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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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겸손
  • 승인 2002.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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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겸손이라는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도 겸손을 매우 강조 하셔서 구약성경 잠언 18장 12절 말씀에는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라고 말씀하고 계시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말하는 이(話者)는 성공적인 스피치를 위하여 언제나 듣는 이(聽者)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스피치의 아이드마(AIDMA)의 ‘A’(attractive)와 ‘I’(interest)에 해당하는 말로 아무리 좋은 내용의 스피치라도 청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 수 없다면 그 스피치는 시작부터 성공의 가능성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 사회, 특히 교회에서 교인들을 지도하고 이끄는 지도자(leader)들의 스피치에 어색한 겸손이 도입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은 물리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해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며 교류하고 있고 또 다양한 사이버 공간과 방송매체들을 통해 영어에 수시로 노출되어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영어에 자주 접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영어를 중심으로한 외국어식 표현들이 우리의 개인적인 대화(conversation)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설이나 설교, 또는 회중의 찬양을 인도하는 인도자들의 스피치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영향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이 아니고 오히려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스피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회중들을 향해 함께 찬양을 하자고 권유하는 경우에 많은 인도자들이 “다함께 찬양하기를 원합니다”라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설교를 하는 목사님들의 설교 속에서도 “우리 교회 모든 성도님들이 오늘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대로 살기를 원합니다”와 같은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회중을 대신한 기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스피치 중의 ‘∼원합니다’라는 말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들을 충분히 배려하여 겸손한 표현을 쓰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화자(speaker)가 청자(listener)를 지나치게 의식해 겸손을 가장해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위의 표현은 “다함께 힘차게 찬양하시기바랍니다”? “말씀대로 사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듣는 이들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적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화자의 마음 속에 청중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합니다’식의 스피치는 개인이 혼자서 자신의 의견을 뇌까리는 독백이나 고백을 하는 경우에 쓰는 표현으로 많은 청중을 상대로 그들에게 특별한 감동과 행동을 바라는 대중연설에서는 적합치가 않다.
만약 화자가 대중연설(public speech)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경우에는 그 스피치 효과의 유무를 떠나 청자(聽者)들은 그러한 화자(話者)들을 자신 없고 나약한 speaker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 원합니다’ 형태의 스피치는 서투른 영어식 표현에서 온 경우가 많다.
영어의 ‘I want ∼’나 ‘I wish ∼’와 같은 표현들을 우리말 스피치에 깊은 생각 없이 도입해서 영어를 우리말로 어색하게 직역하듯 우리말을 영어로 어설프게 직역한 말에 불과해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물론 많은 교회에서 이러한 표현이 쓰이는 경우 그것에 대하여 크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에 대하여 언급할 기회도 없거니와 또 귀찮게 말하려고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고 영어가 워낙 흔하게 쓰이기 때문에 대충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화자, 특히 대중을 상대로 스피치를 하는 화자는 그러한 내용을 소흘히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준비 안된 화자는 때때로 청중들에게 겸손을 가장한 아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라도 청자들은 쉽게 화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애매하게 위장된 겸손을 빙자한 표현들은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하며 때로는 분명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당당한 speaker를 원하는 listener들에게 실망감과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성공적인 화자가 되어 생산적인 스피치를 시행하기 위하여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애매한 종지어나 표현보다는 청중에게 당당한 화자(話者)로서 대중연설(public speech)에 맞는 스피치 기법과 종지어 더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찬석(천안외국어대학 영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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