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영향력 악화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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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영향력 악화를 우려한다
  • 승인 2001.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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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대로 바닷물이 짠맛을 유지하는 것은 2.8%의 염분이 있기 때문이다. 2.8%의 염분이 전체 바닷물의 짠맛을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우리 사회에는 신자들이 20~25%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여러가지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은 신자들이 사회 속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에 복음이 들어와 얼마 되지 않은 초창기에는 신자들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술, 담배를 철저히 금하는 것이나 주일이면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 등의 신앙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신자들은 불신자들과 다른 모습을 분명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가? 신자들과 불신자, 교회나 여느 집단들이 그다지 구분이 되질 못하고 있지 않은가? 한 마디로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이 말할 수 없이 약화된 것이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전통적 이론 몇 가지로 얘기할 수 있다.

첫째는 교회가 국가를 지배하는 형태인데, 이것은 중세사회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교회가 권력과 부를 전부 장악함으로 말미암아 부패의 길을 걷고 말았고, 둘째는 반대로 국가가 교회를 지배하는 형태인데, 국가 정부의 방침에 교회가 보조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신앙의 본질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셋째는 교회와 국가가 정교분리의 원칙 하에 서로 분리된 채 서로에 대해 철저히 외면하고 불간섭하는 형태인데, 이 또한 바람직한 관계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교회와 국가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서로간에 좋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런 가운데 신자들은 교인인 동시에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제 본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교회와 신자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말이다.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이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건 무엇 때문인가?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첫째는 교회의 세속화 때문이다. 교회의 성도들은 세상 가운데서 부름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거룩성을 유지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한 채 세상의 가치와 방법을 무분별하게 따르고 있다. 이는 목사나 성도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둘째는 교회의 이기주의 때문이다. 교회는 지나치게 개교회 위주의 사고에 빠져 있고, 그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사회에서 교회가 배타시 되는 등 지역사회로부터 외면 당하는 현실을 낳고 말았다.

셋째는 성도들 개개인의 도덕성 상실 때문이다. 성도들이 연루된 탈세, 비리, 밀수 등의 온갖 범죄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지 않는가. 교도소 재소자 가운데 20%가 신자라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넷째는 사회 속에서의 신자들의 사명감 상실 때문이다. 신자들은 교회 안의 성도로서 지극히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교회 안에서는 너무나 훌륭한 성도이지만 세상 속에서는 여느 불신자와도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야말로 선데이 크리스천(Sunday Christian)이요, 처어치 맨(Church-Man)인 셈이다.

그러나 성경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회를 떠난 교회, 은둔의 기독교는 무의미하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어야 하지만 세상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교회는 하루 속히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짠맛을 잃은 소금을 어디에 쓰며, 꺼진 등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교회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의 모습을 탈피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와 신자들이 보다 더 말씀으로 무장하여 썩어져 가는 세상의 부패를 막아서는 소금의 역할을 되찾아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어둡고 삭막한 세상의 참 빛을 밝혀야 한다. 오늘의 한국 교회는 이러한 자성과 회복의 노력들이 선행 돼야야만 이 사회에 대한 교회와 성도들의 진정한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원(서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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