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교회 대출 ‘10조’ 육박 … 이자내느라 선교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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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교회 대출 ‘10조’ 육박 … 이자내느라 선교도 못한다
  • 이현주, 김동근,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4.2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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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⑥ 무리한 건축과 교회대출 이대로 좋은가 (상)

교회가 이단 사이비 종파에 매각됐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몇 년 새 이른바 ‘교회부도’라는 말이 떠돌더니 교회가 경매로 넘어가거나 무리한 건축비용을 견디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타 종교시설 혹은 이단에게 매각하는 사례들이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 건축 붐을 타고 새로 짓는 예배당의 수는 늘었지만, 이와 동시에 세계 금융위기가 닥쳐오면서 교회 재정은 취약해졌고 초과된 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교회들이 파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의 교회대출 규모는 거의 1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대출규모에 비해 적은 퍼센테이지라 할지라도 과거 대출 자체가 불가했던 교회의 현실과 비교하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성도들의 피땀 어린 헌금이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사용되느라 정작 중요한 ‘선교’는 엄두도 못내는 교회도 있다. 교회 건축과 대출의 문제를 통해 교회 건강성을 짚어 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초대형 복음주의교회인 ‘수정교회’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교회 변호사인 마크 윈스롭은 “수정교회가 건물 등 주요 부동산 대부분을 매각한 후 리스 방식으로 임대하는 내용의 회생 계획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교회의 상징처럼 떠오른 유리 외벽의 멋스러운 수정교회 건물은 결국 가톨릭 오렌지카운티 교구가 인수했고, 부동산 일체와 교회의 채무를 떠안는 대신 5700만 달러(한화 약 650억원)을 지불했다. 인수조건으로 앞으로 3년간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사용토록 한 것이 추가 조항이었다.

한마디로 수정교회는 성전을 팔아 금융권 채무를 갚는 것으로 화려한 시대를 마감했다. 교회 내부 갈등으로 인한 교인 감소, 세계적 경제위기가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건축과 과도한 대출’이 수정교회의 파산을 불러왔다.
 
# 수정교회 파산 남일 아니다
수정교회는 유리 1만 장으로 외벽을 설계한 화려함의 대명사다. 내부에는 세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됐다. 성장 지향적인 모습을 드러낸 수정교회 건축은 한국 교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파격적 교회 건축이 시도되고 실용성을 겸비한 교회 건축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부동산 붐이 일어나면서 교회건축도 유행처럼 번져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국의 교회들은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짓기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수정교회의 파산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경기도 일각의 모 교회는 건축으로 발생한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의 강제 경매 위기에 놓였다가 결국 ‘안상홍증인회 하나님의 교회’로 매각됐다.

어떻게 교회 건물을 ‘이단’에게 팔 수가 있느냐는 지적을 한 몸에 받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는 “경매로 넘어갈 경우 연대보증을 선 성도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차선의 방법으로 매각을 선택했다”는 해명이 나오고 있다. 교회 파산이 단순히 건물을 빼앗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목사와 성도 등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남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단적인 사례였다.

침례교회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충남 논산의 강경침례교회도 건축과정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올 초 ‘경매실행 예정 통지서’를 받았다. 다행히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강경침례교회의 대출 규모는 14억 7천여만 원. 교회부채 뿐만이 아니다. 매달 700만 원이 넘는 이자와 공사비로 성도 5명이 개인담보를 통해 3억 원을 더 빌렸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14억에 달하는 빚은 그대로다. 이 교회는 여전히 경매 위험을 안고 있다.

# 교회 대출 ‘10조’ 육박
그렇다면 교회의 금융권 대출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근 금융계의 소식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상호금융회사에서만 4조 9천억 원의 교회대출이 파악됐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50개 상호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특별검사 과정에서 특별히 교회 대출이 많은 것을 발견했고,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2400여 개 상호금융회사의 교회 대출 실태를 파악한 결과, 그 규모는 총 4조9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규모 200조 원 중 교회 대출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상호금융 교회대출에 대해 보고를 받은 권혁세 금감원장은 은행권 전체의 교회 대출 파악을 지시했고, 최근 조사를 마친 은행권 교회 대출의 규모는 4조 원 정도로 나타났다.

금감원 은행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전체 대출 규모는 몇 천조에 달하기 때문에, 상호금융권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이라며 “교회 대출의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율이 특별히 나쁘지 않아 건전성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대출 규모가 1, 2 금융권을 합쳐 10조에 육박한다는 사실. 연리 5.5~6.5%로 계산할 때, 매달 나가는 이자만 600억이 넘는다.

비공식적인 대출까지 합하면 원금과 이자 총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독당 창당으로 은행권 이자 2% 인하 운동을 펼친 청교도영성훈련원 전광훈 목사는 “한국 교회가 금융권 대출로 내는 이자만 연간 2조에 달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최근 교회 부도가 늘어나면서 연체 이자도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경매 물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법원 경매정보를 조회한 결과, 올해 등록된 전국 종교시설 경매물 32건 가운데 13건이 교회로 나타났다. 이 경매물건은 교회 대출에 집중하는 수협이나 농협에 의해 나온 것이다.

# 교회대출 ‘황금어장’인가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은 애초 금융 대출이 쉽지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시중은행들은 교회대출을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교회나 학교 등 공익 성격이 강한 곳은 담보 처분이 어렵고, 개인 소유가 아닌 교인 총유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교회 대출 물꼬를 처음 연 곳은 수협.

수협은 지난 2001년부터 교회대출을 시작했다. 처음 29억 원에 불과했던 교회대출은 5년 만인 2005년 총 8600억 원으로 300% 가까이 상승했다. 연체율도 연 0.1%에 불과해 수산 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수협은 한마디로 교회를 상대로 ‘대박’을 거뒀다.

당시 수협 관계자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뚫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불모지나 다름없는 교회 대출시장을 공략했다”며 “단순히 예배당이라는 담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인 수나 신앙심, 헌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출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협의 교회대출 대박 소식을 접한 금융권은 앞 다투어 ‘미션대출’ 항목을 신설했고 은행권에서는 토지와 같은 교회 명의의 담보와 더불어 이자 납입 능력을 ‘신도 수’ 기준에 맞춰 정하고 있다.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도 수가 300명 이상은 되어야만 안전하다는 설도 금융업계에서 떠돌고 있다.

교회의 노후로 불가피하게 성전을 건축해야 하는 교회들에게 있어 ‘미션대출’은 소중한 재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년 간 교회건축은 ‘필요’보다 ‘욕구’에 의해 유행처럼 번졌다. “번듯한 예배당을 지어 놓으면 성도가 들어오게 되어 있다”, “교회가 성도를 모으기 위해 갖춰야할 제1 요소가 편의시설을 갖춘 현대식 예배당”이라는 세속적 인식이 목회자들 사이에 확산됐다.

여기에 교회건축으로 얻어지는 ‘리베이트’도 목사와 장로들을 유혹했다. “총 건축비의 10%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공공연한 소문도 파다하다. 문제는 대출 규모. 3년 전 새로 교회를 건축한 한 목회자는 “무리한 건축을 피하기 위해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재정에 2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아직도 매월 헌금에서 20% 정도는 이자와 원금을 갚는데 사용되지만 이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교회가 전체 재정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안고 교회건축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 관계자는 “요즘 교회들이 경매에 넘어가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달라진 현실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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