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성공회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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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성공회 푸드뱅크
  • 승인 2001.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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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따르르릉”
“오늘 장사가 끝났는데 팔고 남은 고기가 한 4킬로 정도 되네요. 가져 가실래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곧 갈게요.”
전화를 받은 성공회 푸드뱅크 관악지부 총무의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오늘도 맛있는 고기를 할머니들께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즐겁다.

신림동에 위치한 생고기집 ‘신림정’은 전라도 담양과 함평 등지에서 그날 잡은 한우 암소를 비행기로 공수(?)해 오기 때문에 그 맛이 익히 소문나 있다. 그런데 신림정이 더욱 인기인 것은 맛있는 생고기를 푸드뱅크에 나누어 줌으로써 결식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점이다. 신림정은 그날 다 팔지 못한 고기는 몽땅 관악 푸드뱅크에 전달하고 있다.

고기를 받아가는 푸드뱅크 식구들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너무 좋은 고기라 다음날 팔아도 손색이 없는데 매일같이 남는 고기를 나누어 주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심좋은 신림정 김창호사장님은 하나도 아까운 기색이 없다.
“오히려 감사하죠. 어차피 남는 고기인데 다른 이들에게 작은 기쁨이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맛있게 나눠드리기만 하세요.”

신림정에서 받아온 고기는 다른 재료들과 함께 맛있게 조리되어 신림동 산동네 독거노인들에게 전달된다.
“맛있네, 맛있어.” 감탄을 연발하며 드시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감사의 미소가 넘친다. 주는 사람도 그리고 받는 사람도 기쁘고 행복한 것이 바로 먹거리 나눔이 아닐까.

성공회가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컨테이너박스를 사무실 삼아 이곳저곳에 음식을 받으러 다니고 푸드뱅크가 무엇인지 설명하길 3년. 이제 성공회 푸드뱅크는 서울에 5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와 강원, 충청, 부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 푸드뱅크를 통해 매일 끼니를 해결하는 결식자만 1천2백명. 이만큼 오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멀다는 것이 김한승신부(대한성공회 사회선교부)의 설명이다.
“국내 결식아동의 수가 약 27만명 정도 되고요, 결식노인이 약 20~ 40만가량된다고 합니다. 성공회 푸드뱅크는 주로 사회복지 법인이나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다니는데 공급이나 기금, 자원봉사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성공회 푸드뱅크는 서울시내 학교 8곳과 대기업 식당 2곳, 그리고 농산물센터와 개인사업자들에게 물품 후원을 받는다. 기업체 식당이나 학교는 급식하고 남은 음식을 주기 때문에 조리과정 없이 바로 전달할 수 있지만 음식재료로 공급받는 것은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서울성당의 경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여신도들이 나와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든다. 화요일에 만든 음식은 서울역 노숙자 8백여명에게 나누어 지며, 금요일에 포장된 도시락은 하루 한끼 식사를 기다리는 결식자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배달된다.

성북지부는 도시락 배달이 있는 날 40여명의 봉사자가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지만 산동네의 특성상 1인당 서너집 밖에 돌지 못한다. 한 끼의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봉사자가 절실한 형편이다.

“고통중에 제일 큰 것이 배고픔의 고통”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푸드뱅크 식구들. 배고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 뛰어 다닌다. 천안 종합사조유통에서 팔고 남은 야채를 받으러, 강화 신동방에 어묵을 받으러, 유통기한이 임박한 야쿠르트와 맛있는 빵까지 먹을 것을 받아오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먹다 남은 음식을 줘서 어떡하나…. 새로 해줘도 신통치 않을텐데, 미안해서….” 내 것을 나누면서도 미안한 듯 겸손함을 보이는 공급자와 “아니에요. 이 음식이면 산동네 꼬맹이들 스무명은 족히 먹고도 남겠네요”라며 감사의 위로를 남기는 봉사자들, 그리고 도시락을 받아들고 “매번 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서 이 빚을 어떻게 갚나” 식사 내내 고맙단 말을 되풀이하는 할머니까지….

구수한 먹거리로 연결된 사랑은 추운 겨울을 지나 이제 따뜻한 봄의 향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푸드뱅크 이렇게 참여하세요

1) 사랑의 쌀 모으기
교회는 입구에 성미통을 마련하고, 교인들은 매끼 한 숟가락의 쌀을 모아 주일에 교회에 성미한다. 한 통이 가득 모아지게 되면 푸드뱅크에 연락한다.

2) 특별헌금·후원회 조직
국내 푸드뱅크 사업은 음식의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특성상 금전적인 후원도 절실한 형편이다. 교회는 물질 후원을 작정함으로써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으며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결식가정과 직접 결연할 수 있다. 물질 후원을 받을 경우, 푸드뱅크는 후원교회에 사용내역을 소식지로 전달한다.

3) 동전모으기
주일학교에서 푸드뱅크 후원을 위한 동전모으기를 계획한다면 이에 필요한 저금통을 보내준다. 저금통에 동전이 모아진 후 회수를 요청하면 된다.

4) 교인 자원봉사
전국 각 지부는 도시락 배달, 겨울철 김장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성도들은 가까운 지부를 선택, 원하는 시간에 음식만들기나 도시락 배달 등의 봉사를 자원할 수 있다.

5) 음식 공급
교회 성도들 가운데 음식점을 하거나 음식재료와 관계된 사업을 하는 성도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 통조림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지만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은 푸드뱅크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6) 차량 봉사
식품을 공급하고 조리하는 것 만큼 수거와 배달도 중요한 사항. 택시기사 선교회나 차량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차량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후원문의 : 02-736-5233 www.sf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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