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2년 만에?” 목사 되는 길 결코 짧아선 안 돼
상태바
“신학을 2년 만에?” 목사 되는 길 결코 짧아선 안 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10.20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 사회’ 열풍 속 과연 교회는 공정한가(끝) - 무자격 목사 안수 배출의 불공정 관행

주요 교단, 학부부터 수련목까지 총 7~10년의 시간 거쳐 목사안수
속성으로 무자격 목사배출 심각한 상황 … 교단 공동대책 세워야

목사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신학교 4년에 신학대학원 3년. 여기에 강도사나 준목 고시를 거쳐 예비 사역자로 1~2년 이상을 헌신해야 한다. 정식 절차를 밟는다면 목사가 되는데 적어도 7~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두고 목사를 만들어 낼까. 해답은 간단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양육하는 사명자를 대충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학교 4년은 기초적인 신학을 배우는 단계라면 신대원 3년은 목회현장에 필요한 더 깊은 학문과 영성을 익히는 시기다. 강도사나 준목으로 2년의 시간은 목회자가 되기 위한 수련의 시간으로 실제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을 만나고 기도하고 전도하며 자신의 사명을 확고히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기독교만 그럴까. 성직자를 양성해내는 일은 어디나 엄격하다. 천주교 역시 종단에서 정한 신학교와 신대원을 거쳐야 하며 수련과정을 거쳐 신부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신 성직을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오랜 교육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교단이 난립한 개신교 안에서는 목사가 되는 과정도 불공정하다. 누구는 7년 넘도록 힘들게 공부하고 헌신하며 안수를 받는데 다른 이들에게서 1년짜리 목사, 2년짜리 목사 등등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목사가 되는데 10년이나 투자할 수 없다며 단기 속성 신학교를 다니고 자신이 속한 교단을 떠나 군소교단에서 적당히 안수를 받거나 돈을 주고 목사직을 매입하는 사례도 찾을 수 있다. 한국 교회가 비판받는 이면에 무자격 목사의 양산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 당신은 몇 년짜리 목사?
목사의 자격에 대해 사실 성도들은 그리 깊이 알지 못한다. “존경하는 목사님” 그 뿐이다. 그러나 신학교육의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다. 안타깝게도 무신학 목사부터 1년, 2년, 3년, 6년, 10년 등 목사가 되는 기간이 모두 다르다. 7년에서 10년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정규과정을 밟은 목사로 분류 가능하다. 하지만 6개월에서 3년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학교와 대학원을 거쳐 수련기간을 다 포함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 신학교의 경우 1~2년 내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신학 과정을 모두 마친다. 그리고 군소교단으로 연결해 안수를 받는다. 인가가 없는 신학교가 부지기수다. 통신신학이나 무인가신학교에서 목사의 꿈을 키우고 짧은 교육을 받은 후 목사가 된다. 그들의 영성과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대한 열정은 남들과 다름없다 하더라도 신학적 지식과 목사로서 갖춰야할 소양, 자격의 여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함량 미달의 목사가 양산될 우려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소문에 의하면 신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목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적부를 위조해 목사 자격을 사거나 평신도로 있다가 목사안수 없이 교회를 개척 후 목사라는 호칭을 달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학제운영의 편법도 함량미달의 목사를 양성하는데 한 몫 한다. 강남의 모 신학교는 1년에 4학기제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이런 학교들이 많아지면서 2년 만에 신학교육을 마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준목과 강도사 등 2~3년의 수련기간이 싫은 성급한 졸업생들은 독립적인 교단이나 수련과정이 없는 작은 교단으로 이적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빨리 목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착실하고 온전한 사역자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 신학의 검증은 곧 신앙의 검증
여성 목사안수가 어려운 한국 교회의 현실은 신학의 꿈을 가진 여성도들을 무인가 신학교로 밀어 넣기도 한다. 여성 안수만을 주는 신학교를 세워 신유와 이적을 중심으로 강의하며 여성목사들을 길러낸 후 현장으로 파송한다. 여 목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기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교단에서 정식적으로 공부를 하고도 안수를 받을 수 없는 이들은 이와 같은 무자격 여 목사들과 한 배를 탈 수 없다며 목사 안수를 거부하고 교단의 허락을 기다리기도 한다.

