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하는 교회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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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게 하는 교회가 되자
  • 승인 2001.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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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그 시대의 옷이다. 교회의 목회, 선교, 교육, 학술, 구제 등 여러 방면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기독교문화운동도 뜻 있는 이들에 의해 깊이, 그리고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내용을 아는 분들은 기독교문화의 여러 분야 가운데 협력하며 내실성을 가지고 앞서고 있는 것이 출판이라고들 말한다. 우선 문서선교의 날(10월 22일: 로스 역 성경이 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선교방송에 종사하는 분들이 방송선교주일을 제정하기 위해 힘썼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었다.

올해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심사를 맡았는데 책의 수준이 내용과 외형 모두 향상되고 오자, 탈자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새로운 출판사와 필자와 역자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고 파라처치 출신의 전문 저술인들과 번역인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백여 권의 출품도서를 정밀하게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심사하기 위해 책을 열었다가 나도 모르게 내용에 빨려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난형난제이어서 평가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초벌 심사를 한 다음, 긴 기도의 시간을 갖고 평가를 해서 실무자에게 넘겼다.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은 올해가 18회 째인데 단명하기 쉬운 문화풍토에서 만만하지 않은 연륜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공급 쪽은 이와 같이 왕성하고 고품질화 되어 가는데 수요 쪽의 형편은 어떤가? 다시 말해 교인들의 독서 실태는 어떤가? 일차로 텔레비전에, 이차로 인터넷에 자리를 내 주고 사람들의 생활에서 구석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겨가고 있는 것이 출판의 전반적인 현주소이다.

이 시론을 쓰기 위해 몇몇 기독교출판인에게 “요즘은 초판을 몇 부씩 찍나요?” 확인하니 “우선 천 부 정도 찍어 깔지요”하는 대답이 많았다. 좀 자신 있는 서적일 때 이천 부이고, 최고 6천 부를 찍었다는 분이 있었다. “천만 신도인데…”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면서 그 영세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방을 가면 성도들의 가정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살피게 된다. 불건전한 서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이다. 1992년의 시한부 종말론 파동의 씨앗은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라’라는 책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건전, 불건전 여부를 막론하고 기독교 관련 책이 꽂혀 있으면 우선 반가워지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공급과 수요의 이런 불균형은 교회의 안정을 깨뜨린다. 안정이 깨지면 병이 난다. 창제는 되었으나 활용은 되지 않고 있던 한글에 생명을 준 것이 성경의 한글번역이었고, 우리 나라 최초의 출판사가 기독교서회였었다는 것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그 전통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출판의 저변, 다시 말해 독자층이 두터워지도록 힘써야 한다, 위대한 배경 없이 위대한 사건이 생길 수 없다. 위대한 배경 없이 발생한 위대한 사건은 괴리(乖離)현상을 일으키거나 ‘반짝 현상’으로 끝나고 만다.

우리 나라 교인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목회자의 지도에 비교적 잘 순종한다는 것인데 교회는 책을 읽게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90년대 초반에 교회에서 독서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일이 있었다. 교회마다 도서실 갖기 운동이 벌어졌고 독서를 강조하는 강연회가 여기 저기에서 열렸었다. 이런 운동은 그때보다 지금 더 요청되고 있다. 그때는 독서활성화를 위해 이런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런 운동이 요청되고 있다. 비디오, 인터넷, 이런 것들이 대표하는 경량문화 (輕量文化)에 대비해서 책은 중량문화(重量文化)를 대표한다. 독서는 교회가 무게를 갖게 하고 사회의 중심을 잡게 해 준다.

한국교회의 시대적 과제는 성장에서 성숙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독서이다. 가을이다. 요즘은 독서에 정해진 철이 없어서 여름에 오히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아직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는 변함이 없다.

이 가을에 목회자들은 독서를 강조하는 설교를 한 번 이상 하기, 각종 행사의 상품을 도서상품권으로 주기, 도서실 설치, 이런 것들로 출판계의 균형이 맞춰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관지(목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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