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한국교회, ‘개혁의 수술대’ 오르는 것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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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한국교회, ‘개혁의 수술대’ 오르는 것이 급선무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1.0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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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 ① 교회의 개혁과제는 무엇인가(하)

▲ 물질과 권력, 성 문제 등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타락상을 비판하며 경종을 울리는 세미나가 연속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독교윤리연구소가 ‘목회자와 돈’을 주제로 개최한 목회자윤리 연속 심포지엄 모습. (사진제공: 기윤실)
종교개혁 기치 ‘개혁된 교회는 날마다 개혁되어야 한다’ 모토로 삼아야
거룩한 예배와 삶 추구하며, 윤리의식 고취시키는 성경적 가치관 필요

‘도덕 불감증’, 부끄럽지만 지난해 한국 교회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 교회의 온갖 치부가 교회 안과 밖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금권선거 논란으로 불거진 한기총 사태를 비롯해 돈과 성적 타락으로 인한 차세대 지도자들의 몰락, WCC 제10차 총회 유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보와 보수 목회자들의 대립, 이단 해제 논란 등 물질과 명예, 권력의 우상에 빠진 목회자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세상 속에 투영됐다. 신학과 윤리, 성경에서 벗어난 죄악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목회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한 해였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교회를 향해 개혁과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여전히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들의 갈망처럼 한국 교회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나라 백성공동체인 한국 교회를 바로 세우는 방법이 있다면 어떡해서든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본지는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는 개혁교회 정신을 바탕으로 올 한 해 동안 한국 교회 갱신 과제를 도출해 냄으로써 무너진 한국 교회를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건강한 교회, 건강한 목회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 교회가 2012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새해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그동안 교회를 끝없는 실망과 좌절의 늪으로 빠뜨렸던 물량주의와 배금주의 등과 같은 해묵은 과제를 청산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 필요
특히 물질과 권력, 성문제 등으로 온갖 비난과 질책을 받고 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비윤리적 타락상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새해를 맞아 색다른 목회를 시도해 보려는 도전에 앞서 옛 구습을 반드시 벗어야 하는 더 많은 개혁과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목회자들의 자기반성 및 결단을 촉구하는 자리가 연초부터 마련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전병금 목사, 이하 한목협)는 오는 9일 ‘목회자여, 영적 성찰을 통해 교회 영광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열린대화마당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물질과 성, 교권 등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들의 우선적 개혁과제가 제시될 전망이다.

특히 한목협은 올 한 해 한국 교회 목회자 윤리강령 및 윤리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목회자 윤리문제를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심의하는 ‘한국교회윤리위원회’(가칭)도 구성할 예정이다.

장신대 기독교윤리학 노영상 교수는 “최근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윤리의식 타락 및 실종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며 “개교회와 교단,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목회자 윤리의식을 고취하거나 윤리적 타락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목회자 윤리회복에 대한 요청은 지난해 10월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이종윤 목사)는 당시 종교개혁 정신에 입각해 열 가지 항목의 ‘목회자 윤리실천강령’을 발표하고, 오는 2017년까지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과제로 ‘목회자 갱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들이 발표한 목회자 윤리실천강령은 △말씀 중심의 성경연구 △물량주의 및 세속화된 가치관 배격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의 목회 지향 △교회 재정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관리 △성경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직분자 선발 △목회자 기득권 포기 △직분 임직시 헌금이나 헌물 요구하지 않기 등이다.

현재 성경에 대한 무지, 강단의 세속화, 교권주의, 미신적 사고, 교회의 기업화, 성적 부도덕 및 독선, 물신숭배, 지나친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 등은 목회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개혁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사람중심에서 하나님중심으로
세속화되고 있는 예배의 변화도 필요하다. 지난해 9월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김동호 목사)는 한국 교회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사명과 중점적인 사역을 조사한 ‘한국 교회 역할모델’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회적 책임과 함께 예배회복이 절실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많은 응답자들은 예배가 예배당 안에서의 형식적인 의식으로만 끝나 성도들의 삶이 이원화되고 있다며 형식적인 예배에서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예배가 세속화되고 인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순수한 말씀과 하나님 중심의 경건성이 회복돼야 한다며 부름과 세움, 보냄의 구조로써의 진정한 예배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예배를 교회 부흥과 성장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도 극복해야 한다. 기독교의 핵심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업주의적인 마인드를 목회에 접목시키고 있는 일부 목회자들이 교회를 기업화하고, 예배를 교회 부흥과 성장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사람 중심의 예배가 유행하고 있다.

