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과 헌신의 ‘십자가 영성’으로 타자 향한 삶 추구해야
상태바
희생과 헌신의 ‘십자가 영성’으로 타자 향한 삶 추구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4.10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⑤ 기복신앙의 폐단 (하) 어떻게 극복할까

▲ 그리스도인은 개인적인 복만을 누리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구원의 기쁨과 은혜를 나눠주는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현세적 성공과 번영에 맞춘 ‘축복 이데올로기’ 설교에서 탈피해야
복의 나눔 실천하는 청지기적 자세로 교회의 공적책임 강화 필요

현세적인 물질적 부와 성공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기복신앙’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숙이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신앙과 삶에 침투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성경은 육체의 소욕과 성령의 소욕을 구분하고, 육신과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기복신앙은 이와 같은 것들에 더욱 집착하게 만든다.

기복신앙과 관련 많은 목회자들이 나름의 신학과 신앙에 기초해 적극적 사고방식, 긍정적 신앙, 부와 성공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일부 성경구절들을 제시하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복신앙은 교회 안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바른 성경적 신앙관이라고 말할 수 없다.

김영복 교수(침신대)는 “기복신앙은 한국 교회의 큰 암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며 “신앙의 본질과 공존하기 어려운 기복신앙은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신앙일 수 없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 해석에서 영적 의미를 놓치고 문자적으로 집착하는 목회자들의 행동은 극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송인규 교수(합신대)도 “기복신앙의 폐해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구원의 복을 값싸게 여기고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며 “구원의 복을 등한시하면 이와 긴밀히 연관된 여타의 신앙적 면모들, 즉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삶, 고난 중 즐거워하는 삶, 희생과 봉사의 삶 등의 삶이 신앙생활에서 현저히 약화되고 급기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 번영의 복음에서 탈피해야
그렇다면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복신앙을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들을 선행해야 할까. 우선 목회자들은 미국의 실용주의적 번영신학에 기초한 설교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그동안 번영신학의 바탕 위에서 성도들에게 현세적인 위로와 소망, 그리고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번영의 복음을 선포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강단에서 선포됐던 번영의 복음으로 인해 순수했던 ‘신앙’은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하나님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역할, 곧 인간의 현세적 성공과 번영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는 “번영신학은 인간의 안전과 삶을 보장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라고 믿는 삶의 문화 속에서 물질로부터 안전을 기대하는 교회와 신앙인들의 왜곡되고 변질된 삶의 문화를 만들었다”며 번영신학 때문에 한국 교회는 물질만능을 추구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번영신학 설교는 개혁주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목회자들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성공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예수님의 십자가가 없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문영석 교수(강남대)도 “미국 대형 교회 목사들이 개인구원과 세속적 성공을 강조하듯 그들의 목회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한국 교회 목사들은 세속적 성공을 바로 하나님의 축복으로 동일화시켰으며, 우매한 성도들을 성장과 축복 이데올로기에 함몰시켜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대형 교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돈과 권력, 명예를 쥐고 싶어 하는 성도들에게 세속적 성공 과정에서 따를 수 있는 죄에 대한 심적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교묘하게 중산층의 정서를 읽어내면서 문화적 코드를 맞춘 달콤하고 세련된 설교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 교회 강단의 현실에 대해 김영한 박사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포스트모던 시대 속에서 목회자는 반드시 개혁주의 세계관에 입각한 설교를 해야 한다”며 “십자가 말씀을 통해 성도들이 번영과 성공주의에 빠진 기복신앙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고, 희생과 헌신을 실천하고 열매를 맺는 십자가 신학적 세계관을 선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먼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고난에 동참하도록 하고, 불우한 이웃과 타자에 대한 나눔과 사랑으로 요약되는 ‘십자가 영성’을 함양해야 한다. 기복신앙에 입각한 인본주의 설교에서 십자가 중심의 설교로 바뀌고, 회중들이 좋아하는 소비자 위주의 설교가 아닌 하나님의 뜻만을 올바르게 선포할 때 기복신앙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와 성공의 성경적 관점 갖기
부와 성공에 대한 정확한 성경적 관점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부와 성공을 추구하게 만드는 기복신앙을 부추기는 신앙도서들이 한국 교회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복의 복음’, ‘야베스의 기도’, ‘깨끗한 부자’, ‘긍정의 힘’ 등과 같은 종류의 책들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잘 섬기면 반드시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복을 얻게 된다는 성경과는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사실 성경은 부와 성공의 나눔을 강조한다. 특히 부의 나눔을 시혜보다는 정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는 신학적 오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준 사람만이 의인의 반열에 올라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며 부는 정의로운 나눔을 실천할 때 가치가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즉, 하나님 나라와 정의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쓸 것만 쓰고 나머지는 이웃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물론 꼭 필요한 것의 수준은 각 개인의 소명과 처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 수준 또한 각자가 하나님 앞에서 양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박 목사는 “이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율법적으로 정죄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소박하게 사는 것은 금욕주의의 미덕 때문이 아니라 이웃사랑에 기반을 둔 정의의 요구임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공 또한 세속적 차원에서 어떤 자리에 있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굳이 사회경제적 성공을 추구해야 할 책임이나 의무는 없는 것이다. 박 목사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특정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만 이 때 자신의 탐욕을 주님의 부르심이나 거룩한 비전으로 둔갑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을 잘 성찰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박 목사는 목회자와 성도가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하나님나라는 근본적으로 부와 권력으로 유지되거나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이 확고한가 △성공에 이르는 사다리를 제공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가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심각한 양심의 고통을 겪을 때 실패의 길을 택할 용기가 있는가 △성공한 후에 개인적으로 아무리 깨끗했더라도 구조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가 △성공했더라도 자신의 사명과 위치에 걸맞는 기본적 필요를 만족하는 소박한 삶을 살면서 나눌 수 있는가 △자신의 자리를 걸고 좀 더 정의로운 체제를 추구할 수 있는가 등이다.

