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어깨 일으키느 강원도 산골짜기 예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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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어깨 일으키느 강원도 산골짜기 예수원
  • 승인 2001.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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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의 분주함이 가라앉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소망을 가슴에 품은 채 분주하게 뛰고 있다. 작년보다는 더 나은 한 해를 그리며 꿈을 키우는 많은 크리스천들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신앙을 지키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속에서 성도의 신앙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영성훈련을 위해 길을 나서는 사람들. 어떤 이는 소리내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원으로 어떤 이는 조용한 묵상의 터전으로 각각 발길을 재촉한다. 허벅지까지 눈이 쌓인 험한 길도 마다 않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그들을 따라 강원도 태백시 하장 산골짜기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예수원(원장:대천덕신부)을 소개한다.

태백역에서 하장행 완행버스에 몸을 실으면 아직 탄광촌의 때를 벗지 못한 사북, 일확천금의 요행을 꿈꾸는 카지노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한을 지나 하사미에 도착한다. 산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산 속에 고즈넉이 앉아있는 예수원을 만날 수 있다.

예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원내를 메아리치는 기도소리이다. 산속의 적막함을 깨는 이 공동기도[아침:조도(朝禱), 정오:대도(代禱), 저녁:만도(晩禱)]가 30여년 예수원을 지켜온 근간이다.

종교와 교파를 초월해 매년 1만 여명이 신앙과 공동체훈련을 경험하기 위해 산골짜기의 예수원을 찾을 만큼 명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1천 여명이 예수원을 다녀갔을 정된 이 곳을 찾는 사람 중 반수이상은 20대이다. 그 중에도 여성의 비율이 높다. 2박3일동안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비전을 확인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예수원은 금주와 금연 정숙 등 기본적인 규율만 엄수하면 입소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단 숙소가 한정돼 있는 관계로 꼭 일주일전에 예약(033-552-0662)을 한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서로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기도, 구하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분배를 위한 노동’을 실천하는 예수원에는 강요나 통제가 없다. 하루 세 번의 예배에만 참석하면 모든 것이 개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있는 공동작업, 성경공부, 입소자들간의 교제도 모든 것이 자율적이다.

사무부 유테레사씨는 예수원은 자기만의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원내의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입소자들을 돌볼 수 없는 만큼 입소자들은 기도나 서로간의 교제를 통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신앙을 재점검한다는 설명이다.

유테레사씨는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버리고 예수원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예수원공동체는 1965년 대천덕신부에 의해서 한국 및 한국교회의 쇄신과 세계복음화를 위한 중보기도의 집으로 세워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중보기도 외에 수양회, 문서선교, 지역선교, 농민선교, 노동선교 및 해외선교 사역이 추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또한 예수원은 다른 수도원이나 선교단체와는 달리 설립 당시부터 확실한 방향성 없이 자유로운 실험과 개척자 정신을 표방했었다. 특별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기도가 생계유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신성한 이념을 바탕으로 공동생활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한 형제가 되어 진정한 성도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곳. 그래서 예수우너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예수원은 최근 분수령목장에‘삼수령 연수원’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목장을 통한 낙농사역의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해 오던 예수원은 보다 발전적인 모델로 연수원을 제시하고 성경교육프로그램, 영농단지, 대안학교, 고아·노인을 섬기는 공동체 등을 펼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도심 가운데 산골짜기 예수원을 옮겨놓아야 한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로 자신은 물론 내 이웃의 문제를 위해 기도하는 예수원 사람들을 닮아야한다. 노동과 기도를 통한 섬김의 실천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예수원이 성도들의 마음에 자리잡는다면 힘겨운 세상살이가 행복과 즐거움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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