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보수개혁신학 위배된다” 교수정직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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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보수개혁신학 위배된다” 교수정직 '파문'
  • 윤영호
  • 승인 2008.05.23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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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피터 앤교수 ‘정직’

앤 교수, “창세기에는 신화적 요소 포함돼 있다” 주장  


세계적으로 보수신학을 주도해온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보수개혁주의 신학사상 지키기에 칼자루를 빼들고 나섰다.

최근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이사회는 보수개혁주의 신학사상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봉직한 피터 앤 박사(Dr. Peter Enn)에게 ‘교수정직 처분’을 내렸다. 단 한 번도 이같은 결정을 내려 본 일이 없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이사회는 이번 조치를 두고 각계의 우려와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보수개혁주의 신학사상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었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지난 달 초 열렸다.

▲ 보수신학을 주도하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보수개혁사상을 지키기 위해 수술을 단행했다. 하지만 `무리한 결정`이라는 반발 속에서 새로운 논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터 앤 교수에 대한 ‘교수정직 조치’는 그가 쓴 논문 ‘영감과 성육신’(Inspiration and Incarnation)의 내용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창세기는 신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것은(신화적 요소) 하나님이 인간의 문화를 사용하신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하나님이 인간세계에 말씀으로 성육신 했을 때 신화적인 요소같은 인간적인 문화를 사용했느냐’는 것이다. 만약 앤 교수가 주장한 대로 하나님이 신화적인 요소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면, 이스라엘의 종교문화가 바벨론문화를 비롯한 고대근동의 이방문화와 동질적인 것으로 격하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보수개혁주의 신학사상가라면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새로운 신학논쟁을 불러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앤 교수는 이 논문에서 “고대사회는 신화적 세계관을 사용하고 있다. 창세기 역시 신화적 성격을 담고 있다…하나님의 섭리는 바벨론 등 고대근동문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씀으로 성육신하기 위해 인간적인 문화를 사용했으며 그 중 하나가 신화적 요소(고대문화)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앤교수의 논문은 성경에 대한 ‘영감설’은 여전히 보수개혁사상인 ‘유기적 축자영감설’에 근거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사회는 앤 교수 정직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 자유주의에 치우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역사적 기독교의 진리계승과 보수개혁 사상의 보루로서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존재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이같이 뼈를 깎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성경에 신화적 요소가 포함됐다는 주장은 진보측에서 이미 제기된 견해로, 사신신학의 대가인 바르트는 "고대 이스라엘의 신화적 세계관으로 기록된 성경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성경의 신화적 세계관을 벗겨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신화적 세계관이 벗겨진 다음에야 역사적 예수를 알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신학생을 비롯한 보수학계가 ‘무리한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명하는 중이어서 앞으로 짧지 않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윤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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