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부흥으로 이어가지 못한 성령 백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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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와 부흥으로 이어가지 못한 성령 백주년
  • 송영락
  • 승인 2007.10.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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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 물든 한국교회 변화시키는데 역부족

2007년 한 해 전체를 대부흥 백주년의 기념해로 설정하고 달려온 한국교회. 지난 7월 8일 주일에 있었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교회 대부흥 백주년 기념대회는 모임의 규모와 성격 면에서 1907년의 회개와 부흥운동을 재현할 기세였다. 대회를 지켜본 교계의 시각도 이번 대회를 통해서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기념대회 현장은 진정한 회개와 부흥의 열기로 가득했으며, 특히 자신의 죄를 통곡하는 옥한흠목사(사랑의교회 원로목사)의 설교는 절정에 이르렀다.

   

마치 기념대회의 현장은 한국교회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의 장이었다. 동시에 한국교회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던 장이었다. 이것은 당일 발표된 ‘2007 한국교회 대부흥 서울선언’에 잘 나타나 있었다. 선언문은 가장 먼저 “민족의 분열과 한국 사회의 갈등과 교회 부흥의 정체는 성령의 역사에 순종하지 못했던 우리의 책임임을 고백하며, 철저히 회개한다”는 통절한 ‘회개’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회개를 바탕으로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일치와 화합을 이뤄내는 모습과, 분단된 민족을 하나로 묶어내는 평화의 사도로, 그리고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창조질서의 보존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미래 과제를 선언했다.

 

돌이켜보면 2007년 1월 7일부터 11일까지 잠실체육경기장에서 1만3천명의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트란스포메이션 2007대회’에 참석함으로써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부흥을 갈구하는 초교파 성회가 열렸다. 일주일간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8명의 해외강사들과 8명의 한국의 대표적 강사들과 유명한 찬양팀들이 찬양과 말씀과 기도를 통해 ‘부흥을 넘어 변혁으로’라는 주제 하에 한국교회의 부흥과 변혁을 향해 출발했다. 대회는 마지막 날 금식기도회로 마무리를 했다. 이를 기점으로 크고 작은 연합집회가 개최됐으며 7월 8일 상암서울대회에서 절정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메인대회가 끝난 지 3개월밖에 안됐지만 교계와 개교회를 포함해서 교계 어느 한 곳에서도 변화와 부흥의 열매를 거뒀다는 소식을 접할 수가 없다. 그렇게 요란하게 떠들었던 ‘대부흥운동’은 이제는 단어조차 접하기 힘든 실정이다. 기념대회를 준비한 주최측이 각 교단 총회장이라는 태생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열매가 없는 것에 실망한 한국교회는 벌써부터 ‘속빈 강정’, ‘이벤트성의 대형집회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대형집회로는 개혁과 회개운동을 일으키는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됐다면서 성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동안 의욕적으로 개최된 대형집회는 체육관 안에서 순서자의 입에서만 강조됐을 뿐 목회자와 교계지도자,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미흡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한편으로 오랫동안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 물든 한국교회를 변화시키는데 역부족이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경제논리에 따른 대형집회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교회가 올초부터 백주년 대부흥운동과 관련하여 사용한 헌금은 수억원에 이른다. 7월 8일 열린 백주년 기념대회에 사용한 18억원을 포함하여 합동, 통합, 기성, 합․정 등 교단과 단체들은 수억원의 경비를 사용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상암월드컵경기장, 잠실올림픽공원, 장충체육관 등 서울의 대형집회장소에서 영적쇄신과 변화를 외치기 위해 사용한 액수다.

