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그날처럼 빈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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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 전 그날처럼 빈방이 없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2.1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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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래교회 보고서(14) 문화의 미래2 - 성문화

문화는 사회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와 함께 절대적인 진리, 혹은 도덕이나 윤리를 배척하는 다원화된 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과는 반대로 교회는 믿음의 본질인 ‘복음’ 이외에도 사회문화, 도덕에 대한 성경적 해석 또는 성경에 입각한 가치를 사수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도덕적 기준 또는 가치를 비종교인들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성경적인 입장에 따라 행동하고, 비판하고, 주장할 자유 혹은 책임이 기독교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밀 듯이 밀려드는 교회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 문화적 충돌은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편집자 주>

열에 아홉은 혼전 성관계 OK, ‘성문화 개방절정
성교육 주저하는 사이 미래세대, 성 가치관에 구멍

12월하면 많은 사람들이 성탄절을 떠올린다. 기독교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성탄절을 기다리는 데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그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교회는 4주 전부터 대림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러나 세상은 다르다. 2천 년 전 그날처럼 빈방이 없다.

# 성문화 개방 브레이크 없어
최근 성문화 개방으로 인해 전통적인 윤리관이 흔들리고 있다. 일례로 혼전 성관계나 동거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0~40대 미혼남녀의 63%가 혼전 동거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37%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도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다수가 찬성했고, 30대 중반 이상은 반대가 많았다.

한 대학신문이 전국 200여개 남녀 대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43%가 성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남학생은 58.1%, 여학생은 30.0%가 성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해전 조사보다 남학생은 6.6%, 여학생은 17.8% 증가한 것이다.

혼전 성관계도 10명 중 9명꼴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응답자의 52.6%는 사랑하면 가능하다고 답했고, 결혼할 사이라면 가능하다는 응답이 21.1%로 뒤를 이었다. 조건 없이도 가능하다는 응답도 12.2%에 달했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10.5%에 불과해 지난해보다 2% 감소했다. 혼전 동거는 결혼이나 사랑이 전제되면 할 수 있다는 의견이 72.8%,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은 19.3%로 조사됐다. 젊은 층에서 동거 문화가 더 이상 ‘금기’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19세 이하 청소년층으로 내려가면 성문화 개방의 속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한 일간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 가운데 60.2%가 ‘사랑한다면 혼전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대답은 남학생과 여학생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애정 없이도 혼전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질문에도 33.2%가 ‘그렇다’고 답했다.

불과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남학생의 65%, 여학생의 78%가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응답한 것과도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또 이성친구와의 포옹이나 키스 등 성적접촉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인 여학생의 84.8%, 남학생의80.2%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 미래 세대, 성(性)에 무너진다
성문화 개방에 따른 사회적 폐단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성’에 대한 대응은 보수적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대 청소년 미혼모가 급증하고 있다. 싱글맘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면서 일반적인 성장과정을 겪지 못하고 사회적 소외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학교 내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영아살해로 붙잡힌 3명 중 1명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효성 있는 성교육과 10대 미혼모 양육시설의 확충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 관련 범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5년간 지하철 내에서 성추행이 30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지역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 성범죄 관련 기소자가 2년 만에 10배가 늘었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물을 통해 왜곡된 성문화를 접한 어린 학생들이 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2008년에 비해 69%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강간범죄 비율도 51%(26건)에서 84.2%(64건)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층은 성문화 개방 문제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혼전 성경험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배우자의 혼전 성경험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인터넷 포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기분은 나쁘다’는 응답이 37.5%, ‘다른 사람과 관계가 있었다면 싫다’는 응답이 15.4%를 차지했다. 성 개방에 대해 자신에게는 느슨한 잣대를, 배우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음란물이나 성 관련 컨텐츠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청소년 층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의상을 입은 10대 연예인들의 모습을 통해 성에 대해 눈뜨는 시기도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성문화 개방 풍조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 성교육 주저 말고 가치관 정립 필요
개방된 성문화 속에서 한국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혼모나 성폭력 피해 청소년, 음란물에 중독된 학생들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기관을 교회가 나서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미디어 중독과 치유 사역을 하고 있는 흠스(HMMS) 스쿨 신상언 선교사(낮은울타리 대표)는 “교회가 병들어 죽어가는 청소년들의 병원이 돼야 한다”며 “음란물에 빠지거나 미디어 등에 중독된 아이들의 영혼을 돌보고 치유할 사명이 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죄와 상처로 인해 중독에 빠진 사람은 이 관계를 끊어야 한다. 진정한 치유는 하나님과 직면할 때에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파티문화가 발달돼 있는 미국 사회에서는 개방적인 성문화가 자연스럽게 청소년층으로 확산돼 있다. 학교 안에서도 남녀가 키스하는 것을 아무도 제지하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미국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순결 운동’과 함께 성교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조기에 성교육을 할수록 교육 효과가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무분별한 성경험의 폐단을 교육하고 범죄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교회가 먼저 성 가치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은 더럽고 피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 올바른 성 가치관 교육을 통해 성문화 개방의 거센 파도를 이겨낼 수 있는 크리스천 청소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품화되고 음란한 문화에 맞서 “성은 축복이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한 목회자들의 성추문 사건이 엄혹한 성문화 개방의 현실을 대응해야 할 교회의 입지를 크게 좁히고 있다. 교회가 성 가치관 교육에 앞서 목회자 자신의 성윤리와 가치관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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