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편지…영혼마저 굶주린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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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편지…영혼마저 굶주린 난민들
  • 승인 200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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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아간 난민촌은 타지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국경을 이루며 흐르고 있는 판지강의 삼각주에 넓게 자리잡고 있으며,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 같은 땅 위에 들풀만이 드문드문 피어나 있고, 그 속에 꿩과 들토끼들이 뛰어다녀 그나마 생명이 있음을 실감한다. 그곳은 식수도 귀하고, 땔감도 없으며, 집과 먹을 것, 입을 것도 거의 없고, 있는 것이라곤 뼈 위에 가죽만 덮어씌운 듯한 사람들뿐이다.

이곳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은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으며 죽을 수밖에 없다. 사막 위에 먹을 것이라곤 풀조차 없고, 땅을 파고, 지붕을 풀로 덮은 움막을 만들어 그 속에서 가족들의 체온에 몸을 덮어 의지하는 방법 외에는 추위를 견딜 방법이 없다. 더욱이 요즘과 같은 우기에는 비와 눈을 피할 방법도 없어 맨발의 어린이들은 얼어버린 몸을 아파하며, 절박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따뜻한 주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저들은 그나마 영혼마저 굶주린 채 얼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는 3천여 명의 난민들에게 한 덩어리의 식빵 및 담요, 옷 등의 생필품을 격일제로 나눠주고 있다. 빵 한 덩어리는 하루동안 아프간 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야만 한다.
처음 빵을 가지고 갔을 때 난민들은 ꡒ다음에 또 먹을 것을 가지고 올거냐? 신발도 줄 수 있느냐? 사람들이 많이 아프다. 약과 의사가 필요하다ꡓ며 많은 사항들을 요구했다. 이들에게 겁도 없이 약속을 하고 말았다. ꡒ이틀에 한번씩은 꼭 오겠다. 예수 믿는 사람인데, 예수 믿는 사람은 약속을 꼭 지킨다ꡓ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그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난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빵을 싣고 저들을 찾아간다. 나의 몸은 젖은 솜이 되어 축 처져 주저앉곤 하지만 주님이 맡겨주신 그 일을 생각하며 다시금 일어나곤 한다. 지난 주에는 눈보라가 너무 심해 하루를 쉴까 했는데 한 덩어리의 빵을 기다리는 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강행군을 하였다.
난민촌에 도착하니 난민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옷을 내려놓고, 빵을 그룹단위로 나눠주며 우리는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온 광야를 회색으로 덮은 눈보라 속에서 빵을 나눠주며 열심히 예수님을 외쳐댔다. ꡒ좋으신 하나님이 당신들을 사랑하시고, 당신들을 도와 주실 것이다. 당신들이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면 하나님이 모두 채워주실 것이다.ꡓ 그때 주님이 왜 나에게 큰 목소리를 주셨는지 알 것 같았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난민촌을 떠날 때 모든 난민들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한 번만이 아니라 몇 번씩 따라오며 외쳤다. ꡐ할렐루야ꡑ라고 말이다. 눈에는 따스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난민촌에도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난민촌 아이들은 찬양을 한다. 그들은 예수님은 좋으신 하나님인 줄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는 신발도 가져가서 그들의 발을 예수님 사랑으로 따뜻하게 덮어 주고, 약을 가져가서 상처도 치료해 주며, 몸이 아픈 이들에게 예수 이름으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준다. 이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김동성(가명, 중앙아시아 지역 해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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