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의 성숙한 신앙으로 교회개혁 추구해야
상태바
‘선한 사마리아인’의 성숙한 신앙으로 교회개혁 추구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1.31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② 성장제일주의 ‘명과 암’ (하) ‘성숙’이 성장보다 우선

▲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다는 조롱과 비판 속에서도 건강한 교회상을 제시하는 개혁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2.0목회자운동은 지난해 11월 ‘교회개혁 권역별수련회’를 개최하고, 바람직한 목회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에서 유례없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교회성장은 정체됐고,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성장제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영적으로 건강하고 단계적인 성장이 아닌 기형적인 폭풍성장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장제일주의는 교회에 어떤 영향은 끼쳤을까. ‘양적 성장은 곧 하나님의 은혜이며 축복’이라는 관념 속에서 여전히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 있는 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건강한 성장, 곧 ‘성숙’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높은뜻숭의교회ㆍ분당샘물교회ㆍ향상교회, 건강한 분립개척 방향성 제시
개교회로만 집중되는 헌신성 지역사회 위한 ‘사회적 책임’으로 변화해야


한국 교회는 그동안 목회현장에서 ‘성장제일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물질적, 양적번영을 위해 모든 열정과 헌신을 쏟아 부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를 실현하는 ‘성숙한 신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사실 교회 사유화, 물량주의, 배금주의, 개교회주의, 교파주의 등을 비롯해 목회자의 윤리의식 상실 등 교회 위기론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모두 ‘성숙’ 보다 ‘성장’을 지향하면서 파생된 것들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성숙’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무엇보다 교회성장주의의 고질적인 병폐인 교회건축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회건축은 목회현장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적절한 한계선이 없이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짓는 무분별한 건축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 건축보다 분립을 선택하다
소형 교회 목회자든, 대형 교회 목회자든 너 나 할 것 없이 ‘대형 교회’를 꿈꾸도록 만드는 ‘성장제일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이 아닌 ‘분립’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소형 교회보다 중대형 교회에서부터 먼저 시행해야 하는 변혁의 바람으로써 현재 건강한 교회로 평가받고 있는 몇몇 중대형 교회는 건축보다 분립을 이미 선택했거나 분립개척을 준비 중에 있다.

높은뜻숭의교회는 지난 2009년 높은뜻광성교회, 높은뜻정의교회, 높은뜻푸른교회, 높은뜻하늘교회로 분립개척했다. 특히 네 개 교회는 높은뜻숭의교회에서 추구했던 정관과 하나님 나라 중심 가치를 공유하고, 연합사업을 전개할 목적으로 높은뜻연합선교회(대표:김동호 목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 높은뜻연합선교회는 지난해 새롭게 창립된 높은뜻씨앗이되어교회와 높은뜻섬기는교회까지 6개 교회가 동참하고 있다.

