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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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마술
  • 승인 200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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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세계인의 잔치 월드컵 벌어지고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이 좁은 땅 한반도에 쏠려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16강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지 우리국민의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모처럼 짜증나던 정치판도 잊을 수 있고 그동안의 모든 시름도 날려버린채 온국민이 하나되는 기쁨을 지 금 우리국민은 누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국민은 지금 월드컵의 마술에 걸려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할수 있다.
이것이 어찌 우리나라 뿐이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같은 시각 지구 저편에서도 그대로 보고 있으며 그들의 환호하는 열기 또한 이 땅에 앉아서 그대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팀이 폴란드 팀과의 경기에서 깨끗하게 승리를 거둔 그밤 이 땅도 놀랐지만 전세계의 축구인들이 모두 놀랐고 사람은 지도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의지와 각오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 땅 곳곳에서 벌어진 흥분의 열기는 밤새워 식을줄 몰랐고 젊은이들의 거리 행진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축제로 연출되었다.

월드컵은 분명 하나의 축구시합만은 아니었다. 월드컵은 이 지구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과 가능성과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월드컵을 유치하자면 천문학적인 많은 시설투자와 소모적 낭비가 주어지고 보이지는 않지만 내막적으로 극심한 상업주의적 폐해도 있고 매사 돈으로 자리매김하려 드는 비판도 있지만 그 단점 보다는 그 행사가 지니는 효과 또한 엄청나다는 사실도 이번 월드컵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같은 가능적이고 소망적인 흥분과 열기를 보면서 한가지 희망을 가져본다. 이 행사가 소모적인 행사로 끝나지 말고 온갖 상처투성이로 멍든 이 지구촌에 치유를 가져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혈통과 언어와 문화와 역사가 다른 이민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한판 축제가 온갖 장벽으로 높아만 가는 민족간의 괴리현상들을 허물고 모두를 하나되게 하고 교류되게 하는 잔치로 발전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동안 이 지구촌은 질시와 편견과 테러와 전쟁과 대치의 관계로 멍들어 있었다. 근자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테러를 겪으면서 지금 온 지구촌은 민족간의 불신과 반목이 더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로 현재 지구촌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수모에 가까운 몸수색을 당해야 하고 극소수 아랍인들의 테러행위로 전체 아랍인들은 서구세계 여행은 꿈도 못꿀 만큼 감시와 모멸스러운 수모 를 겪게 만들었다.

이렇게 자구적 비상대책이 강화되면 될수록 지금 이 지구촌은 알게 모르게 갈등과 반목과 불신은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이 월드컵의 열기와 하나됨의 의지를 보면서 지구촌 각 나라들이 조금씩만 노력하면 이같은 난제들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가능성과 믿음을 갖게 된다. 전체의 마음이 하나가 되면 소수의 파괴적 행동이나 살상적 발상도 이 땅에서 발붙일 틈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월드컵 과정을 보면서 또 한가지 상당한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교계도 얼마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다. 축구 하나 가지고도 저렇게 마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데 왜 기독교는 그 좋은 신앙적 자질을 가지고도 서 로 반목하고 의미없이 갈라져있어야 하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갖게 된다. 오늘 기독교는 종교간의 대화는 고사하고 기독교 안의 온갖 파벌들이 조그만 편견과 장벽 하나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죄송하고 신앙인들의 모습이 이토록 편협한가 하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평화를 말하고 화합과 일치와 용서와 화해를 외치면서 정작 자기들은 화합하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이 현실을 이 땅의 종교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구촌의 축제를 이 땅의 종교인들은 국외자의 눈으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하나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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