‘예배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는 책을 저술한 김승연 목사(전주서문교회)는 서구 교회가 밟아온 전철을 한국 교회가 따라가고 있는 것에 개탄하며 예배의 올바른 회복만이 교회 부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상업주의에 근거한 성공주의 마케팅 전략과 포장복음으로 급성장한 교회들이 많다고 지적한 김 목사는 “상품을 개발하고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과대 광고처럼 교회들의 과대 포장이 도를 넘었다”며 교회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목회의 근본이 상업주의로 전락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목사는 예배와 교육을 프로그램화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복음은 상품이 아니다. 더구나 예배는 프로그램이나 교과과정이 될 수 없다”며 학원 수강을 하려면 실력 여하에 따라 반을 정해주듯이 예배나 성경교육 참석 자격 여부를 인터뷰나 시험을 통해 결정하고 있는 한국 교회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 교회는 초대교회 성도들, 종교개혁자들, 청교도들의 신앙을 본 받아 예배갱신을 위한 개혁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 이원론적 가치관 극복해야
이와 함께 한국 교회의 새로운 개혁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성 회복’이다. 이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공공신학’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고 주장해오고 있지만 그 책임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킴으로써 시혜적 차원의 복지만을 추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환경, 소수자 인권,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적극적 배려 및 통전적인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공공신학은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영상 교수는 “공공신학은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다”며 “교회가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그 의무에 대해 선언적 내용만을 말해서는 안된다. 그에 앞서 공적 책임을 위한 역량강화가 반드시 전제될 수 있도록 영적생활과 사회생활 모두 거룩하게 여기는 체질개선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교회의 공적 책임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교회 폐단 중의 하나인 ‘이원론적 가치관’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신앙생활과 일상적인 삶과 같은 사회생활을 분리시키고 있는 이원론적 가치관은 복음을 삶 전체와 무관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원론적 가치관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한국 교회의 개혁과제다.

특히 성경의 가르침을 역행시킬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수많은 일상생활의 영역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이원론적 가치관은 목회자들의 잘못된 성경연구 및 설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교회 강단에서는 대체적으로 교회중심, 말씀중심, 목회자 중심의 설교가 선포되고 있다. 주일성수 잘하고, 기도생활, 성경공부, 헌금생활, 전도생활 등 열심히 하면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성도들이 어떤 신앙적 자세로 사회생활을 영위해야 하는지 그 영적 방향성을 제대로 제시해주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안에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목회자 못지않게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삶과 신앙의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해 목회자들은 반드시 신앙과 삶의 총체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이러한 설교만이 한국 교회의 대사회적 역량을 높일 수 있고,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사회적 신뢰도 또한 회복시킬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

이승진 교수(실천신대)는 “목회자들은 이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교인들의 인격 함양과 윤리적 개선을 목표로 설교해야 한다. 성도들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윤리적인 탁월성으로 성경적인 가치관을 추구할 때 하나님의 영광을 구현하는 윤리 공동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며 목회자들이 윤리설교를 위한 실천전략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개혁의 목소리’ 희망이 보인다
한국 교회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종교개혁의 기치인 ‘개혁된 교회는 날마다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이 뼈 속 깊이 사무치게 된다. 그만큼 오늘날 한국 교회의 위기를 더 이상 묵과할 수도, 묵과해서도 안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위기를 개혁과 갱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최근까지 교회 안팎으로 드러난 한국 교회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까지 본지가 두 차례에 걸쳐 다룬 문제들도 극히 일부분이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지만 여기저기에 곪아터져 있는, 교회를 타락의 끝으로 몰고 가는 악한 요소들을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강한 의지와 다짐이 필요한 상황이다.

목회자 세습을 비롯해 기복주의 및 축복신앙을 강조하는 잘못된 기도원운동 및 가정제단, 신비주의 운동의 확산, 담임목사에게만 편중된 복지혜택, 중대형 교회의 물량전도, 교단 및 목회자 학벌 세탁, 개교회성장주의, 당회의 권력화, 목회자 도시집중 현상, 편의주의, 기복주의 및 축복신앙, 무분별한 해외선교, 무인가 신학교 통한 함량미달 목사안수 남발, 임직헌금 관행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목회자들을 위한 윤리제정, 교단장 및 단체장 선거제 변화, 교회재건축 연한제 도입, 목사장로 임기제, 교회재정 투명성 위한 외부감사제도 도입, 교회 직분 재교육, 목회자 검증제도 및 재교육 프로그램 도입, 교회의 지역공동체 운동 등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논의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최근 한국 교회 안에서 ‘개혁’과 ‘갱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비신앙적이고, 비윤리적인 목회자보다 신앙적이고 윤리적인 목회자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는 목회자,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아가는 건강한 성도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부정과 부패 앞에 침묵하지 않고 과감히 개혁을 외치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개혁과 갱신은 시작될 수 있다. 절망과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이들의 헌신과 기도의 메아리를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

올 한 해 본지는 하나님을 부끄럽게 하는 모습, 십자가 은혜를 값싸게 만드는 모습, 한국 교회를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고 순교했던 믿음의 선진들을 부끄럽게 하는 모습들을 찾아내 과감히 도려낼 것이다. 그리고 상처난 곳이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처방도 할 것이다.

건강한 교회, 건강한 목회자, 건강한 성도들을 사방팔방 찾아다니며 구체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많은 아픔과 괴로움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 교회를 ‘개혁의 수술대’에 올리는 그 시간부터 변화와 갱신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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