# 성경적 축복신앙 가르쳐야
성경에 기초한 올바른 축복신앙을 확립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영적인 복과 함께 물질과 지혜, 나아가 고난까지도 하나님의 복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복에 대해 성경은 청지기적 관점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받은 복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때 진정한 복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요셉 등 구약의 인물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물질적인 복들은 이스라엘 전체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의 복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후손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공평과 정의를 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더군다나 이러한 물질적 복 자체도 하나님의 전체 구속사의 입장에서 보면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극히 개인적인 기복신앙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구약의 본문을 인용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신약에 나타난 복의 개념은 일반적인 복과는 거리가 멀다. 산상수훈의 팔복에 등장하는 ‘복’이란 단어는 헬라어로 ‘마카리오스’(makarios)다. 축복, 은총, 행복, 풍족, 안락 등의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다. 이 단어는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자로서의 기쁨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됐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가 강조했던 복은 현세적, 물질적, 경제적 성격의 복이 아닌 영적 성질의 것이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 자체가 복이고,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삶이 곧 복임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와 함께 올바른 신관을 정립시켜야 한다. 기복적인 영향으로 하나님을 현세적인 복과 물질적 풍요를 주는 맘몬, 바알신과 같은 신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간을 창조하신 본연의 목적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적 번영과 안녕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해야 한다.

또한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교회 내부에 집착하는 신앙생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성도의 신앙은 개인생활을 넘어 공적인 삶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동안 성도들을 교회 안에만 가둬놓으려 하다보니 사회에 대한 공적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교회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공적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도로 하여금 기복신앙에서 벗어나도록 하려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회 윤리적 차원에서 교회의 공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종말론적 세계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복신앙은 종망론적 세계관과 거리가 멀다. 기복신앙은 현세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반면, 종말론적 신앙은 이 세상에서의 삶과 이후의 삶에 대한 방향성까지 제시해준다. 복과 성공을 좇는 현세의 삶에 대한 반성과 내세의 삶에 대해 제시하는 종말론적 신앙은 성도로 하여금 기복신앙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한국 교회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무엇보다 성공과 번영의 복음 대신 기쁨의 복음을 다시 전해야 한다. 김명용 교수(장신대)는 “죄가 용서됐다는 기쁨, 영원한 생명이 우리의 것이라는 기쁨,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기쁨, 섬기는 삶의 기쁨,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는 기쁨,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살아간다는 기쁨 등 이미 받은 구원의 기쁨을 전할 때, 그리고 그 구원의 기쁨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갈 때 기복신앙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