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본 미국교회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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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통해 본 미국교회 흐름
  • 윤영호
  • 승인 2008.08.1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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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장비 중무장한 예배시스템 그래도 감동은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한 신앙인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IT기술력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개막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소름을 끼친 가장 솔직한 이유는 그동안 무미건조하다고 편견을 가졌던 컴퓨터 관련 IT기술이 ‘인간적 감동을 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베이징올림픽은 사실 첨단장비로 강단을 포장해오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비교할 때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의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인위적 포장일 경우 우리는 매우 진지한 고민에 몰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 덴버에서 예배컨설팅 사역을 하고 있는 조디 아담스(JodiAdams)는 수년간 자신이 진행해온 예배컨설팅 유형을 종합하며 “교회가 서 있는 지역문화의 흐름에 민감할 것”을 권고했다. 첨단장비로 중무장한 미국의 메가처치를 쫓는 미국 내 많은 교회들의 예배가 지역적  독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말이다.    / 편집자 주


▲ 미국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첨단장비로 중무장한 예배를 드리며 현대인의 습성을 목회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이를 경고하는 소리도 크다.

감동 주는 IT기술력… 하나님의 은혜감동 영역 침범하며 예배감격 조작위기

“스피드 문화 속 침묵의 영성 통해 현대교회 예배위기 타개방안 강구해야”

심발라목사, “철저하게 구성된 예배기획이 도리어 성령의 자유로운 임재 방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선보인 컴퓨터 기술은 사실 자체 기술력보다는 그것을 통해 중국인들이 세계로 보낸 ‘강한 메시지’ 때문에 세계가, 특히 중국의 눈부신 경쟁력을 견제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매우 당혹스런 눈으로 보는 것이다. IT기술이 휴머니티 영역을 침범하면서 인간 가치관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예견이 불행스럽게도 한국교회에서는 매우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왔다는데 있다.


목회자의 설교를 단락마다 나누어 교인들이 알아보기 쉽게 스크린에 띠우는 미국의 한 대형교회는 목회자의 축도가 끝나자마자 강단 뒤 휘장이 열리며 컴퓨터로 재구성한 찬란한 빛의 그래픽을 띠운다. 사전에 녹음된 CCM음악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어우러져 예배당을 채우면 교인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교회당을 빠져나온다. 매우 초보적인 기술이지만, 목회와 융합된 장비와 기술력은 이것들이 없었을 때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 목회현장의 고백이다.


컴퓨터소프트웨어의 예배지원

한국교회로서는 생소한 분야의 하나가 ‘예배컨설팅 사역’이다. 이왕 드려지는 예배로서 하나님의 은혜감동과 인격적 교류를 매우 활발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예배 컨설팅은 목회자의 설교와 찬양, 찬양대, 복음성가, 사회자의 위치와 회중의 교회 안에서의 동선(動線)등을 고려하여 매끄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되 순서순서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돕는 사역이다. 


수 년간 이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조디 아담스는 첨단장비로 중무장한 교회들의 경우 지역문화를 배제한 채 천편일률적인 예배로 경직성을 더해주고 있다며 “이제는 지역문화를 적극 반영한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교회들은 ‘살아있는 예배’를 갈망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지역의 교회 예배유형들을 연구하는 시도조차 거침없이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퍼빌시 커뮤니티 크리스찬교회 미디어디렉터 사역을 담당하는 탐 그리버(Tam Greever)는 “교회들이 갈수록 예배에 있어서 실제적이 되는 경향이 짙다. 찬양과 소그룹 성경공부, 각종 소모임 등에서 그렇고 목회자의 설교에서도 세상의 이야기들이 소재로 활용되어 성경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들 예배 디렉터와 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핵심은 다름 아니라 살아있고 역동적인 예배로 나아가는 열쇠 주변에는 반드시 ‘목회자의 영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문화를 목회적으로 수용하는 영성, 교인들의 삶을 결정짓는 세상일에 대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영성이 그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는 성경연구는 물론이고 교회가 자리잡은 지역의 독특성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발전방향에 대해서 목회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미국교회 사역자들(목회자와 구별된 사역)은 현대 미국교회의 경향을 세 가지로 압축한다. 하나는, 비주얼(visual)의 우세경향. 예배 안에 시각적인 요소들을 풍족하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설교요약, 찬송가 가사 및 PPT기술지원 그리고 광고내용 게시가 그것들로, 미국교회는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교회들은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목회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교인들이 참여하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특이하다. 교인 가운데 사진을 취미로 하거나 영상편집을 잘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용서와 긍휼 그리고 심판이나 징계, 구속, 자유함 등을 상징하는 사진과 영상물을 가져와 게시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클립을 활용할 경우 목회자가 설교할 때 관련 시각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교인들에게 신앙적으로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눈으로 보는 예배는 현대교회 핵심

