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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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교회
  • 승인 200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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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중복이다. 냉방장치가 아무리 발달하고 많이 보급되었어도 삼복의 더위는 사람을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이 여름이 창조주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절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욥기 38장 이하에는 창조의 장엄한 모습이 숨쉴 틈도 주지 않고 나열되고 이 질문들 앞에서 욥은 하나님은 못 하실 일이 없고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분임을 깨닫는다(욥 42:2).

이 여름에 욥기의 이 질문들 앞에 우리도 서 보아야 한다. 찬송가 40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의 작사자는 여름 뇌우(雷雨) 후의 초원과 호수를 바라보며 이 찬송을 작사했다. 여름이 창조주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절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는 창조질서 보존과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이 여름에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여름이 되면 학교는 방학을 하고 직장은 휴가를 실시한다. 심지어 서구에서는 여름에 예배를 쉬는 교회들도 있다고 한다.

휴식은 일과 예배와 더불어 우리 삶의 중요한 삼박자이다. 휴식을 잘 취하는 사람이 일도 잘 하는 법이며 반대로 잘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도 천지창조의 작업 후에는 안식하셨다(창 2:2). 잘 쉬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재충전이며 창조적인 휴식이 된다.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을 ‘오락’이라고 번역해서 사용하는데 이 말이 부적합하다고 ‘소창’(蘇創)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소창은 ‘다시 창조한다’는 뜻이다. 쉼을 통해 다시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뜻인데 레크리에이션의 직역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이 여름에 건전한 휴식의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휴가에도 과소비문화가 유입되어 호화판 해외여행으로 물의를 빚거나 휴가비용 때문에 가계에 빨간 불이 켜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해부터 주 5일 근무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힘써 건전하고 건강한 휴식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여름에 영성 충전에 힘써야 한다. 교회들은 여름이 되면 여름성경학교를 하고 여름수련회를 하고 산상기도회를 한다. 여름이 되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형식적인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독자적으로 이런 행사를 할 수 없는 작은 교회들을 위해 연합으로 이런 일을 하는 일과 전문기관들에 의한 연합집회가 늘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반면에 이런 행사를 주관하는 선교단체들 가운데는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무리하게 규모를 늘이거나 부실하게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합심해서 막아야 할 일이다. 교회력(敎會曆) 상으로도 이 때는 후반축제기, 또는 무제기(無際期)라고 해서 신앙의 성장과 성숙에 주력하게 되어 있다. 교회의 이 때 예전색(禮典色)인 녹색은 생명과 성장과 번영의 색이다.
우리는 이 여름이 선교하고 봉사하는 절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 주간 어느날, 방글라데시로 단기선교를 떠나는 청년들을 전송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갔다. 단체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는데 옆에서는 캄보디아로 의료선교를 떠나는 어느 교회의 청년들이 길게 늘어서서 역시 단체 출국 수속을 밟고 있었다. 그 옆도 단기선교 팀인 듯 했다.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골프채 가방을 든 여행객들과 대조를 이뤘다.

우리는 이 여름이 새해를 준비하는 절기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캘린더 시장에서는 벌써 새해 달력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 착수해서 오래 준비할수록 착실하게 출발할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이 여름에 주변을 생각하며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불볕 더위 속에서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장병들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하며 실의에 빠져 있는 축산농가들을 기억해야 한다. 특별히 올해는 월드컵의 열기에 이어 여름을 맞이하였다. 올해의 여름은 월드컵에서 보여준 단결력과 일치감을 잘 살리고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때가 되어야 한다.

잠언서는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는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고 하였다. 2002년의 여름이 그와 같은 여름이 되어야 하겠다.

유관지목사(목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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