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 90% 성도의 헌금...청지기적 자세로 운영에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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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90% 성도의 헌금...청지기적 자세로 운영에 참여해야
  • 이현주
  • 승인 2007.05.01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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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을 위해 교회가 버려야할 것들 <재정비리>

재정비리 교회 넘어 교단과 연합기관까지 폭넓게 발생

투명한 예산 집행만이 교회의 건강성과 미래 담보한다


현대인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한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들이 하루 일과 중 60~70%를 돈과 관련된 생각과 일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돈은 교회를 자본화하고 성도들을 물질주의의 늪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성령의 임재 가운데, 성경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하나님의 축복이 분명하다. 문제는 돈을 잘 벌어서 잘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잉여자금은 곧 유혹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헌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으며 사용처에 대한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정 비리 없는 교회, 하나님이 기다리는 교회는 바로 물신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교회가 아닐까. 기독교인들에게 교회 재정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는지 물었던 한 설문조사에서 성도응답자의 84%가 “신뢰한다”는 응답을 했다.

하지만 교회 밖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교회 재정 운영을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26%정도만 신뢰를 보일 것이라는 의외의 응답이 나왔다. 안타깝게도 이미 한국사회는 교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특히 성도의 헌금이 사용되는 교회 재정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회 재정은 건전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다면, 한 가지의 의심거리라도 있다면 지금, 당장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일이다.


지난 9월 총회 이후 예장 통합측 임원들을 관례적으로 받아오던 임원의 회의비를 반납한다고 밝혔다. 1년 동안 사용되는 회의비는 약 4억여 원. 웬만한 교회 1년 예산을 웃도는 돈이다. 총회 임원은 헌신의 자리로, 성도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교단의 재정을 한 푼도 헛되게 쓸 수 없다는 통합임원들의 결정은 연초 한국교회를 따뜻하게 감싼 미담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보도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한국교회의 재정비리가 허다하다. 특히 대형교회의 경우, 비리가 발생하기 더욱 쉬운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성도들의 감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교회 내 특정인만이 재정관리에 참여하고 연중 단 한 차례 공동의회를 통한 회계보고가 있을 뿐 별다른 감시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모 교회는 회계장부 파기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별다른 자료없이 교회 스크린을 통해 공동의회를 진행해온 이 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몇 년치 회계자료가 파기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혹시 비리와 의혹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냈다.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교회 회계장부 파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대구의 모 교회는 목사가 교회재정통장을 두지 않고 자신의 개인 통장에 헌금을 관리하며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교회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후원금을 가로챘다는 의혹도 받았다. 교회가 담임목사의 명의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도 교회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성도의 헌금을 목회자가 임의로 유용하며 배임 횡령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재정비리는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단과 연합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모 연합기관의 경우, 연간 10억원이 넘는 재정이 방만하게 사용돼 지적을 받은 바 있다. 10억 원의 인세를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았는가 하면 단 20여명의 위원들이 연간 이 예산을 전액 사용한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이 연합기관이 매년 교단에 제공하는 배당금의 경우, 교단으로 입금되지 않고 개인이 착복한 사례까지 밝혀지고 있다.


모 교단은 총회실무자의 배임 횡령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교단 전체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오순절 계통의 모 교단은 교단 관계자가 운영하는 신학교를 위해 교단 본부가 담보로 잡히고 이 과정에서 70억 원이 넘는 돈이 결의 없이 오간 점이 검찰조사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교단 재정비리 의혹이 일면서 총회에는 문제제기를 하는 목사들이 무더기로 징계되고 총회 관계자의 결재 없이는 입후보 등록도 할 수 없는 웃지 못 할 상황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리를 뻔히 보고도 개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교회의 경우, 성도들이 교회 재정에 깊이 간여하지 않아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내부 고발자 없이는 알 수 없으며 교단이나 연합단체의 경우,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 가지 문제를 파헤치면 숱한 문제가 파생적으로 따라 나오게 된다. 정치의 중심에 한번이라도 서 본 사람들은 재정비리 의혹을 알고도 일이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 묵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이처럼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버은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 성터교회 방인성목사는 “교인들이 열심히 헌금을 내는데 그치지 말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회 재정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보자.