두 번째는 참여경향. 소비자문화가 발달돼 있는 미국의 경우에 교회에서 교인들이 소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내 각종 디렉터와 사역자들이 제공하는 신앙적 편의 시설들을 활용하면서 소비자의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미국교회는 이같은 경향을 극복하기위해 ‘교인의 예배 참여’방안을 적극 강구하는 중이다.


윌로우크릭 교회 듀페이지 캠퍼스 프로그래밍 디렉터로 사역하는 그렉 월러스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구도자예배라는 이름아래 사람들이 교회에 와서 보고가는 예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예배에 한 부분을 차지하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 목회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요즘에는 간단한 시도로 예배시간에 이루어지는 간증과 찬양, 사역보고가 교인의 예배참여 기회로 자리잡고 있다.

세 번째는, 급속도와 침묵. 버튼 하나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현대시대의 급속도문화가 교회 안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예배 역시 일종의 속도전으로 돌입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여야 한다는, 예컨대 예배의 원활한 흐름이란 이유로 무언사회가 정착되고 지루한 느낌을 되도록 자제하려는 경향은 바로 현대사회의 속도문화 덕택이다.

또 찬양의 경우, 1절부터 4~5절까지 이어지는 긴 찬송보다 한 줄로 구성된 CCM찬양을 반복해서 부르는 것도 이같은 속도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사역자들은 이같은 속도문화로서는 예배의 감격과 감동을 바르게 전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예배 속에 침묵의 시간을 넣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침묵의 시간 활용법은 이렇다. 예배 중간에 잔잔한 찬송음악을 들려주면서 영상으로는 그에 걸맞는, 혹은 목회자 메시지를 반영하는, 아니면 인생의 의미를 반추할 수 있는 영상들을 스크린에 비추어 주면서 교인들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욕구들을 잔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속도시대 속에서 침묵의 시간은 교회영성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사역자들의 충고이다. 교회사 속에서 침묵이 영성계발의 한 방편으로 사용된 것을 참고한다면 현대목회 속에서 침묵 또한 귀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 반영한 짧은 찬양의 반복

미국교회들의 다양한 시도들은 복음주의교회들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음주의계열 교회들은 끝없는 복음전도의 사명 때문에 교회안팎의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며 그 흐름을 읽고 분석하며 복음적 대안을 만드는데 매일매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온누리교회 초청으로 윌로우크릭교회 빌 하이벨즈목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뉴욕 부르클린에 있는 터버너클교회 짐 심발라목사의 지적을 결코 간과해서는 않된다. 그는 미국 복음주의계 교회 리더로서 찬양과 기도를 핵심으로 열린 예배를 드리고 있는 메가처지의 지도자이다.

성령의 임재에 민감한 예배를 드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심발라목사는 철저한 준비로 예배흐름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교회의 분석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교회의 역동성과 성령의 움직임이 방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교회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준비되고 있다. 예배 전에 무슨 찬양을 얼마나 불러야 하고 악기위치와 연주기법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자와 설교자의 원활한 강대상 교체방식, 교회사역자들의 움직임 등 예배 전 기획은 매우 철저하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성령의 임재와 성령의 참여를 방해하는 요인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탁월한 속도를 보여주는 전자시대 속에서 교회마다 임재하시는 성령의 역동성을 살리는 지역교회로서의 예민한 예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별히 엄청난 IT기술로 예배의 감동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유혹으로 부터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철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윤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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