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정성 회복하는 회개운동 일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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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정성 회복하는 회개운동 일어나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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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 사회’ 열풍 속 과연 교회는 공정한가 ① - 공정 교회 논의의 필요성

▲ 8.15 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 의제를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와 동반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공정은 ‘소외된 이웃을 향한 자선’ 의미 내포
교회 곳곳에 편만한 불공정 관행 해결 시급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 후반기 정책기조로 ‘공정사회론’을 들고 나온 이후 공정 사회 논의가 사회 각계각층을 들쑤시고 있다. 최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부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 공정한 사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앞서 8.8개각을 통해 임명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각각 정치자금 불법 대출 논란, 위장 전입, 쪽방촌 투기 의혹 등으로 사퇴하면서 논란을 가열시켰다.

이처럼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특혜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개선 상생 논의, 약자와 서민들을 위한 배려와 기회의 확대 등 ‘공정’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도 출간 세달 만에 3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공정 사회에 대한 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하버드대)는 최근 한국을 찾아 “사회의 모든 논의가 경제 성장에 맞춰져 있고, 사회가 풍요로워질수록 도덕적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며 “한국에서도 경제적 성취를 넘어 정의나 공동선 같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와 논의에 대한 갈증이나 배고픔이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사회론, 우려 섞인 기대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공정 사회 논란을 지켜보는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잣대를 청와대와 고위공직자들에게 먼저 겨눈 반면,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정치적 사정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정부의 정직성을 기반으로 논의되는 공정 사회 논란에 대해서는 거부할만한 세력이나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한 사회’ 논란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기지만, 통치 수단으로서의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5공 시절 ‘정의사회 구현’ 구호를 무기로 정치적 반대 세력과 힘없는 서민들을 괴롭혀 온 사회를 들쑤셨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법치를 강조할 경우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지난 정부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현 정부의 ‘공정한 사회’를 비교하며, 국정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공정한 기회 주는 것이 공정 사회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정부의 후반기 국정기조인 ‘공정사회론’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사회적으로 공정이라는 의미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적용 범위와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끊임없이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 성경에서 말하는 ‘공정’
그렇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공정은 어떤 의미일까. 성서한국 사무총장 구교형 목사는 “공정 개념은 구약에서 공의와 정의라 이름으로 많이 등장한다. 공정에 대해 두 가지 개념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첫 번째 개념에 대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라는 의미로, 소외된 이웃을 향한 자선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는 “법적인 의미가 있다. 성경에는 저울을 속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정한 재판, 잣대가 굽지 않은 강자와 약자를 구별하지 않는 재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공정하다는 의미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편향성을 가지고 보호하고 지키고 도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이라는 용어에 대해 백종국 교수(경상대학교,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공정은 공평과 정의를 합친 것”이라며 “성경에서 말하는 공정과 사회에서 말하는 공정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공정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어 “기본적으로 각자의 것을 갖도록 하는 것과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대 혜택이란 말로 표현되는 약자에 대한 사랑, 인애가 공정”이라며 “최근에는 사회에서도 약자를 향한 공정이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정 사회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이라며 “사회가 공정을 이야기하기 전에 교회가 먼저 공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도 역사적으로 기독교가 사회의 공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 교회 공정성 논의해야
그러나 공정성 논의는 사회와 교회에서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공정한 사회’를 먼저 외쳐야 할 교회가 스스로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교회 곳곳에 편만해 있는 불공정한 관행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숙제다.

기회 균등, 공정한 출발 논의는 교회에서도 시작돼야 한다. 많은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이 이번 유명환 장관 딸 특채 논란을 지켜보면서 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딸 특채 논란에 대해 영등포 시온성교회 최윤철 목사는 “결국 자식에 대한 과도한 사랑이 이성을 마비시켰다”며 “목회자로서 보건대 일부 대형 교회들이 무리하게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른바 목회세습은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 한누리교회 이동연 목사도 대형 교회의 세습에 대해 “종교의 생명은 공공성에 있다. 그런데 종교가 세습된다면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다. 세습이야 말로 모든 사유화의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가장 공정해야 할 종교가 가장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금 교권의 세습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 공정성 논의에 대해 백종국 교수는 공정성은 교회 안과 밖에서 다 실현돼야 한다는 점, 현재 상당수의 한국 교회는 전도를 빙자해 하나님의 성품을 배반하고 있는 점, 교회의 공정성 회복이 진정한 교회 부흥의 출발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어 “한국 교회의 공정성과 정직성을 회복하는 회개의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교형 목사도 “기독교가 너무 제도화돼 있고 양극화돼 있어 소명을 받은 목회자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자립 교회 문제, 목회자 처우 문제, 도농 교회 격차 문제 등을 너무 자본주의 자력갱생의 시각으로 내모는 것보다 교단과 총회가 교회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지는 공정한 교회 논의가 확산될 수 있도록 향후 연속기획으로 공정하지 못한 교회의 실태와 사례를 찾아보고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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