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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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뺑소니
  • 승인 2002.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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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지난해 5월15일 사고를 낸 뒤 피해자에게 보상문제는 다음에 협의하자며 명함을 건넨 뒤 연락을 하지 않은 차 모(40)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죄를 적용해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마디로 ‘뺑소니범'이 된 경우다. 차 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던 도중 주부 이 모(42) 씨의 승용차 오른쪽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이 씨의 ‘괜찮은 것 같다’는 답변에 대해 ‘그러면 이리로 연락하라, 차 보상은 그 때 협의하자’며 명함을 건넸다. 이 씨는 병원에서 경추부 염좌 등의 상해로 전치 3주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고, 세피아 승용차에 대한 수리비도 1백77만원이나 됐다.
이 씨가 차 씨의 사무실로 전화하면 ‘출근을 안 했다. 집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했고 화가 난 이 씨는 차 씨를 고소해 1심 법원은 차 씨에 대해 뺑소니라며 실형을 선고했고, 2심 법원도 뺑소니죄는 그대로 인정하고 형량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해주었다. 차 씨는 억울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명함을 건넸어도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피해자의 연락을 받지도 않은 것은 도주의 범의(犯意)가 있었던 것’이라며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또 한 경우는 어린이에게 교통사고 피해를 입히고도 어린이가 ‘괜찮다’ 한 말만 믿고 병원에 데려가는 등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뺑소니죄를 적용했다. 가해자는 퀵서비스맨이었고 마을버스에서 뛰어내리는 9세 어린이와 부딪쳤고, ‘괜찮다’고 하자 떠나려던 퀵서비스맨을 아이의 어머니가 뒤늦게 달려와 잡자, 가해자는 ‘아이가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며 배달을 떠났고, 아이의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의 상처는 어깨에 멍이 든 정도의 찰과상 수준이었고 가해자가 도주의 범의가 없어 보인다고는 했으나 피해자가 어린이인 만큼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온전한 의사표시일 수 없고, 사고 당시 얼마나 다쳤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뺑소니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가해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주문받았는데 형을 감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푼 것이 이 정도였으니 뺑소니 죄가 엄하긴하다.

이길원(경인교회 담임, 교회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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