통신신학의 형태도 변모해 이제는 인터넷 강의로 신학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짧은 기간을 공부하고 졸업 후 교회를 개척하고 목사의 길을 걷는다.

예전 갑종학교로 시작된 한 신학교의 경우 목사의 사명만을 가지고 등록을 한 학생 중 한글을 못 읽는 문맹도 있었다. 끝내 졸업을 하지 못한 이 신학생은 무인가 신학교를 찾아가 안수를 받았다. 당시 담당교수는 “아무리 사명이 크다고 해도 한글 해독이 어려운 문맹자가 갑자기 목사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하게 거절을 뜻을 밝혔다. 성도들에게 본이 되는 목사로 서고 싶다면 기초부터 착실하게 공부해야 하며 더 풍성한 지식과 말씀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인가 신학교 중 이단들이 개신교를 위장에 설립한 곳도 있다. 사당동의 한 신학원은 개신교 군소교단에서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 이단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예비 신학생들은 모두 같은 개신교 신학원으로 생각하고 등록을 한다. 또 교단에서는 신학원의 정통성이나 정체성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수 여부만 확인한 후 편목을 허락하기도 한다. 교단 통합 후나 교회의 크기만 보고 목사를 받아들인 일부 교단의 경우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는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쉽게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교회주의와 교단분열의 역사를 가진 한국 교회가 무인가 신학교, 무자격 목사 양산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수십년 간 제재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신학교에 대한 검증 시급
무인가신학교에서 양산해내는 목사를 막을 수 없다면 교단이 나서서 검증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수백개에 달하는 신학교들을 모두 검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과 합동, 기장, 고신, 감리교 등 주요 교단에서 목사를 배출하는 과정이 비슷한 것처럼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있는 교단과 신학교를 분류하는 일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청목의 대상을 10개 교단 신학교로 한정하고 있는 예장 통합처럼 교단이 편목이나 청목의 기준을 엄격히 하고 검증의 과정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교단의 수준에 맞는 절차에 따라 양성된 목사인지 확인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 교단의 경우 교단의 확장을 위해 군소교단 출신의 목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편목을 허락한 교단과 신학교만 50개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단만 확인하고 출신 신학교를 확인하지 못하는 오류도 범하고 있다. 크기에 현혹돼 질적인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흐트러진 기준은 교단의 건강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건강하고 실력있는 신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여기저기서 편목을 받아 교단을 키우는 관행은 당장은 규모면에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후일에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성직은 누구보다 고결하고 존경받아야할 자리다. 1930년대 신학문이 소개될 즈음 가장 엘리트로 분류되는 이들은 목사였다. 정치권에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유학의 길을 거쳐 신학을 공부하고 들어온 이들이 훗날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 잡았다.

한 기독교역사학자는 “과거 기독교가 존경받았던 이유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지성과 영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교회가 손가락질 받는 이유는 무자격 목사들이 보여준 수준 낮은 행실에 그 원인이 있다.

성직은 결코 매매될 수도 건너뛸 수도 없는 것으로 반드시 신학적 지식과 깊은 영성, 구령의 열정 등 사명을 통해 채워져야 한다. 예배를 이끌고 성찬을 행하고 성경을 풀어 말씀을 전하는 목사야말로 끊임없이 배우는 삶으로 자신의 자격을 채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성도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고 익히는 고행의 시간도 없이 목사가 되려는 얄팍한 생각과 목사 안수의 불공정 관행이 거듭되는 한 한국 교회의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군소교단은 양질의 신학과정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버리고 공동의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기성 교단에서는 무자격자의 교단 영입을 막기 위해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정한 목사 안수와 신학교육을 이끌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