건강한교회재정확립네트워크가 28개 교회를 대상으로 예-결산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입의 89.7%는 헌금으로 나타났다. 헌금 중에서도 십일조가 56.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일반헌금이 9.54%, 감사헌금이 9.34%, 절기헌금이 5.77%로 조사됐다. 이 중 선교와 구제를 위한 목적헌금은 1%선에 그쳤다.


지출의 경우, 사무관리행정비에 22.28%가 사용됐다. 뒤를 이어 사례비가 16.91%, 교육비가 5.92%, 예배 및 목회비로 3.37%가 쓰여졌다. 구제비는 역시 3.11%에 그쳤다.

세종대 황호찬교수가 이보다 몇 년 앞서 조사한 설문에서도 전체 예산의 24%가 일반관리비에 사용됐고 인건비로 24%, 고정자산 취득과 적극적립 등 특별지출이 3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교회 재정의 사용은 교회마다 비슷한 비율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재정의 사용에서 교회의 고유기능 유지에 사용되는 비용보다 보조비용이 3배 가까이 많다는 점은 교회재정이 목적과 다르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또 90%가 넘는 교회가 공동의회와 제직회를 통해 교회재정을 공개하고 있지만 연간 1~2회에 불과했다.


교회개혁연대 최호윤회계사는 “대형교회에 재정비리가 많은 것은 재정수입이 넘칠 경우 여유 재원을 남용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교회재정이 특정인의 사유물처럼 인식되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재정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에 대한 교회의 확고한 목적의식과 관리가 있다면 원로목사의 수렴청정문제나 교회 매매 등의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현대 교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물량주의에 기인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교회를 바로세우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될 수 있다.


최호윤회계사 역시 “성도들이 선한 청지기적 관점에서 재정 운용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예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선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헌금이 목회자의 체면치레나 명예를 위해 동의없이 쓰여지는 사례가 빈번한 현실이다.

교회문화연구소장 이의용목사가 쓴 책 ‘세상에는 이런 교회도 있다’에 보면 광주 은광교회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은광교회는 다이어트교회로 불려 교회 재정과 교인수가 커질 무렵이면 분가를 시킨다. 1983년 조재태 담임목사의 부임 이후 13개 교회를 개척했다. 회계보고 역시 전 교인들과 공유하고 교회의 대형화를 지양하며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데 힘쓰고 있다.

예인교회 운영위원장 홍순호권사는 “성가대의 식사와 주일학교 교사들의 회식에도 자비부담원칙을 세울 만큼 우리교회의 재정운영 기준은 엄격하다”고 밝혔다. 엄격한 기준으로 재정을 사용한 결과 22%의 절약효과를 거뒀고 이 돈은 모두 소외된 이웃을 위한 구제사역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사용하는 예산이 한 자리수에 머무는 상황에서 낭비를 막고 성도들이 목적하고 하나님이 계획한대로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교회의 대회적 이미지 변신에도 큰 몫을 감당할 것이라고 교회재정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얼마전 모 방송사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김장훈씨. 그는 자신을 ‘휴먼테크’라고 소개했다. 매월 1500만원의 기부금을 내고 그가 가수로 활동한 이후 기부한 돈만 30억원. 보증금 5천만 원의 월세를 사는 검소한 가수가 주장하는 바는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이 내는 돈은 나를 통해 사회에 기부된다. 내가 기부한 돈은 엄밀히 따져 나의 관객들이 기부한 것이다”는 논지다. 교회재정을 관리자들이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교회로써는 “성도들이 내는 헌금이 교회를 통해 선교와 구제, 전도 사역에 쓰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고, 성도들의 헌금도 하나님의 것이다. 누구도 하나님의 것을 착복할 수 없다. 세종대 황호찬교수는  교회재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회에서 실시하는 감사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전문가를 통해 연중상설기관으로 존속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체계적인 규정에 의해 진행되도록 예산 제도를 대폭 보완하고 전 성도가 교회의 재정 사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재정비리가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한 기독교 회계전문가들은 “성도들의 정확한 관리와 깨끗한 재정사용을 몸에 익힌 목회자와 장로들이 많아 질 때 상위기관인 교단과 연합기관에서 발생하는 재정비리도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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