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 사장 김상근목사는 지난 98년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한국교회 선거풍토가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명예를 갖는 교단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총회의장의 양두체제를 제안한 바 있다. 김목사는 총회장은 철저히 명예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바탕에 두고 있다. 또 선거제도 역시 어른을 추대하기 위해 무후보, 비밀, 직접선거로 엄격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공명한 선거를 위해 갖가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부정선거를 막을 수 있느냐는데 있다. 각 교단은 선거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금품살포를 감시하고 선거비용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고 있지만 이것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덕성이 무뎌진 총대들은 돈을 받고도 신고는 커녕 다른 후보와 비교하며 저울질 하기 일쑤이고 돈과 비례해 한 표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도덕불감증은 총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단의 ‘어른’이길 자청하는 후보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한 사례로 지난 가을 총회에서 교단장에 선출된 K목사는 기자들이 교단내 금권선거 문제를 지적하자 “인사차원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또 먼 걸음 하신 총대들을 위해 교통비 얼마를 주는 것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선거법에 금지된 식사 등 향응제공과 금품전달은 그저 관례일 뿐이지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꽤 의식있다고 소문난 교단에서 이같은 말이 터져나왔다면 다른 교단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여진다. 올 가을 합동측의 선거는 선거제도의 변화가 그릇된 선거풍토 전체를 바꿀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풍토의 개선을 후보와 총대의 변화가 아닌, 투명성조차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막연한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현주(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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