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7] 마트형 대형 교회 등장에 작은 교회 설자리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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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7] 마트형 대형 교회 등장에 작은 교회 설자리 잃어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7.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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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래 교회 보고서’(7) 교회 양극화의 심화 - (上) 대형 교회의 미래

교회 대형화에 가속도 붙었다

역사 속 교회는 끊임없이 그 형태와 형식을 변화해왔다. 물론 교회의 본질과 사명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 땅을 딛고 진리를 외쳐야 할 교회는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혹은 역류하며 적응해 왔던 것이다. 지금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으며 한국 교회도 어떤 변화의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양극화다. 소득의 격차에서 비롯된 양극화 현상은 문화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한국 사회를 해석하는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최근 부동산 침체와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백화점 VVIP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소득의 차이에 따라 문화를 향유하는 질적 차이도 확연하다. 의료, 복지, 교육 등 보편적인 혜택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양극화로 인한 폐단이 심화되고 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 내 음향 및 예배당 시설, 주차 공간, 재정 규모 등에서 오는 외적 차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교역자 보수, 교인 복지 등의 차이를 비롯해 신앙 상담, 교회 교육 등 내적 차이는 교회 선택의 본질을 흔들면서 성도들의 이동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서 대형 교회의 미래(上), 중소형 교회의 미래(下)를 통해 교회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과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교단 및 교계 연합 사업, 방송선교 진출 확대
기술·문화 발전 활용해 지역교회 기반 흔들기도

대형 교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각종 교계 연합사업은 물론이고 절기 연합예배와 사회복지,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사회와의 소통도 대형 교회가 좌우한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이미 교단의 영향력을 넘어섰다는 말도 나온다.

▲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교회의 대형화와 지교회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영향력 확대는 물론 지역 작은 교회들은 설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교단 영향력 넘어선 대형 교회 ‘파워’
교단장 선거에 제비뽑기를 도입해 금권선거를 차단한 예장 합동총회를 제외한 대다수 교단들은 일부 대형 교회 위주로 총회가 운영되고 있다(예장 합동은 최근 제비뽑기의 폐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범위한 인맥과 재정을 통해 여론을 움직인다. 대형 교회가 교단의 주요 요직에서 사업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형 교회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은 교계 가장 큰 연합예배로 꼽히는 부활절연합예배다. 지난 2006년 이후 교계 양대 연합기관인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공동 행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줄곧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대규모 예배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예배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원 동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 아무리 연합기관이라고 해도 2억 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진 재원을 해마다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2007년에는 예배가 끝난 후에도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개 교회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원과 재정 후원이 가능한 대형 교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각 교단의 단체장 보다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등 대표적인 대형 교회 목사들이 설교, 기도 등 주요 순서자로 참여해 연합예배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대형 교회의 영향력 확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대형 교회들이 앞 다투어 방송사 설립 및 진출을 꾀하고 있다. 가장 최신 방송 송출 방식인 IPTV에 가장 처음 진출한 기독교IPTV에 명성교회가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이미 FGTV를 운영해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최근 굿TV를 인수해 방송 지평을 넓혔다. 온누리교회도 2000년부터 케이블 방송에서 CGNTV 선교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한 노출이 교회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방송선교의 명분을 내세운 대형 교회들의 미디어 진출은 교세 확장은 물론, 교계 여론뿐만 아니라 대 사회적 이미지 형성의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 미국식 대형 교회 등장 임박
최근 국내 대형 마트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통한 골목상권 장악 논란이 뜨겁다. 대형 마트가 입점하는 순간 인근 지역 상권은 마트로 흡수된다. 이들이 프렌차이즈 형식으로 골목까지 진출해 소상인들의 생계 터전을 잠식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이미 미국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종 편의 시설과 교회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교인들이 요구하는 것을 채워줌으로써 주변 교회들의 교인들을 흡수한다. 이를 통해 대형 교회는 초대형 교회로 성장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작은 교회는 문을 닫는 것이다.

새들백교회는 다운증후군 부모를 위한 목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위한 목회, 동성애자를 위한 목회 등 매주 300여 개의 목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는 한 포럼에서 “작은 교회가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개개인의 필요를 세심하게 채워줄 수 있는 곳은 대형교회”라고 말했다.

4천5백여 개의 소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새들백교회를 소개한 그는 “앞으로는 지교회 설립을 통해 대형 교회들이 규모를 더 키워갈 것”이라며 “개개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소그룹을 통해 대형 교회가 계속 발전해갈 것”이라고 다가올 미래를 예측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교인들이 교회를 선택하는 기준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교회 선택에 있어서 교단과 전통을 중요시했던 교인들이 최근에는 편의성과 교회 이미지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는 “교회를 바꾸는 원인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교단이나 교파가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며 “예전에는 이것이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교회의 영적 품질과 편의성, 주차장, 거리 등의 요인에 의해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대형 교회 성장은 기술과 문화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 기술.문화 발전과 지교회 확대
미국 초대형 교회 대부분은 멀티사이트(Multi sites) 교회, 즉 지교회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는 급성장하는 교회들의 일반적인 추세다. 모든 교인을 큰 예배당에 전부 수용하는 한국과 달리 ‘프랜차이즈’와 같은 분점 형식으로 분포돼 있다. 물론 TV 생중계를 통해 지교회가 동시에 예배를 드린다. TV를 통한 설교도 낯설지 않은 미디어 세대라는 점을 교회 성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예배가 음악 콘서트에 참여한 것처럼 화려한 현대식 공연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현대적 예배 음악을 도입한 교회들은 성장하는 반면 전통적 음악을 고집하는 교회는 정체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최근 크게 성장한 대형교회가 지교회를 분립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20개 지교회를 분립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교회 분립을 통해 기존 78만 명에서 43만 명으로 몸집을 줄였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08년 높은뜻숭의교회는 하나의 교회를 넷으로 나눠 분립했다.

이에 앞서 잠실중앙교회는 개척 당시 출석교인 1,500명을 넘으면 분립 개척한다는 원칙을 새워 2000년에 그 약속을 지켜 향상교회를 분립시켰다. 그밖에 사랑의교회, 지구촌교회 등도 분립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교회만을 추구해온 한국 교회 풍토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형 교회들의 분립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은 별도의 기획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대형 교회들은 초대형 교회를 꿈꾸며 지교회 늘리기와 교회 건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 교회 양극화 속에서 작은 교회가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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