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월드컵 정신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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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월드컵 정신을 살리자
  • 승인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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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은 우리 모두가 경악했다. 그리고 황홀한 밤이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거둔 승리는 한반도 전체를 감격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태극 전사들은 월드컵 대회 출전 48년 만에 드디어 대 폴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전고를 울렸다. 그리고 포르투갈 전과, 18일 대전에서의 16강 대 이탈리아 전은 한국 축구사의 신기원을 이루었고 환희의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래서 또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본과의 공동 개최를 확정지었을 때, 1997년에 불어닥친 외환 위기 사태로, 수많은 외신은 “한국은 월드컵 개최권을 포기해야 한다”라고까지 지적했다. 그러나 온 국민이 단결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 세계 60억 인구의 평화와 화합의 축제인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 개최하게 되었다.

한국과 폴란드의 첫 경기가 열리던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두 번씩이나 승리의 함성이 터지던 그 밤엔 부산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이 들썩거렸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침대에 누워서 또는 휠체어에 기대어 팔에 링거 병을 꽂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열광했다. 거리에 설치한 초대형 전광판 앞에서 또는 안방의 TV 앞에서 4천5백만 우리 민족은 석고상이 되었다.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 해설자, 관중 그리고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웃으며 진심으로 한마음이 되어 기뻐했다.
얼마 만에 누리는 쾌감이던가, 얼마 만에 흘려보는 순도 99%의 정제된 눈물이던가, 그 얼마 만에 보게 된 하나된 모습이란 말인가, 이번의 승리는 선수들의 피나는 연습과 실전에서의 투혼 정신과 응원단의 열띤 응원과 전 국민의 열광적인 성원이 하나로 뭉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서로 반목하고 시기하고 이간질하며 상대방 흠집내기에 급급한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권력과 금력에 연루된 수많은 정치 지도자와 직계들의 파렴치한 모습을 매스컴에서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것과 한-폴란드 전의 승리로 인해 우리나라의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외국의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속속 내한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황홀했던 6월4일 밤에 보여주었던 결집된 모습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거리 질서 확립과 깨끗한 환경과 웃는 얼굴 그리고 후한 인심과 도덕적 양심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월드컵 기간 동안의 일회성 행사가 되어선 안 된다. 월드컵을 치른 후의 우리는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만 한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원활한 경기 진행과 개최국의 성적과 위에서 언급한 몇가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들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이제 3승을 거둔 우리 팀에게 다시금 온 국민은 뜨거운 성원을 보낸다. 그리고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에 들떠 인간 본연의 자세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 월드컵 기간 동안에 하나로 뭉쳤던 힘을 십분 발휘해서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며 조금씩 양보할 때 월드컵 이후의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가 있다.
특히 6월은 보훈의 달이다. 우리나라가 오늘의 번영을 이루기까지는, 조국의 부름에 응해 하나뿐인 생명을 초개같이 버렸던 순국 선열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들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들을 망각하는 누를 범하지 말자. 오늘에 감사하며 하나로 뭉칠 때만이 기억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우리 교회가 그동안 무능하리 만큼 침체되어 있었다. 이제 감격의 월드컵의 환희, 한마음의 뜨거운 성령의 불을 교회가 앞장서서 붙여야 할 것이다. 혹자는 6월이 지나면 7월에는 무엇으로 우리의 희망을 어디에 쏟아야 할까(?) 방향 감각을 상실해 있는 이들에게 교회가 그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박대훈목사(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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