은 성도들의 발목을 잡는다. 세 번째 사례처럼 조금 작게 짓는다면 건축비의 부담은 한결 작아진다. 문제는 일단 키워놓고 보자는 교회들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 “사람이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당이 전도한다”는 웃지 못할 말들이 교회의 외형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 재정 70%까지 무리한 대출
1,2금융권을 모두 합쳐 8조9천억 원의 교회대출이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통계는 충격 그 자체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잡히지 않은 통계가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재무설계사는 “교회는 금융권에서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다. 보험회사에서조차 교회를 대출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캐피탈이나 손해보험, 단위 금융조합이나 저축은행 등 고금리 금융기관들이 교회를 상대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1,2금융권에서는 5.5~6.5%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금융 신용도가 낮은 기관을 찾아갈수록 이자는 더 높아진다. 최하 8.9%에서 15%까지 고금리로 대출을 받는 교회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추측들이 “연간 교회가 내는 이자가 2조에 달한다”는 소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 교회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한 건축회사 관계자는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들이 기존 재산이나 헌금보다 대출에 의지해 성전을 짓는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대출 비율은 7:3으로 전체 경상비에 70%를 대출원금과 이자비용에 투자한다.

그나마도 서울지역 교회들은 담보의 70%까지 대출을 받지만 지방 교회들은 50%에도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도들을 담보로 대출비율을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야긴건축 김현희 사무장은 “많은 교회들이 건축에 대한 사전 지식과 준비 없이 뛰어들어 낭패를 보고 있다”며 “건강한 교회건축을 위해서는 부지 매입단계부터 철저한 준비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지의 성격에 따라 건폐율과 용적률이 다르고 섣부른 설계 공모는 부실한 시공업체 선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정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는 것도 교회부도의 원인이 되지만 건축과정에서 사전조사가 부족한 교회들의 경우 설계 초기보다 두 배 가까운 건축비를 부담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또 값싼 업체를 선호하면서 중간에 시공사 부도로 건축비가 상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김 사무장은 지적했다.

# 성장의 도구로 전락한 교회건축
교회건축은 하나님의 사역을 돕는 도구이자 기독교 예술로도 가치를 지닌다. 실천신학대학원 정시춘 교수(정주건축연구소)는 “최근 한국의 교회건축은 모더니즘 이후에 나타난 포스트 모더니즘적 경향과 미국의 대형 교회들의 영향, 그리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된 교회들 간의 경쟁 및 유행, 모방 등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는 건축의 현실도 문제로 꼽았다.

한 교회가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간의 교회 예산에 해당되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 하며, 대부분의 교회들은 건축을 결정한 때로부터 건축을 완성하고 그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거의 10년 동안, 자금을 필요로 하는 교회 사역의 상당한 부분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축 빚으로 인해 ‘사역’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이면에 교회성장의 수단으로 건축을 결정하는 한국 교회의 추악한 현실이 지적됐다. 정시춘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많은 교회건물이 눈에 잘 띄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설계 전 인기투표를 하는 등 실용성이나 예술성보다는 대중성과 유행 또는 과시적 목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의 많은 교회가 교회건축을 성장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교회건축이 교회성장을 돕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 교회들과의 경쟁 속에서 기성 교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교회를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시적 교회건축이 과도한 경쟁으로 나타나면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기에도 재정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교회들까지 빚을 져가면서 교회를 세우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정 교수는 우려했다.

# 교회건축보다 사역이 우선돼야
재정 전문가들이 말하는 안정적 부채 비율은 30%. 원금과 이자를 합쳐 자신의 월수입의 30%가 넘지 않아야 한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교회도 마찬가지. 전체 경상비의 30%, 혹은 최대 40%를 넘어서면 반드시 빚에 발목 잡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빚’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

영남대 경영학부 박정윤 교수는 “한국 교회는 빚에 대한 성경의 탁월한 지식과 지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오히려 건축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많은 금액을 대출해, 대출금 상환 압박과 이자지급으로 헌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의 가르침에 역행한 채 빚을 지고, 빚에 대한 성경의 교훈을 성도들에게조차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교회는 성급히 건축을 하기보다 건축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건축시기를 연기함으로써 교회자원의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이 교회의 사역에 지장을 주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최호윤 회계사는 “건축으로 인해 기존의 교회 사역들이 지장을 받아선 안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가 건축 후 대출 부담으로 인해 다른 사역을 포기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교회나 개인이나 빚이 많다보면 빚을 갚기 위해 복을 달라는 왜곡된 신앙의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최 회계사는 “재정 전문가들이 30% 비율로 안정성을 말하는 것조차 율법적 기준”이라며 “건축을 결정했다면 목회자와 성도가 먼저 ‘교회의 사역에 지장이 없는지’ 고려하고, 매월 재정공개를 통해 상황을 알려야 하며, 공동의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건축을 결정할 때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어떠한 교회를 지을 것인지 △지역사회와 어울리는 교회는 어떤 모습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올바른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는지 △선교와 교육 등 교회의 사역에 지장은 없는지 등 성도들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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