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특집] ‘저출산’ 재앙과 한국교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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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8주년 특집] ‘저출산’ 재앙과 한국교회의 책임
  • 이현주
  • 승인 2006.02.0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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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한명이 1.16명 출산 “교회도 위태롭다”

 

“경제적 부담 크다”며 자녀낳기 꺼리는 풍토 확산

한국교회 출산과 양육 지원으로 미래사회 책임져야


“2055년 2월, 강남의 A교회에서 주일예배가 시작됐다. 한 때 출석성도 2~3만 훌쩍 넘었던 대부흥의 시기는 꿈처럼 사라졌다. 개척 후 3대 목사가 취임했고 예배는 성도들의 요구에 따라 간소화됐다. 찬양으로 흥을 북돋워 보지만 좀처럼 열기가 살아나지 않는다. 예배당에 자리한 성도들 평균 연령은 62세. 할머니 할아버지 성도들 틈에 간간히 20~30대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예배당 빈 공간이 눈에 거슬린다. 어린이와 청소년부 예배 역시 간소하게 진행된다. 공과가 없어진 지 오래. 어떤 교회는 인터넷으로 화상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예배를 대체한다.”


불과 50년 뒤 한국교회의 미래를 감히 상상해 보면 지금처럼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교회가 침체에 빠지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피해갈 수 없는 불안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이다. 이미 주일학교 학생수 감소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비단 교회의 문제만이 아니다. ‘저출산’의 결과는 참담하다. 국가의 존립자체가 바로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16명에 불과하다. 1970년에 4.53명이던 출산율은 산아제한에 힘입어 1980년 2.83명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80년대 중반 2명 미만으로 떨어진 감소현상은 2001년 1.30명에서 2004년 1.1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통계는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1명의 아이만 낳아 기른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소위 ‘딩크족’까지 생겨나면서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머지않아 1인당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무출산’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모씨(여, 35세)는 아들 하나만 두고 있다. 하나 더 낳으라는 주변의 압력에도 꿋꿋하게 버티는 이유는 도저히 키울 여력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남편 혼자 벌어서는 살 수도 없고, 저도 겨우 얻은 직장을 출산으로 잃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은 친정부모나 시부모가 대체 양육을 해준다고 하는데 저희는 맡길 곳도 없어요. 지금 한명을 키우면서 간신히 적금을 붓고 있는데 아이를 한 명 더 낳으면 그나마도 못 할거에요. 평생 집도 한 칸 없이 아이만 낳아 키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저출산 해소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여성 652명, 남성 16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산기피 연상의 원인으로 여성 39.1%, 남성 42.2%가 “양육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여성응답자들은 “여성의 경제 및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27.8%),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10.4%)”,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13%), “가정 경제의 어려움”(5.4%) 등의 이유를 들었다. 문항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 경제적 부담과 여성의 사회진출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임신과 출산에 들어가는 각종 검사비와 병원비 등이 일단 수백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출산 후 기저귀와 분유, 이유식 비용 등 육아에 들어가는 돈도 매달 수십만 원에 이른다. 6개월까지 일차적으로 마무리해야할 접종 비용도 수십만 원이다. 조부모가 대체양육을 맡아도 백만원 가량의 양육비가 부담된다. 최근에는 조선족 입주가정부를 쓰는 집도 늘고 있지만 자녀 1명당 100~120만 원선. 2명일 경우 150만원이 넘는다.


육아비용도 문제지만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영등포구 신대방동에 사는 박모씨는 “보육시설만 마련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정부의 생각은 안이하기 그지없다”고 일축했다. “보육시설 관리와 감독에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내 아이가 어떤 대접을 받는 지 불안에 떨게 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교회가 보육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교회라면 믿고 맡길만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목사는 “일단 성도들부터 자녀양육의 개념을 돈과 분리해 생명과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복음주의 교회들이 성도의 가정생활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며 바른 신앙이 확립되면 출산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성도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교회의 역할을 거듭 역설했다.


오목사는 또 “인구문제가 심각하니 자녀를 낳으라고 무책임하게 떠벌이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한국사회의 미래일꾼으로 키우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여성 한명당 출생율을 1.6명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출생율 다시 증가시켜 인구감소를 막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닥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인구 3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최악에 상황이 불과 수십년 뒤면 닥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 나라의 미래뿐 아니라 교회 공동화 현상도 막을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시민연대를 이끌고 있는 송길원목사는 “저출산 극복의 희망은 교회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며 “청년들에겐 결혼에 우선가치를 두게 하고 가임여성과 부부들에겐 일과 경제력보다 자녀양육에 우선가치를 두도록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교회도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장을 위해 달려갈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대비하는 교회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출산 장려와 신앙양육을 통한 성경적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저출산의 문제는 한 가정과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고 사회와 교회가 함께 나눠야할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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