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즐거울 꺼리가 너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뿐만 아니라 남녀가 만난지 50일, 1백일을 기념해서 즐기기도 한다. 그뿐이랴. 인터넷은 우리의 눈과 귀를 흐드러지게 만든다. 1년 365일이 원하면 다 축제일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성탄절은 전과 같이 즐겁지 않게 됐다. 항상 자극적인 즐거움을 접할 수 있다보니 정말 즐거워야 할 성탄절이 또 다른 자극적인 날 중의 하나가 돼버린 듯 하다.
어린 시절 12월이 되면 성탄절을 준비했다. 딱지와 구슬도 보물이 되었던 시절이니 성탄절을 준비는 그 자체가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이었다. 새벽송, 선물, 그리고 마리아 역할을 했던 여자애…. 그때는 교회가 세상보다 더한 즐거움과 재미를 준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줄지는 몰라도 세상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주기는 힘든 곳이 돼버리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교회에 잘 모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시대의 변화를 씁쓸해 하며 나 자신도 즐거웠던 성탄절을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고 몇 년을 지냈는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 주 중·고등부 아이들의 성극연습을 보면서 내 생각은 수정되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성탄절이 기쁨과 즐거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 주에 몇 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함께 모여서 준비하는 가운데 우러나오는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에 몰두해 있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울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있다. 어쩌면 내 자신이 세상에 대한 패배의식을 가지고 아무런 일도 해보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을 유혹하는 각종 자극과 재미에 아이들을 빼앗겨도 그냥 격세지감을 느끼며 추억에만 잠겨있지 않았을까.
역시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주는 곳이며 성탄절을 준비할 때부터 참된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곳이다. 그걸 다시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오형민(성심교회 교육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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