높은뜻숭의교회가 분립되기 전 당시 담임사역자였던 김동호 목사는 매 주일 설교를 통해 “교회가 분립되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또한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유익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고 아낌없이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분립개척의 중요성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사실 교회 분립과정에서 기존 성도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인원수의 문제는 인간적인 생각일 뿐이고, 교회분립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분립을 진행했고, 현재 건강한 교회분립의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영동교회에서 시무하다가 지난 1998년 분당샘물교회를 분립개척한 박은조 목사도 오는 12월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분립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분당생물교회는 서울영동교회로부터 네 번째로 분립돼 세워진 교회다. 특히 박 목사는 20년 가까이 한국 교회는 건축보다 분립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의 분립개척은 지난 1990년 3월 서울영동교회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영교회, 일원동교회, 서울남교회, 샘물교회 그리고 일산전원교회가 세워졌고, 한영교회가 분립 개척한 다니엘교회, 샘물교회가 분립 개척한 샘빛교회, 판교샘물교회 그리고 다우리교회까지 현재 분립된 교회만 해도 10여 개에 이를 정도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향상교회(정주채 목사)도 지난해 12월 ‘성도 수가 2천 명이 넘으면 분립한다’는 교회정관에 따라 성도 150여 명을 파송해 용인시 영덕동에 흥덕향상교회(배상식 목사)를 개척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성장만 추구해서는 정작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지 못한다”며 “목회자는 스스로의 기쁨이나 보람, 자기 영광 등에 함몰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작은 교회들의 ‘거룩한 반란’
이와 같이 중대형교회들이 ‘지성전 체제’가 아닌 인사와 행정, 재정 등에서 ‘모 교회’와 완전 분리된 분립개척을 시행하며, 교회의 건강성을 추구하고 있다면 최근 작은 교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교회 모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창립된 ‘교회2.0목회자운동’(이하 목회자운동)은 단순히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예배형식의 변화가 아닌 교회 자체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작은 교회들의 네트워크로써 건강한 교회와 새로운 목회의 방향성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목회자운동은 현재 △세속적 가치의 극복과 순수한 신앙의 회복을 위한 목회(성경적 가치) △직분에 따른 복음적 분업을 시행하는 목회(은사적 직제) △권위주의 극복과 교회의 민주적 운영을 시행하는 목회(민주적 운영) △개교회 이기주의 극복과 교회개혁 운동에 동참하는 목회(교회개혁) △정통실천의 회복과 사회적 책임을 지향하는 목회(사회적 책임) 등의 핵심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동네작은교회(김종일 목사), 주안에하나교회(권순익 목사), 샘솟는교회(신형진 목사), 너머서교회(안해용 목사), 더함공동체교회(이진호 목사), 예인교회(정성규 목사), 서울남교회(황영익 목사) 등 작은 교회들로 구성된 목회자운동은 현재 매월 독서토론회 및 소그룹 모임을 통해 작은 교회 목회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건강한 교회의 방향성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실행위원 이진오 목사는 “교회2.0목회자운동은 말 그대로 운동이다. 작지만 살아있는 생명의 흐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목회자들과 동역하며 아름다운 목회적 가치를 나눠 한국 교회의 건강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동네작은교회는 교회 성도 수를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교회는 최근까지 소그룹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교회 세 개를 분립개척했다. 분립된 교회는 10여 명 안팎의 소그룹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안에서 도서실과 커피숍의 형태로 지역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김종일 목사는 “중대형 교회들처럼 건물 유지비와 인건비 분야에 큰 재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교회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며 “현재 교회 예산 40% 정도가 지역봉사 및 장학사업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너머서교회의 경우 3년 마다 목회자 사례비를 협의한다. 또한 100명의 성도가 되면 분립위원회를 구성해 목회자를 청빙하고, 150명이 되면 분립시키기로 합의했다. 현재 약 7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성도들은 큰 교회가 되기보다는 작은 교회를 추구하며 예산의 반 이상을 선교와 구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지역공동체 운동에 참여해야
‘지역공동체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도 성장제일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물론 교회는 지역아동센터, 방과후교실, 사회복지관, 소년소녀가장돕기, 독거노인봉사 등 지역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역들이 교회 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고, 교회 성장을 위한 전도 차원, 혹은 시혜적 차원의 봉사로 끝난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로서의 지역공동체, 즉 교회가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 참여하는 지역공동체 운동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종교개혁 이후 서구사회에서도 교회는 항상 마을의 중심이었지만 산업화, 도시화 등의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피하게 됐다”며 잃어버린 교회의 지역성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즉, 교회는 교회라고 하는 신앙공동체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회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교회가 지역공동체를 세우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며 “단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교회는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지역공동체 운동을 견인하는 역할만 감당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민과 함께하고 교회가 참여하는 지역공동체를 세우려면 지역의 위치와 특성을 조사하고, 지역 주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생활양식, 계층적ㆍ문화적 특성, 공통의 관심사나 지역의 현안 등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실 서울 북아현동에 있는 아현감리교회(조경열 목사)는 지역공동체 운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주차장, 친교실, 예배당을 개방했으며, 주민케어센터, 무료진료봉사실, 어린이집,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글교실, 노인교실, 농도생협 운영 등 10가지 사업을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조경열 목사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북아현동 교동협의회를 조직한 것이었다”며 “현재 교회 지도자 뿐 아니라 동장, 구의원, 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해 마을 자생단체들과 함께 격월로 정기적인 모임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임에서 동장과 구의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현안들을 보고 받으며, 교회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들을 인지하고, 교회의 사업이 자치센터의 크레딧이 되도록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하라
이러한 지역공동체 운동과 함께 교회가 강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양용희 교수(호서대)는 “한국 교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현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교회와 기업의 성장은 유사한 점을 많이 보이고 있다.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매우 커졌고, 세계적으로 큰 교회와 기업들도 탄생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에 있어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기업이 늦게나마 사회적 책임의 국제적인 표준화 작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제 기업과 사회와 분리된 집단이 아니라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 유기적인 관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한국 교회도 기업과 유사한 위치에 놓여있다. 사회와 분리돼서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다할 수 없는 만큼 교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인 협력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높은뜻숭의교회연합의 경우 열매나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 빈곤층이 희망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업과 마이크로 크레딧인 ‘씨앗은행’을 운영하며, 이 자금으로 세워진 창업공동체인 10여 개 이상의 희망씨앗터를 지원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으로 ‘메자닌 열매나눔 박스 공장’도 운영한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는 급박한 위기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SOS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적인 빚 상환이나 공과금 납부 등 일반적인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 위기 상황에 몰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하는 장애인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도서관 기능을 넘어 아동교육센터 및 커뮤니티 문화교실을 운영하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교회(조영진 목사)는 전문 사서를 두고 지역사회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지원하는 일환으로 ‘곰세마리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문래동교회(유영설 목사)의 ‘반딧불어린이도서관’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커뮤니티 문화교실로도 활용되고 있다.

