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칼럼 - 청년사역자의 삶은 ‘좀 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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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칼럼 - 청년사역자의 삶은 ‘좀 덜’의 삶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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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역을 하다보면 떠돌이 사역자가 된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는 찬송 가사처럼 어느 곳이든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사역자는 이사갈 준비, 죽을 준비, 설교할 준비는 항상 하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역 교회 목회자는 새로운 목회자로 옮겨갈 때는 교회에서 사택을 준비해 놓고 청빙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생 선교 단체는 사역자가 스스로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그러니 발령을 받고 나면 집 얻을 걱정부터 해야 한다.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생활하는 청년 사역자들은 가족의 부양도 힘든 판에 살 집까지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역지를 옮길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룬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감추어진 하나님의 변장된 축복을 경험하는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어쩌면 이 재미에 사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의 삶이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과 공급하심을 체험하고 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역을 하는 지역 교회 목회자들보다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더 많이 맛보고 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고향 같은 광주에서 사역을 하다가 경상북도 김천·구미 C.C.C. 대표 간사로 발령을 받고 사역을 하던 때 일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무연고 그 지역에서 대학생 사역을 위해 김천, 구미, 상주, 충북 영동, 문경의 캠퍼스를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사역의 열매도 많고,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생활의 어려움은 더 많았다. 밤에 아이들이 갑자기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고, 쌀과 찬거리가 바닥이 날 때도 있었다. 놀랍게도 그 때마다 하나님은 비상한 방법으로 쓸 것과 먹을 것을 공급해 주셨다. 직장인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자매님이 아이들 먹을 것을 넣어준 그 비닐 봉지에 며칠 간 먹을 분량의 쌀값이 들어있기도 하고, 신발이 헤어졌을 때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던 제자가 격려편지와 함께 구두티켓을 보내오기도 했다. 아이들 병원비가 모자랄 때는 기도와 사랑이 담긴 학생들의 눈물어린 헌금으로 채울 수 있었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는 빌립보서 4장19절 말씀의 실재를 경험하고 산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청년 사역자가 굶어죽었다는 말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돈이 없어 전셋집을 얻지 못해서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신실하신 하나님은 청년 사역자들이 좀 덜 먹고, 좀 덜 쓰고, 좀 덜 누리고 살게 하시지만, 청년 사역을 포기할 만큼의 핍절(乏絶)한 상태까지는 가게 하시지 않은 것 같다. 청년 사역자의 삶은 ‘좀 덜’이 아닐까.

김철영목사(C.C.C문서사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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