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우리 아이들의 성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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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우리 아이들의 성탄 준비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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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때 성탄절은 그야말로 성탄절 같았다. 일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 성탄절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왜일까?
어쩌면 즐거울 꺼리가 너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뿐만 아니라 남녀가 만난지 50일, 1백일을 기념해서 즐기기도 한다. 그뿐이랴. 인터넷은 우리의 눈과 귀를 흐드러지게 만든다. 1년 365일이 원하면 다 축제일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성탄절은 전과 같이 즐겁지 않게 됐다. 항상 자극적인 즐거움을 접할 수 있다보니 정말 즐거워야 할 성탄절이 또 다른 자극적인 날 중의 하나가 돼버린 듯 하다.
어린 시절 12월이 되면 성탄절을 준비했다. 딱지와 구슬도 보물이 되었던 시절이니 성탄절을 준비는 그 자체가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이었다. 새벽송, 선물, 그리고 마리아 역할을 했던 여자애….

그때는 교회가 세상보다 더한 즐거움과 재미를 준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줄지는 몰라도 세상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주기는 힘든 곳이 돼버리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교회에 잘 모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시대의 변화를 씁쓸해 하며 나 자신도 즐거웠던 성탄절을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고 몇 년을 지냈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 중·고등부 아이들의 성극연습을 보면서 내 생각은 수정되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성탄절이 기쁨과 즐거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 주에 몇 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함께 모여서 준비하는 가운데 우러나오는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몰두해 있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울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있다.

어쩌면 내 자신이 세상에 대한 패배의식을 가지고 아무런 일도 해보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을 유혹하는 각종 자극과 재미에 아이들을 빼앗겨도 그냥 격세지감을 느끼며 추억에만 잠겨있지 않았을까.
역시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주는 곳이며 성탄절을 준비할 때부터 참된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곳이다. 그걸 다시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오형민(성심교회 교육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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