수유리성결교회(방인근 목사)는 수유역 주변에 15층짜리 수성타워를 건축해 지역주민들에게 본당과 각 세미나실을 빌려주고 있다. 특히 이 건물 지하에 위치한 ‘제리코’라는 카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개방형 카페로써 가난한 시민단체나 청소년들의 행사가 진행될 때는 무료로 빌려주기도 한다. 사실 수유리교회는 처음 건축 설계에서부터 본당을 포함한 모든 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할 것을 염두해 두고 교회건축을 진행했다.

문화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제주성안교회(황성은 목사)는 ‘성안미술관’을 운영한다. 지난 12월에는 묵으로 제주를 담아온 화가 강부언씨의 특별기획전도 진행했으며, 전시회 수익금 일부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데 사용했다. 동숭교회(서정오 목사)는 교회 공간을 개방해 뮤지컬 및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을 위한 전문 공연장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영상 교수(장신대)는 “교회의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하려면 그 의무에 대한 선언적 내용을 말함으로만 마무리해서는 안된다”며 “그에 앞서 교회의 공적 책임을 위한 역량강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의 신학과 교리, 신자의 바른 태도 등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방향을 위해 공공신학에 기반한 교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교회 안과 밖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트리히 본 회퍼는 “기독교 신자는 그리스도와 같이 이 세상에서 자신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존재다. 그리스도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 강도 만나 죽게 된 사람을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기름으로 상처를 닦아주고 부비(浮費)를 주면서 그를 살려줬다”며 기독교 신자의 진정한 삶의 자세는 어려운 시대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변화는 자기 중심에서 이웃 중심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교회 성장’이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는지 이제는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 건강한 교회 성장은 신자와 불신자, 또한 지역사회에도 유익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분립개척, 작은 교회 네트워크 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한국 교회는 성장보다 성숙을 도모하며 건강한 교회상을 사회 앞에 제시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