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와 아이티 잇는 ‘가교’ 역할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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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와 아이티 잇는 ‘가교’ 역할에 감사”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1.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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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니카와 아이티 오가며 여섯 교회 재건한 이철영 - 이순영 선교사

아이티 지진 참사 1년 … 재건 사업 지연, 콜레라 등 어려움 여전
백석총회와 초등학교 설립 추진, 목회자 자녀 장학금 결연 등 사역

지금으로부터 1년전 아이티공화국에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7.0의 강진으로 20여만 명이 사망했고, 130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진흙 빵으로 알려진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 닥친 재앙은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이웃나라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던 이철영·이순영 선교사 부부는 처음 겪는 지진에 놀랄 틈도 없이 아이티로 향했다.

한국에서 들어온 구호인력들이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아이티 공항이 폐쇄되고 도미니카를 경유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당시 도미니카공화국 한인선교사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이철영 목사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10년 넘게 도미니카에 있었지만 남미로 그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몰려오는 것은 처음 봤어요. 교단 관계자나 NGO사역자들을 만나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아이티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남미의 가난한 나라였는데... 하나님이 지진이라는 재앙을 통해 아이티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이티 대지진 1주년. 예장 백석총회와 초등학교 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철영·이순영 선교사 부부는 지난 1년 도미니카와 아이티를 오가며 벌인 사역이 힘들만도 한데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이 있고 나서 처음 두 달은 긴급구호팀과 한국 관계자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호물자 분배며, 차량 섭외, 유엔비행기까지 이철영 선교사를 거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긴급구호가 끝났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여전히 폐허 속이었다. 국제 구호경험이 풍부한 NGO들 조차도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손대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국의 불안, 산더미 같은 쓰레기, 살아남은 자들의 정신적 상처는 복구를 더디게 만들었다.

대지진 1년이 지난 지금도 천막 생활하는 난민들이 그대로이며 대선 후유증으로 폭동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콜레라까지 창궐하고 있어 3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죽어나갔다.

이철영 선교사는 “아이티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는 말 자체가 ‘허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표했다.

긴급구호가 끝난 후 이철영·이순영 선교사 부부는 무너진 교회의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2월 말부터 무너진 교회를 답사하며 교회 재건으로 사역의 방향을 정했다. 무너진 교회를 보고 현장에서 7천 달러를 모아준 미국의 텐피교회의 후원이 계기가 됐다. 교단이나 구호단체처럼 눈에 띄는 사역은 아니지만 교회를 통해 공동체가 재건되고 어린이들의 미래를 이끌 교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교회를 재건한 곳은 ‘시티 솔레이’로 아이티 최고의 빈민가로 알려진 곳이다. 폭동도 많고 진흙쿠키를 먹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이 선교사 부부는 무너진 교회 목회자들을 불러 모아 재건의 뜻을 물었다.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함께 세우고 스스로 지키는 ‘네비우스 방식’을 목표로 삼았다. 건축자재를 사서 나르기 위해 이철영 선교사는 자비를 들여 픽업트럭도 구입했다.

무너진 교회 명단을 받아 실사를 마치고 나면 외부 후원금을 받아 기본적인 재료비를 충당했다. 휴스턴 서울침례교회를 시작으로, 성도교회와 광염교회, 돈암제일교회 등이 교회재건에 뜻을 모아 주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세운 교회가 모두 6곳이다.

교회만 지어준 것이 아니었다. 목회자 자녀 장학금을 전달하고 선교 프로그램을 보급했다. 찬양사역자로 활동한 장기를 살려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한국을 방문할 때는 아이티 목회자 자녀와 일대 일 결연도 맺어주었다. 교회 재건으로 공동체가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환하게 웃는 현지 목회자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고 이순영 선교사는 말했다.

도미니카와 아이티를 오가는 길이 결코 짧지도 쉽지도 않았지만 이철영·이순영 선교사 부부는 지난 1년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나라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고 우리도 아이티를 도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무너진 교회를 세우고 무엇보다 교회를 통해 목회자와 성도가 서로 섬기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순영 선교사는 “아이티 목회자 자녀 장학금 결연에 한국 교회가 많은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오가는 사역 속에서 건강과 안정을 지켜주길 하나님께 기도했다.

구호단체와 아이티를 잇는 ‘다리’였던 이철영·이순영 선교사 부부. 이제는 한국 교회와 아이티 교회를 잇는 ‘다리’로써,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역으로 아이티를 계속 섬겨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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