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투명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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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투명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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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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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학교운동의 길목에서<3>

<유영업목사·독수리기독중고등학교 교감>

“시장의 투명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세계적 추세이다.”


2004년도에 경제부총리가 재계 총수 15명과 경제단체장 3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와 경쟁하려면 신용이 생명인데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신용도를 도무지 높일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터져 나온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상식입니다. 믿을 수 없는 기업에게 누가 제품을 주문하겠으며, 믿을 수 없는 사업자에게 누가 융자를 해주겠습니까? ‘신용이 재산이다’라고 말한 일본 MK택시 회사의 유봉식회장은 벌써 오래전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거짓의 근성은 뽑히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독수리학교의 학생 수는 한 반에 12명입니다. 교사가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손에 잡힙니다. 아이들은 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절대로 자신을 숨길 수 없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 어른의 권위를 존중하는지, 학습 습관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어떤 아이들이 친한 사이고 어떤 아이들이 미워하는 사이인지, 누가 어떤 과목을 좋아하고 힘들어하는지….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숨깁니다. 그러나 다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가슴에 안고 기도하고 정성을 다해 지도합니다.


그래서 독수리학교에서는 매우 힘겨운 싸움이 교사와 학생, 교사와 부모 사이에 일어납니다. 아이들을 바꾸려는 교사와 절대로 변하지 않으려는 학생, 학생들의 객관적인 상태를 보여주려는 교사와 자기 아이에 대한 주관적인 환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부모가 뼈에 새겨지도록 고통스런 씨름을 합니다. 때론 1년이 걸리고 때론 4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아니 더 이상 걸리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을 결코 숨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힘도 들고 반항도 하지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예수님을 닮은 투명한 자로 자라가는 곳이 바로 독수리학교입니다.

이런 씨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있다는 의식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으로서 우리에게 그 분 앞에서 완전할 것을 요구하십니다(창 17:1). 우리 죄는 하나님 앞에서 결코 숨길 수 없습니다(시 69:5).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던 다리오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나라 관할 아래 있는 사람들은 다니엘의 하나님 앞에서 떨며 두려워할지니 그는 사시는 하나님이시요 영원히 변치 않으실 자시며”(단 6:26). 반면에 하나님 앞에 우리가 서있다고 할 때, 의인의 삶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은 믿음의 백성은 그 분 앞에서 뛰놀며 찬송합니다(시 68:3). 아무리 큰 권세가 위협해도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그 분 앞에서 오히려 받습니다(행 4:19).

독수리학교는 세밀하고 따뜻한 사랑의 섬김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교사나 학생, 심지어 부모까지도 배우게 됩니다. 참 놀랍게도 학생들은 자신만 드러낼 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의 모습까지 드러냅니다. 학생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모습이 드러나고 학생이 진통하며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특별히 문제학생일수록 교사의 연약한 점과 부모의 연약한 점을 숨김없이 노출시켜버립니다. 전율하는 부끄러움과 고통이 있지만 그만큼 성숙하는 기쁨이 우리 모두를 더욱 견고하게 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누가 어디에서 정직하고 투명한 사람들을 길러낼 수 있을까요? 하나님 앞에 세워진 기독교학교는 투명성의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의 공동체인 기독교학교는 마음이 투명한 사람을 길러내고야 말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숨겨진 마음을 다 드러내고 사랑의 공동체인 기독교학교는 권면하며 경계하고 격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살전 5:14).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오래참음으로 서로 사랑하기에 마음이 투명한 사람으로 다듬어져 갈 것입니다. 세상이 믿을 만한 사람으로서 세계 속에 흔들리지 않고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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