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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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에 의하여 분배된 요단강 동편지역(13:8-33)에 이어 여호수아의 주관하에 분배된 요단강 서편지역이 14장에서 19장 사이에 언급되고 있다. 이 지역의 분배는 그 순서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지파별 비중에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먼저 유다지파(15장)가 나오고, 그 뒤를 이어 요셉의 아들이었던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16-17장), 마지막으로는 다른 일곱 지파가 언급되고 있다.(18-19장)
땅 분배의 첫머리에는 유다지파에 속하는 갈렙에게 주어진 지역과 관련된 내용이 비교적 길게 설명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여호수아가 분배받은 지역이 짤막하게 서술되고 있다. 이는 가나안 정복과 관련하여 갈렙과 여호수아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요단강 서편지역 분배에 관한 서론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여호수아서 14:1-5은 땅 분배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가나안 땅 분배는 단순한 부동산 가치를 지닌 토지분배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강조되는 신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은 땅 분배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바대로 이루어졌음을 두 번씩이나 반복하여 강조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2, 5절) 땅 문제는 이스라엘 백성 자신들의 개인적 필요에 의한 취득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시행하신다는 점에서 신앙적으로 접근할 문제이다.
땅 분배가 신앙적 과제라는 점은 땅 분배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던 인물들 중에 제사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14:1에 의하면, 당시의 땅 분배는 제사장 엘르아살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 지파의 족장들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땅 분배가 신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은 레위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앞부분에서 강조하였던 레위인 문제가 여기에서도 두 번씩이나 거듭 언급되고 있다.(3-4절) 레위인 문제 역시 땅 분배처럼 사회적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강조된 신앙적 과제임을 지적해 준다. 레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분깃이 없었고 오직 이들 가족들이 살 성읍과 가축을 기를 수 있을 정도의 들만 분배받았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과 십일조가 그들의 유일한 생활 근거임을 보여준다. 농경사회였던 당시에 땅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활근거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땅은 자신들을 위한 생활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있는 신앙적 요소였다. 그런 하나님과의 관계는 일차적으로 레위인들에 대한 태도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했다. 곧 레위인들은 도와주어야 할 가난한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경외함으로 섬겨야 할 존경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가나안 땅 분배는 구체적으로 제비뽑기 방법으로 실시되었다. 여기에서 그런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하나님에 의해 채택되었다는 점이다. 땅을 분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비뽑기 방법을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신 것이다.
그런 하나님의 명령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어떤 방법이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 제비뽑기는 확률에 근거한 인위적인 방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