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속의 여유-예화 활용(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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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속의 여유-예화 활용(4)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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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21세기 현대인의 삶은 컴퓨터와 정보통신, 교통수단의 발달로 어느때 보다도 훨씬 여유있고 풍요하리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기에 새로운 세기를 맞았던 각 나라의 모습은 한결같이 환희와 흥분에 싸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방향도 없는 달리기와 이유도 모르는 초조함과 긴장 속에서 여유는 사라지고 바쁘기만 하다. 성능 좋은 자동차가 많고 편리한 핸드폰이 있기에 우리의 생활과 마음에 여유가 있을 만도 한데 우리의 현실은 여백도 없이 빡빡하게 써놓은 연습장처럼 숨막힐 듯 여유가 사라진 메마른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의 언어 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대화(conversation) 속에는 더 많은 말을 더 빨리 하기 위해 도대체 알 수도 없고 쓰지도 않던 숨가뿐 약어와 상징어, 은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토록 여유가 사라진 환경에 찌든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자연이나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를 그리워 하고 있다. 대중연설(public speech)이나 대화(conversation) 속의 예화는 언어생활 속에서 조차 상실한 현대인의 여유와 여백을 스피치 속에서 줄 수 있게 하기에 중요하다.

그러면 스피치 속에서 어떤 예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먼저 예화의 선택기준을 다음 여덟가지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청자(listener)들에게 친숙하며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활용하신 다양한 비유의 소재를 유대인의 생활 속에서 찾아 내셨듯이 청자들의 생활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일수록 그 효과는 크다. 왜냐하면 다양한 청자들 사이에 동시에 큰 rapport(화합, 공감)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 스피치의 목적이며 예화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셋째, 청자들에게 새로운 지식으로 느껴질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면 더 큰 효과가 있다. 진부한 내용이 아니어야 하며 설교의 경우 성경에서 인용된 내용이 아닌 예화라면 오래된 교인들이 얼마 전에 들은 적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면 청자들은 스피치 -설교- 전체나 화자에게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넷째, 화자(speaker)가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각색도 할 수 있는 내용이면 더욱 좋다. 화자 자신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인용한다면 청중의 임의적 해석으로 스피치의 흐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시사성이 있는 예화는 청자의 관심을 어렵지않게 끌 수 있다.
여섯째, 청자들이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따라서 눈높이 청중분석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일곱째, 조작된 예화는 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킨다. 여덟째, 하나의 스피치에 너무많은 예화는 오히려 역효과이다. 주제를 위한 예화이지 예화들을 위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같은 예화가 수집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을 활용하여 전달하는 화자의 전달능력에 따라 그 효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인용된 예화는 스피치를 실행하기 전에 반드시 극화(dramatize) 되는 과정을 거쳐서 청중에게 전달 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화자와 실패한 화자의 차이는 같은 예화를 도입하면서도 그 내용과 전달방법을 극화 할 수 있는 능력의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와 관련해 각색되지 않고 단순히 소개만 되는 예화는 만족스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화자는 anticlimax기법이나 poker face 기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자는 스피치가 climax로 진행될 때 청자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예화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하여 예화 내용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화 활용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은 화자는 예화를 충분히 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설교나 연설, 강의를 하는 사람이 예화 속의 사람 이름이나 - 등장 인물이 외국 사람일지라도 - 지명, 숫자 등을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한다든지 심지어 어색하게 보고 읽어야야 할 정도라면 그 예화 도입은 성공하기 어렵고, 그 스피치 또한 감동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우며 청중들은 그 스피치를 하는 연사에 대하여 신뢰감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예화는 화자가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화자의 경험이나 청중들의 생활속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내용이면 좋다. 왜냐하면 이러한 예화는 화자가 자연스럽게 극화(劇化)할 수도 있으며 극화의 능력을 가진 화자에 의해 극화된 예화만이 청중들에게 스피치 속의 여유와 여백을 주어 적극적인 rapport를 이끌어 내는 성공적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석교수(천안외국어대학교 영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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