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비평 - 음주에 대한 판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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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비평 - 음주에 대한 판단들
  • 승인 200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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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남용되는 약물이 술이다. 우리 나라 성인(20~59세)의 절반 이상이 음주인구이고, 여성의 음주율은 47.6%로 계속 증가해왔다.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5~6학년)은 절반 이상이, 중·고등학생은 약 62%가 음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물과 우유와 함께 인간의 삼대 음료로서(사 55:1), 가치 중립적인 물질이었기 때문에 음주 자체에 대해 처음부터 윤리적·종교적으로 부정적 가치 판단이 내포되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가치 판단이 뒤따르게 되었다. 한국 교회에서 음주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문제인데, 이에 대해 교회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입장은 무엇인가?

성경에서 술은 긍정적 용도로 사용된 면이 있다. 여기서 술은 주로 포도주를 가리키지만, 술은 음료로써만 아니라 선물과 강장제, 치료약, 무역품, 제사 제물 등으로 가정과 사회와 종교 생활에서 큰 구실을 하는 주요 음식이었고 즐거움의 상징이었다. 예수님께서도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셨고, 성찬의 한 요소로 제정하시기까지 했다.

하지만, 성경은 술의 부정적인 면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비록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진 않았지만, 성경은 음주의 위험을 경고하며(잠 20:1, 사 5:11, 합1 2:15-~16), 술취함을 죄로 여긴다(신21:20~21, 고전 6:9~10, 갈 5:19~20). 예수님께서도 술의 역기능을 아시고 과음을 단죄하셨다(눅 21:34).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술에 취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엡 5:18), 형제를 죄짓게 할 위험이 있으면 아예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함을 가르쳤다(롬 14:21). 나아가, 그는 과음하는 이는 교회 공동체의 합당한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고전 5:11~13). 특히 교회의 중직자들에 대한 금주 요구는 더 강력하다. 제사장과 나실인이 직무를 수행하거나 서원기간 중일 때는 음주가 금지되었고(레 10:9~11, 민 6장), 교회에서 감독과 집사로 일하는 이들은 술을 즐기지 않고 과음해서는 안 된다(딤전 3:3,8).

이로 볼 때, 성경이 술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술 자체보다는 절제 없는 과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술이 갖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부패한 인간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그 결과가 파괴적이기 때문에, 음주에 대한 절제를 강조한 교회의 가르침은 자연스럽게 금주의 전통으로 이어졌다(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35~136). 특히 한국의 경우, 전래 초기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청교도적 신앙 양심을 따라 한국인의 개화와 진보를 위해 술을 금하였다. 그래서 금주는 마치 한국 교회의 외적 표식처럼 사회적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음주는 사회에서도 결코 미덕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금주에 대한 강조는 한국 교회의 아름다운 유산이요 이어가야 할 전통이다.
나아가, 폭음으로 인한 높은 발병율과 경제적 손실로 많은 사회비용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인 각자가 자신의 몸의 청지기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더구나, 이제 이 사회의 다수집단으로 자리잡은 한국교회가 사회의 무절제와 낭비문화를 선도할 책임이 있다.

그리스도인은 자유를 위해 부르심을 입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육체의 기회로 삼는 자유가 아니라, 공동체에 유익과 덕이 되지 않으면 기꺼이 사랑으로 종노릇하며 특권을 포기할 수 있는 자유이다(갈 5:13).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고전 6:10)와 이웃을 위하여(롬 14:21) 필요하다면 술을 멀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아울러, 교회는 음주를 구원에 직결된 문제인양 율법적으로 다루지 않도록 주의하고, 음주 습관을 갖고 교회에 가입하려는 구도자들이나 초신자들이 그로 인해 교회 내에서 낙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숙해갈 수 있도록 용납하며 포용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인한목사(천안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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