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07] ‘죄책고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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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907] ‘죄책고백’이 먼저다
  • 이현주
  • 승인 2006.01.12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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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면에 숨겨진 한국교회의 과오

 

한국교회의 성장은 세계가 놀랄만한 기록이었다. 1907년 대부흥 이후 1백만 명의 성도를 만들자며 시작했던 백만구령운동이 성취된 이후 한국교회는 고도의 성장기를 거쳐 기독교인구 1천만 명을 기록한다. 유교와 불교가 전통종교로 자리 잡은 나라에서 서구 종교가 들어와 인구 1/4을 복음화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00년에 걸친 한국교회의 성장에는 분명한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다. 대부흥의 결과가 성도들의 변화된 삶으로 나타나고 의식수준이 향상된 교회는 사회 속에서 개혁적 리더로도 자리매김했다. 뜨거운 성령 체험이 나타난 것은 평양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70년대 유신과 독재정권의 회오리 속에서 민주화에 매진한 교회는 사회선교라는 새로운 틀을 찾아냈고, 외부와 단절을 원한 소극적 기독교인들은 대규모 전도 집회와 기도원집회 등을 통해 교회성장에 주력했다. 유래없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70년대 말 한국교회 신도수는 7백만 명을 넘어서며 교회성장의 최고조에 달했다.

2007년 대부흥을 재현하자고 외치는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침체되기 시작한 복음전도의 열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침체된 것은 성장뿐만이 아니다. 군사독재 정권이 종식되고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진보적 교계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독재의 정면에서 싸웠던 운동가들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전략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결국 진보단체들은 제목소리를 잃은 채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틈을 타 독재와 군부통치에 침묵했던 보수 기독교계는 최근 들어 북한인권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투쟁열기를 불태우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가 대부흥 이후 1백년의 역사 속에서 교회 내적으로 엄청난 부흥을 거듭했고 외적으로는 사회개혁을 주도하며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 이면에 감춰진 교회의 잘못도 피해갈 수 없다. 역사학자들은 “온전한 모습으로 교회가 재도약하려면 과거에 저지른 교회의 잘못과 죄악에 대해 먼저 회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장과 기여도만 자랑했던 한국교회가 100년 역사 속에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할 죄목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교수는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가 마련한 2005 교회개혁 심포지엄에서 “교회 내적으로 기독교를 기복화 시킨 것과 교회가 물량주의, 세속주의, 이원론적 신앙생활을 부추긴 점 등을 회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또 교회 외적으로 “신사참배와 교단분열에 대해 하나님께 깊이 자복해야한다”며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말하기에 앞서 교회가 먼저 분열을 조장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교회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독교역사연구소 김승태 연구실장은 “예배 의식에 국민의례를 도입한 죄,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하며 부일에 협력한 죄, 베트남 파병에 동조한 죄, 군부독재정권을 옹호한 죄 등에 대해 죄책고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회는 “이러한 일들이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과거는 결국 교회다움을 상실케 하고 사회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회의 잘못을 내다보는 시각은 매우 구체적이다. 앞서 역사학자들이 언급한 교회들의 부정직한 모습 이외에 독재와 군부통치에 맞서 싸웠던 진보적 교회운동에 대한 반성도 요구된다.

고신대 이상규교수는 한국교회와 민주화운동을 다룬 그의 논문에서 “한국교회 진보적 인사와 그 교회가 중심이 된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은 이웃과 사회, 인간과 인간의 삶의 현실에 대한 교회적 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교회와 국가, 혹은 교회와 정치질서와의 관계에 대한 대응방식이 기독교적이었는지 반성해야 하며 정치체제와의 싸움을 우선시한 나머지 인간의 죄를 간과하는 낙관주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교회에 절실한 부흥은 외형적인 성장이 아닌 내면의 부흥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이만열교수는 “현재 한국교회 성도수가 25%라고 하는데 진정한 기독교인은 25%에 훨씬 못미친다”며 “현재 전하고 있는 복음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자성과 책임을 요구했다. 오사카성산교회 이치만목사도 “오늘날 교회다운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 죄를 고백하고 한국교회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내는 신앙고백이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대부흥을 기다리는 한국교회는 성령의 체험과 부흥에의 요구가 혹여 인간중심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은 아닌 지 되돌아볼 때다. 성장 이면에 저지른 한국교회의 잘못, 즉 교만과 위선과, 침묵, 그리고 갖가지 죄악들에 대해 고백하고 회개하는 영적각성운동이 우선될 때 하나님은 참된 부흥을 한국교회에 허락하실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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