 

결국 초라한 열매로 백주년 대부흥운동은 막을 내렸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수만명의 성도들을 동원했지만 2007년 대부흥운동은 100년 전에 일어났던 대부흥운동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100년 대부흥운동은 전도운동과 사회개혁운동으로 이어졌으며, 7만 여 명이 주님께 돌아온 이후 한국교회신자가 1백만 명이상으로 증가했다. 또 이길선주목사를 중심으로 한 대부흥운동, 김익두목사를 중심으로 한 부흥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처럼 100년 부흥운동은 내적으로 성도들의 영적 갈급함으로, 외적으로 교회성장과 사회개혁의 중심세력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박용규교수는 “부흥운동은 한국교회에 너무도 많은 영향과 결실을 가져다주었다. 한국교회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랍게 성장한 것도, 러일전쟁 을사조약 고종의 퇴위 한일합방의 위기 속에서 민족과 교회가 지탱될 수 있었던 것도, 기생과 환락의 도시 소돔이라고 불리던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바뀐 것도, 사회개혁이 일어나 수많은 학교들이 설립되고,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이 높아진 것도, 그리고 신분 타파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도 평양대부흥운동을 통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0년 후에 열린 대부흥운동은 ‘구호’뿐이었다. 백주년 기념대회 조직위원회의 자체적인 축제로 막을 내렸다. 3억원 넘는 이익금, 기념대회를 기념하는 기념탑제막, 타입캡슐 매설 등 ‘그들만의 리그’로 막을 내렸다. 누구도 잘했다고 손뼉 칠 수 없는 초라한 결과였다. 내적으로 교회갱신운동이나 영적각성운동으로 이어가지 못했으며, 외적으로 사회개혁이나 이미지 쇄신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회개와 비판의 소리는 있었으나 정작 필요한 회개와 부흥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대부흥 백주년대회를 반추하면서 점점 또렷해지는 것은, 불만족한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에 대한 분명한 파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옥한흠목사의 설교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 답답한 일은 우리 힘으로 회개가 잘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 해보셔서 아시잖아요. 우리 힘으로 회개 잘 못합니다. 입으로 잘못했다는 말은 수없이 할 수 있지만 죄를 끊어 버리고 단호하게 돌아서는 거룩한 결단은 잘 하지 못합니다. -- 중략-- 우리가 진정한 회개를 하고 세상 앞에 새 옷을 갈아입으려면 성령께서 회개할 힘을 우리에게 주셔야 합니다. 통회하고 자복하고 버리는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성령이 우리를 도와 주셔야 합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능으로도 안 됩니다. 오직 하나님의 신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성전 된 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실 성령의 초자연적인 역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100년 전과 같이 하나님께서 하늘을 가르시고 이 땅에 강림하셔서 아낌없이 부어주셨던 성령의 불, 회개의 영을 다시 부어달라고 힘을 다해 부르짖어야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초자연적인 성령의 역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는 대속과 수난자로서의 전통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단적으로 3·1운동 당시 기독교는 소수였으나 이 운동의 결과로 짊어져야 했던 책임의 중심에 서 있었다. 거기에는 당시 한국 교회의 건강한 메시지가 가장 큰 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는다는 일이 이익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 참 은총의 길로 가는 것이라는 성숙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죽어야 될 자리, 손실을 보아야 할 자리가 있다면 예수를 믿는 자들이 먼저 나서야 할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를 깨닫고 있었다.

 

서정민교수(연세대)는 “기독교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종교이다. 작은 모퉁이에서부터 ‘예수 믿고 손해 보기 운동’이 전개된다면 한국 기독교의 희망은 살아날 수 있다. 진정한 운동이 벌어지면 한국 사회가 크리스천과 교회를 더는 이기적 집단으로 보지 않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 운동의 과정에서 100년 전 이 땅의 선교사들이나 크리스천들처럼 회개운동도 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역사 안에서 십자가를 먼저 질 용기가 있는가? 다른 이에 앞서 겸손히 나아가 손해 볼 자신이 있는가? 여기에 참으로 손드는 자 열만 찾는다면(창세기 18: 32) 한국 기독교에 빛 다시 있으리라”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함께 공감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할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비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이제는 그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일에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열정을 품고 달려가야 할 필요를 요청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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