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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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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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6.2 지방 선거’가 끝났다. 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목소리들도 잠잠해지는 것같다. 누가 더 옳다라던 소리도, 나름대로 반성하고 자숙하던 목소리도 모두 사라져 가는 것만 같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틀린 것,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선거의 당락에 잠시 기뻐하거나, 잠깐 충격을 받은 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눈에 띄는 어떤 변화도 없다. 심지어는 투표를 통해 의견을 나타낸 국민들조차도 선거 결과에 대해 체념하거나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언제나 선거를 치를 때면 우리 모두는 비슷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누굴 찍지?’라고 하는 고민이다. 딱히 마음에 쏙 드는 지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훌륭한 지도자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지지하는 사람들의 애정 담긴 비판으로, 반대자들의 가차 없는 채찍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보는 지기 성찰이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될 것이다.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아 살피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자기 자신의 잘 한 모습,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 보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모습을 보며 반성하는 일이 더욱 많이 요구되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스스로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들여다보기,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서는 일이며 하나님의 빛 가운데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기도하다.

지금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낙선된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과연 어떤 말씀을 할 수 있을까?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을 돌아봄에 있어서 충실한 것인지? 비판과 도전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는 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세칭 지도자라고 하는 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첫째, 기억을 조작하려는 함정이다. 필요한 것, 혹은 자신을 중심에 놓고 볼 때 믿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사실, 혹은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손쉽게 조작된 기억력은 지도자들에게는 너무도 달콤한 함정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귀보다는 입이 앞서나가는 함정이다.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메모하거나 생각하는 중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재빨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물론, 편리하게 맞추어진 기억들과 함께 자신의 업적을 부풀리는 일은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그것이 지도자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셋째, 어떤 형태이건 ‘힘’에 의존하거나 힘을 숭배하는 함정이다. 힘 있는 자들이거나 힘 있어 보이는 자들에게는 최대로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약해보이는 자들은 가차 없이 무시하고 모욕하고 이용하기를 서슴지 않는 편리한 유혹이다. 그리고 이런 함정들은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그냥 지나쳐가지는 않는다.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뽑은 지도자들이 그들의 임기 동안에 어떤 모습으로 일하는지, 자기성찰은 충분히 하고 있는지, 우리들의 애정 어린 비판과 채찍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투표 결과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다음 지방 선거에서는 누가 누군지 모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들의 삶과 정책, 윤리와 일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들의 선거가 아직도 정당을 보고하는, 정치적 선전, 선동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책과 인물, 비전과 윤리를 평가하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함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비슷한 뜻이지만, 그보다 의미가 더욱 직설적이다. 이 말은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쩌둥은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때, 그 부정적인 것을 ‘반면교사’라고 하였다. 즉, 이는 혁명에 위협은 되지만 그러한 반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요즘은 보통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지나간 6.2 지방선거가 바로 이런 반면교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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