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제는 남남 갈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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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제는 남남 갈등인가”
  • 승인 200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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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민족, 갈등극복 위해 기도할 때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두서가 잡히질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환경은 만신창이요 중구난방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난마 그 상태다. 오늘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우리 국민은 이 정도밖에 않되고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정도밖에 국가 관리가 안된단 말인가.

우리 민족은 50년 넘게 남북이 대치되어 긴장과 갈등 속에서 살아온 민족이라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숙원이라면 남북이 갈등 없이 통일되어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남북 정상이 우여곡절 끝에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그 통일을 생각하며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한없이 들떠 있었던 것이 엊그제였었다. 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우리 민족은 한없이 흥분하기도 했다. 누가 그 마음을 탓할 것인가.

들떳던 남북 정상회담
그런데 우리는 너무 감상적이고 동정적이고 순진했던 것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이 지나친 감상적인 체질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50년 동안 풀지 못한 이 문제를 우리는 단번에 풀려고 성급하게 기대했다. 정상끼리 단 한번의 만남으로 문제를 모두 풀어보려는 자세로 다가갔다. 그렇게 모두 환상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있는 사이 우리사회는 이제 조일 수 없을 만큼 그동안 다져온 정신적 기반이 뒤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남북의 갈등이 아니고 남남끼리의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21일 김포공항 주변은 남남 갈등의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8.15 평양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하고 돌아온 방북단 3백37명이 귀환하던 날 이들의 방북활동을 지지하는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과 방북단을 처벌하라는 재향군인회 회원들간의 물리적 충돌은 예사롭지 않은 불길한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최초의 보혁의 갈등표출이었다. 한총련 학생들은 조국통일을 외치고 참전단체 소속 회원들은 김정일 하수인은 북으로 돌아가라는 고함 속에 방북단에 계란을 던지며 격렬하게 비난을 퍼부었다. 그 장면은 우리의 앞길을 불길하게 느껴지게 하는 아주 불행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앞으로 있을 이 심대한 분열상을 예측하면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이제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는 결국 이 나라를 북쪽이 의도하는 대로 심대한 분열적 상황으로 끌려가고 말 것이다. 적어도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을 이렇게 어설프게 끌고 나가서는 안된다. 그리고 50년 동안 나뉘어진 분단을 하루아침에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인천 공항의 보혁갈등
이번 방북단을 북에 보내면서 계획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보냈는지 아니면 준비 미흡으로 미쳐 사전교육이 안된 것인지를 묻고 싶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의도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그들을 내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들이 북에 가서 한 행동들을 종합해 보면 도저히 저들이 한국 국민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철없는 행동들이었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행사에 불참하는 문제는 정부와의 사전 약속사항인 모양인데 이 문제는 애초부터 강력한 주문사항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전체 참석자들에게 사전 인지를 주지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통일 3대 헌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북한이 끈질기게 주창해 오고 있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과 전 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북단이 3대 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이 주장해 온 북한의 연방제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된다.

또 모 대학 교수라는 신분의 인사는 김일성 생가에 가서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라는 글귀를 남겼다는데, 그것은 객기의 발동이나 우발적 행동인 아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당사자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고 쓴 것이라고 해명은 하지만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경망하게 행동했을 리가 없다. 여기 만경대 정신이라는 말은 김일성의 혁명정신을 말할 것이다. 그 말은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통일하자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별로 의미없이 기록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면 이번 방북 목적을 정부에서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는가를 의심케 한다.

이같은 불행의 씨앗은 이미 지난 15일 연세대에서 열린 범민련과 한총련 주최의 2001 민족통일 대축전에서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 행사 기간에는 평양시 통일거리 입구에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의 축소된 모형이 설치되어 있었고 오후에 여의도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축전 남측행사 직후에 열린 행진에서도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이 등장했었다.

여의도행사에는 모두 1만5천 명 정도가 참석했다는데 그중 8천여 명은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었다고 한다. 그 행사에서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등이 난무했고 애국가 제창이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은 아예 생략된 채 치루어졌다는데 그 행사는 다름 아닌 통일부와 행자부, 그리고 문화관광부와 서울시가 후원한 행사라고 하니 북에 간 인사들의 일탈된 행동은 이미 얼마든지 예견된 일이 아니란 말인가.

북에 간 한 여성 참가자는 김정일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密營)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백두산 정기를 타고나신 장군님이시라 훌륭한 장군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한총련 학생들은 백두산 정상에서 “연방제로 통일하자”라는 구호를 외쳤고, 어느 인사는 묘향산 혁명사적기념관에서 김일성 밀랍상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고, 일행 수십 명은 그 밀랍상 앞에서 큰절을 올리며 울먹이기도 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목숨을 내걸고 전쟁에 참가하고 공산치하를 몸소 체험한 보수 세대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흩어진 민심, 다시 모아야
이제는 이 철없는 인사들의 돌출행동과 객기적 언동으로 인한 심각성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우리 사회를 더욱 심각하게 분열적 사회로 끌고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이 남남 갈등의 문제다. IMF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로 일어난 갈등, 만고의 병폐인 지역 갈등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통일문제로 둘러싼 남남의 갈등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과연 이 나 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통일 문제를 이렇게 성급하게 끌고 가서 될 일인가를 정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임기 내에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성급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차분하게 우리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부 관리자들은 남북문제에 몰두해 매달리는 동안 항공등급 추락문제, 경제의 추락, 수출 부진, 서민들의 주택사정 악화 등 아직 풀지 못해 산적해 있는 내치문제에 치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기독인들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이 비상시국에 우리 기독인들은 방관자 입장에서 바라만 보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와 국가 민족을 대국적 인식을 가지고 바라보고 생각하며 기도하는 구체적인 삶이 전제돼야 하겠다.

금년 8월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추락으로 온 국민의 마음이 어둡고 무거운 중인데 거기다 일본의 역사왜곡문제와 총리의 신사참배문제로 더욱 얼룩지게 하더니 방북단 마저 경솔한 처신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더욱 어둡고 얼룩지게 하여 이래저래 불편해진 심기로 8월을 보내게 되었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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